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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25. 2023

5월에는 역시 장미!

중동역, 춘의역, 올림픽공원역, 태릉입구역, 오목교역

지난 열흘은 그저 장미꽃을 찾아 헤맸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를 원 없이 만끽하고 싶었다. 부천 백만송이장미원을 시작으로 올림픽공원의 장미광장, 서울 장미축제가 열리는 중랑천의 장미축제 그리고 안양천까지 돌아다니며 정말 많은 꽃을 보았다.



공원에는 온갖 종류의 장미가 있다. 수국만큼 큰 것이 있는가 하면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것도 있고, 색도 빨갛다 못해 검붉은 것부터 분홍 보라 노랑 하얀색에 이어 요즘은 두세 색깔이 오묘하게 섞인 것도 있다. 그 색에 따라 꽃말도 다르다. 열렬한 사랑을 뜻하는 빨간 장미부터 질투나 은밀한 사랑을 뜻하는 노란 장미 그리고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이에요 라는 검은 장미까지 있으니 꽃을 선물할 때도 잘 알고 선물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덜 좋아할지는 모르지만 활짝 핀 꽃을 보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만다. 더군다나 장미꽃이라면 더욱 그렇다.  몇 년 전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남편이 꽃다발을 사 온 적이 있었다. "아니 쓰잘데 없이 꽃은 뭐 하러 사와?" 나도 모르게 따발총부터 쏘아댔지만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꽃 선물을 받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꽃이란 참 오묘하다. 닫혔던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행복바이러스를 잔뜩 주니 말이다.

장미 송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은 그저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하얀 이를 잔뜩 드러내며 들떠있다. 활짝 핀 장미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이를 담느라 여기저기 셔터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장미꽃에 가시가 생긴 것에 대해서  

그리스의 코린트라는 마을에 사는 절세의 미녀 '로오단테'에게 구혼을 청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그녀는 숨어 지내야만 했는데 그곳까지 와서 괴롭히는 것을 보고는 아폴로는 로오단테에게 태양빛을 쏘았다. 그녀는 순식간에 장미로 변했고 절개가 굳은 그녀는 뭇 남성들이 자신의 몸을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가시를 만들었단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꽃을 심은 시기가 달라서인지 공원에 따라 개화 상태가 다르다. 제일 먼저 찾았던 부천의 백만 송이 장미원은 열흘 전에는 거의 꽃이 피지 않았다.  산자락에 빈틈없이 심어진 꽃의 종류가 무지 다양하다.


주차장 시설이 많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동역 춘의역 역곡역에 내리면 마을버스 013-3 013-4 등이 운행하고 있다. 아마 현재 꽃이 가장 싱싱할 것이다.



일주일 전 올림픽 공원의 들꽃마루에는 양귀비 꽃과 유채꽃이 많이 피지 않았지만 장미광장에는 이미 장미가 만개했다.  하지만 꽃이 아닌 고목아래 산책길을 걷기에는 이곳 만한 곳이 없다. 그 옛날 백제 한성시대의 토성인 몽촌토성에 올라 역사도 되돌아보며 푸르름을 만끽하기에는 최고다. 그늘이 없는 곳을 걸으려면 벌써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긴 하지만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시원하다. 벌써 여름이 코 앞에 다가왔나 보다.




서울 장미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랑천은 평일에 가기를 추천한다. 별생각 없이 지난 주말에 찾았다가 제대로 사람구경하고 왔다. 5 킬로미터나 이어진다는 장미터널은 그냥 사람들에게 떠밀려 가야만 했다. 




터널 중간중간에는 아름다운 글귀가 쓰여있는데 그중 "여전히 장미처럼 아름답고 예쁜 우리 엄마"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절대로 우리 딸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테지만 왜 그 글을 읽을 때 가슴이 뛰었을까? 그렇게 말해주는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햇볕이 따갑기는 해도 바로 옆에 강물이 흐르고 유채꽃도 피어 있고 먹거리 부스도 있는 강가를 걷는 것도 좋다. 조형물도 있고 포토존도 많이 마련되어 있어 사진 찍기도 좋다. 이곳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나 차를 가져가야 한다면 서울 생활사박물관을 추천한다.

 


무심코 창을 내다보니 안양천 둑길이 알록달록하게 물들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길에 나서니 우선 우리를 반기는 것은 하천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금계국이다. 저녁 햇살에 반짝이는 꽃봉오리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바로 집 앞에 이렇게 많은 꽃이 피어 있는데 멀리까지 다녀온 것이다.



양천구 장미광장


안양부터 흘러온 강물은 서울의 각 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가는데  지차체 별로 열심히 공원을 가꾸고 체육시설을 구비해 놓았다. 장미를 제일 잘 가꾸어 놓은 곳은 구로구다. 천 가까이의 생태초화원은 물론이요 산책길에 심어놓은 장미가 일품이다. 







얼마 전 벚꽃을 피워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했던 벚꽃나무는 그새 잎새가 짙푸르게 변했다. 큰 나무들이 만든 터널에 들어가면 바로 옆을 지나는 자동차의 소음도 대충 막아주는 데다 문인들의 시가 진열되어 있어 천천히 음미하며 걷다 보면 곧 나만의 시 한 수가 나올 것만 같다.


어디라도 좋다. 바쁜 생활 속에 잠시 눈을 돌리면 우리가 봐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꽃들이 있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꼭 꽃구경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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