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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31. 2024

역시 설악산!

권금성, 비선대, 와선대, 금강굴

10월 12일에 결혼한 우리는 늘 이맘 때면 설악산에 간다. 늘 바빠 긴 여행은 못 하고 그저 서울에서 가기 편한 속초로의 1박 2일 여행이 딱 좋다. 맑고 쾌청했던 어느 가을날 설악산이 단풍으로 불타던 모습은 내 가슴에 꺼지지 않는 불을 지펴놓았다. 꼭 단풍 때문만은 아니었다. 수려한 계곡 그리고 멋진 기암괴석들..... 


전날 곰배령에 다녀왔기 때문에 무릎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 한 편으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이 멋진 날에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여행만 가면 부지런해지는 우리는 새벽부터  양양에서 출발해 차를 공원 안에 세우고 첫 케이블카를 탔다. 


설악산의 비경을 가장 편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권금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서서히 오르는 케이블카 아래의 숲은 아직 단풍이 많이 들지는 않아 좀 아쉬웠지만  건너편으로 울산바위가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빛나는 모습이며 신흥사의 아담한 모습 그리고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부쩍 변한 속초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잠시 정상을 향해 오르자 아름다운 만물상이 바로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역시 설악산!' 하며 또 찾는 것은 바로 이 기암괴석들 때문이다. 푸른 나무와도 오색 단풍과도 또 하얀 눈과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바위들이 오늘도 늠름하게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권금성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 중 하나가 안락암 앞의 무학송이다.  마치 학이 춤추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무학송이라 한다.  소나무의 수령이 어느새 800 년이 넘었단다. 위태롭게 서있는 모습이 얼마나 당당하던지. 오늘은 그저 눈도장만 찍어야 하는 노적봉과 토왕성 폭포도 그 뒤로 보였다.




케이블카 덕분에 가뿐하게 권금성에 다녀와서는 고민에 빠졌다.  마음으로는 울산바위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남편이 단호하게 도리질을 하는 바람에 금강굴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그곳도 쉽지는 않다. 

대부분이 권금성만 다녀가는지 아니면 울산바위 쪽으로 빠진 것인지 갑자기 길이 한산해졌다. 곰배령을 오를 때 단풍만 보고 갔던 것이 생각나 이번에는 열심히 나무 아래만 보며 걸었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려는 듯  이름 모를 꽃들이 눈에 띄었다.


오른쪽은 꽃향유
마치 새들이 날아오르는 것 같은 모습을 한 꽃은 '산박하'이고 오른쪽 꽃은 '투구꽃'이다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겼다는 너럭바위가 있는 곳이 와선대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의 와선대 바위는 꽤나 컸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큰 바위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 오르지 않아 비선대에 도착했다. 전처럼 계곡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게 하지만  떡하니 들어선 다리는 계곡 그리고 주변 봉우리들과 잘 어울렸고 주변 경관을 둘러보기도 좋았다. 미륵봉 선재봉 형제봉이 사이좋게 어깨를 기대고 있다.  미륵봉 등허리에  동굴이 하나 있으니 바로 금강굴이다. 그 옛날에 어떻게 그곳에 굴을 만들었고 또 까마득한 비알에는 어떻게 올라갔을까? 꼭 스님들은 꼭 그런 곳에 가야만 도를 터득할 수 있을까?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등산이다. 깎아지른 산허리에 있는 미륵봉까지 올라야 한다. 이번이 아마 세 번째일 게다 첫 번 째는 멋모르고 올랐고, 두 번 째는 일행 때문에 할 수 없이 올랐고, 이번에는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올랐다. 정말 끝도 없이 오르며 후회도 했다. 막판에 가파른 경사에 놓인 계단을 오를 때는 울산바위의 계단과 비교해 보기도 했다. 



경치야 말할 것도 없이 엄지 척이다. 그저 탄성만 나왔다. 어찌 된 일인지 산을 오르는 사람은 외국 사람들이 더 많았다. "Hi"도 외쳐보고 짧은 영어로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가는 영어 실력이 바닥을 드러낼지 모르니 그저 짧게 인사만 하고는 얼른 헤어졌다. 그들은 어떻게 등산까지 올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멋진 산은 처음일걸! 공연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금강굴까지 다녀왔으니 가슴이 뿌듯하다. 다음에 공릉능선은 아니더라도 울산바위는 한 번 더 다녀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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