부모가 되었음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낀다.
오늘은 주원이가 태어난지 132일 되는 날. 아이가 태어나면 매일 성실히 기록해두자고 다짐을 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매일을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건 사실이기에 위안을 삼아본다.
오늘은 주원이가 4개월 예방접종을 한 날이다. 2개월 예방접종 후에도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는데 (열은 심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무기력하고 잠만 잤다) 4개월 접종은 정말 '찐'이라는 후기가 많아서 아내와 나 둘다 잔뜩 겁을 먹었다. 신생아 접종은 바늘도 두껍고 긴데 주사를 두 대나 맞아야해서 보기만해도 괴롭다. 으으.. 주사를 맞을 땐 울었지만 이내 울음을 그친 아이. 너무 잘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괜찮아지길 바랬는데 역시나 잠을 자고 난 이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계속해서 울기 시작했다. 열도 서서히 오르기 시작. 평소에 잘 울지 않는 아이여서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보니 정말 많이 아픈 것 같아 안쓰러웠다. 말도 못하는데 얼마나 서글프겠어.. 몇 시간 내내 울면서 칭얼대다가 아내와 둘이 번갈아가며 안아주며 겨우 달랬다.
열이 38도가 되면 해열제를 먹여야하는데 아직 37도에 멈춰있다. 천만다행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신생아 중환자실에 가 있던 시기를 제외하면 집에서는 아팠던 적이 없다. 오늘 이렇게 아파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초보 부모로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아이가 이렇게 아픈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아프다. 내가 아팠을 때 부모님이 안쓰러워 하셨던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이제 침대에 누워 새근 새근 자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부모가 되었음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낀다. 얼굴과 몸을 만져보니 열은 잘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잘 웃는 아이인데 오늘은 하루종일 우는 모습만 봤네.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은 환한 웃음을 보여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