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 2번 출구
가을이 오면 단풍과 함께 반짝이는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아직도 갈대와 억새를 제대로 구분조차 못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개울가에서 반짝이던 갈대나 산기슭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억새를 보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 억새 사이를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싶었다.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 민둥산, 간월재 등을 검색하다 떠오른 곳이 바로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이다. 몇 번 다녀온 적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가 유행한 후로는 가보질 못했다. 냉큼 상암동으로 향했다. 하늘공원은 집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주위에 월드컵 공원과 문화비축기지, 노을공원 등이 있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다.
어떻게 알고들 왔는지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맹꽁이차를 타는 길이 아주 길게 이어졌다. 그 넓은 광장을 도는 것만으로 다리가 아플 것 같아 계단길을 지나 맹꽁이차를 타기로 했다. 아플 다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런 맹꽁이차를 타는 것도 하늘공원을 찾는 또 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꽤 많이 눈에 띄고 특히 애완견들도 많았다. 집에 두고 온 강아지가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이 들기 때문에 그저 눈을 꾹 감았다.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억새들의 호쾌한 풍경이라니! 억새 사이사이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가 원했던 한적함은 아니지만 가녀린 억새의 아름다움에 빠지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저기에서 셔터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앵글 안에 담긴 그 모습은 남아있는 생의 가장 젊은 날이며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축제 때문에 가수들을 초빙했나 보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 아름다운 오후, 억새에 흔들렸던 마음은 구슬픈 노랫가락에 또 한 번 젖어들고 만다.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아마 지금쯤은 축제가 끝나 가수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나 억새와 코스모스 그리고 조형물들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강 너머로 떨어지는 해, 억새밭으로 넘어가는 해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까?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은빛이 아니라 금빛이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야경과 러브 라이팅쇼를 즐기려는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해가 떨어지자 찬 바람이 만만치가 않다. 맹꽁이차를 기다리며 어찌나 떨었던지. 가을이 왔는가 했는데 어느새 훌쩍 가버리려나 보다.
이제는 축제기간도 지났으니 조금은 한산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억새도 보고 저녁노을도 감상하며 이 가을을 보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