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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23. 2023

은빛 억새가 출렁이고 저녁노을까지 멋진 하늘공원

하늘공원,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 2번 출구

가을이 오면 단풍과 함께 반짝이는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아직도 갈대와 억새를 제대로 구분조차 못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개울가에서 반짝이던 갈대나 산기슭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억새를 보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 억새 사이를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싶었다.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 민둥산, 간월재 등을 검색하다 떠오른 곳이 바로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이다. 몇 번 다녀온 적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가 유행한 후로는 가보질 못했다. 냉큼 상암동으로 향했다. 하늘공원은 집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주위에 월드컵 공원과 문화비축기지, 노을공원 등이 있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다.


어떻게 알고들 왔는지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맹꽁이차를 타는 길이 아주 길게 이어졌다. 그 넓은 광장을 도는 것만으로 다리가 아플 것 같아 계단길을 지나 맹꽁이차를 타기로 했다. 아플 다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런 맹꽁이차를 타는 것도 하늘공원을 찾는 또 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꽤 많이 눈에 띄고 특히 애완견들도 많았다. 집에 두고 온 강아지가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이 들기 때문에 그저 눈을 꾹 감았다.

월드컵 공원에서 하늘공원 쪽으로 나무계단이 있으므로 맹꽁이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이용하면 빠르게 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맹꽁이차에서 하늘공원에 내리면 상암동 일대의 아파트가 내려다 보인다
억새 축제장 입구의 넓은 코스모스 밭은 전보다 좁아졌고 다양한 부스가 생겼다.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억새들의 호쾌한 풍경이라니! 억새 사이사이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가 원했던 한적함은 아니지만 가녀린 억새의 아름다움에 빠지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저기에서 셔터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앵글 안에 담긴 그 모습은 남아있는 생의 가장 젊은 날이며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하늘을 담는 그릇'이라는 원형 전망대가 없어져 조금은 아쉬웠던 하늘공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축제 때문에 가수들을 초빙했나 보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 아름다운 오후, 억새에 흔들렸던 마음은 구슬픈 노랫가락에 또 한 번 젖어들고 만다.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아마 지금쯤은 축제가 끝나 가수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나 억새와 코스모스 그리고 조형물들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강 너머로 떨어지는 해, 억새밭으로 넘어가는 해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까?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은빛이 아니라 금빛이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야경과 러브 라이팅쇼를 즐기려는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해가 떨어지자 찬 바람이 만만치가 않다. 맹꽁이차를 기다리며 어찌나 떨었던지. 가을이 왔는가 했는데 어느새 훌쩍 가버리려나 보다.

지난 20일까지 하늘공원 중앙무대에서 열렸던 러브 라이팅쇼

이제는 축제기간도 지났으니 조금은 한산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억새도 보고 저녁노을도 감상하며 이 가을을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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