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그랜드밸리, 울렁 다리, 뮤지엄 산, 만두축제
더워서 죽겠다고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새 나무들이 알록달록 해지는 것을 보니 벌써 가을이 왔다. 이번 부부 동반 여행지로 정해진 곳은 원주 간현관광지 내의 '소금산 그랜드벨리'다. 4년 전에는 출렁다리까지 600 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출렁다리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생겼다.
게다가 공사 중이던 잔도와 울렁 다리까지 개통되어 계단을 오르는 것이 어려운 사람도 울렁 다리까지 쉽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해발 200여 미터 높이의 암벽을 따라 설치된 잔도길은 길이가 300여 미터나 되어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어도 울렁 다리 건너 한 바퀴 돌아오는 것(약 3 킬로미터)이 보행약자에게는 쉽지 않다. 하지만 걷는 내내 발아래로 펼쳐지는 삼산천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결코 놓칠 수가 없다.
울렁 다리는 기대했던 것만큼 흔들리지는 않지만 출렁다리보다 더 길다. 산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걷는 순간 아찔한 스릴감과 계곡의 풍광에 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단풍이 많이 들지 않아 초록의 모습만 보고 왔지만 지금쯤 모든 나무는 붉게 물들고 있을 게다. 이곳에 새벽에 올라 물안개가 낀다면, 눈이 내린다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소금산 트레킹은 주차장에서 출렁다리까지 가는 데크 계단길을 올라 출렁다리 너머 하늘 정원길을 지나 잔도와 스카이 타워를 넘어 울렁 다리를 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전에는 무료였는데 케이블카를 타지 않아도 대인 만원, 소인 6 천 원의 돈을 내야 한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 출렁다리와 울렁 다리를 돌아오려면 통합권을 사야 하는데 대인 만팔천 원, 소인 만원이다. 경로 할인과 원주 시민 할인도 있다고 하니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고 월요일은 쉰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트까지 타고 내려오자 수고했다고 분수가 힘차게 춤을 추는데 다녀온 출렁다리가 저 높은 곳에 있다. 요금 낼 때 투덜거렸지만 케이블카 덕분에 쉽게 소금산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간현 유원지 가까이 있는 뮤지엄 산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제주살이 때 알았던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그는 이곳을 자연 속의 미술관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상징적인 노출 콘크리트와 바람과 빛과 물, 돌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자연의 감동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물을 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이곳의 특이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물의 공간이 많다.
빛이나 공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내가 즐겨 찾는 사진 출사지이기도 하다.
일행 중 건축을 전공한 분이 계셨는데 그는 건물 중앙에 있는 이 부분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건물을 바치는 기본 기둥이 없다. 공중에 뜬듯한 이 공간을 보며 그는 아직도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다.
야외로 나가면 마치 돌무덤을 상상하게 하는 곳이 있다. 이 돌을 쌓으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원형의 천창이 있는 제임스 터렐관이나 안토니 곰리가 구현해 놓은 작품 등을 볼 수 있는 곳이 새롭게 개설되어 꼭 들러보고 싶었으나 다른 일행들이 원치 않아 들러보지 못하고 온 것이 많이 아쉽다. 꼭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소금산 그랜드 벨리에서는 자연, 뮤지엄 산에서는 예술과 마주하며 새롭게 나를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원주의 명물인 만두 축제(중앙동 전통시장 일원 10/24~26)도 열리고 1,000 년 가까운 반계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67호)도 서서히 노랗게 물들고 있을 게다.
이 가을, 가까운 원주로 나가 힐링의 시간을 가져 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