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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따라 걷는 남양주 물의 정원에는 코스모스가 가득

물의 정원, 수종사, 두물머리

by 마미의 세상

물빛이 아닌 꽃빛으로 단장한 물의 정원(조안면 북한강변에 위치) 에는 지금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가을 하면 떠오르는 꽃, 코스모스.


지난 주말, 너른 들판에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고 싶어 달려간 곳은 구리 한강 시민공원이다. 몇 년 전 우연히 찾아가 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 노을을 배경으로 흔들리는 코스모스는 온통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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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도 열렸다는데 코스모스라고는 공원 안쪽에 조금 있을 뿐이고 비에 젖은 모습은 너무 쓸쓸해 보였다.

'이게 아닌데...... 내가 잘못 알았나?'

공원은 그동안 많이도 변했다. 전처럼 자연적인 모습은 온 데 간데없고 인공적인 모습뿐이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넓은 코스모스 밭을 상상하고 간 나는 잔뜩 실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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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한강 시민 공원


그다음 떠오른 곳이 강가에 황화 코스모스가 가득했던 남양주의 물의 정원이다. 역시 상상했던 대로다. 방금 전까지 내린 빗방울에 반짝이는 황금의 꽃물결 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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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를 따라 이어진 산책길에는 황화 코스모스가 끝없이 이어졌고, 길 건너에는 분홍 자주 흰색의 코스모스가 넘실대고 있었다. 나처럼 사진만 죽어라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을 꼭 잡고 꽃길 속을 걷는 연인들, 온몸을 가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그리고 벤치에 앉아 꽃 멍에 빠진 사람 등 제각기 가을꽃을 즐기고 있었다.

요즘 코스모스는 왜 저렇게 키가 작은 걸까? 향이라도 맡으려면 바짝 허리를 굽혀야 한다. 가슴이 울렁였다. 아직도 이런 감성이 살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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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의 연밭도 꽤 넓은 것으로 보아 여름에 찾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보행 약자를 위한 4인승 자전거도 운행 중이다. 허리도 무릎도 시원치 않은 나를 위해 가족들은 다인승 자전거를 타라고 했지만 내가 그곳에 간 이유는 꽃길을 맘껏 걷기 위해서 인데 자전거를 타고 도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꾀병이란다. 하지만 정말 카메라 한 대만 들려주면 다리가 아픈 것도 허리가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한다. 물론 카메라를 내려놓는 순간 갑자기 고통이 몰려와 어떤 때는 며칠 동안 몸져눕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리 몸을 사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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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 갔으니 꼭 들러야 할 곳은 운길산의 수종사다. 새벽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갔던 곳이다. 굽이진 길의 투박한 돌틈에는 어제 비에 젖은 낙엽들이 뒹굴고 있었다. 불이문을 지나 앙증맞은 해탈문을 지나자 정겨운 절집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낮은 기왓장 너머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곳에 온 지가 어느새 10 년도 넘은 것 같다. 건물들이 다소 바뀌었을지는 몰라도 시원하게 보이는 강 아래 풍경은 예전 그대로다. 바로 옆에는 차를 마시는 공간도 있다.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창너머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싶었으나 다음 여정 때문에 바쁘게 느티나무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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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에서 꼭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500 년 넘은 느티나무다. 아직도 천 년을 버틸 것만 같은 나무의 우람한 모습과 유유히 흐르는 강이 아주 잘 어울린다. 인증 숏을 찍기 위해 내려간 남편은 왜 그리도 왜소해 보이던 지. 우리는 늙고 있는데 나무는 아직도 한창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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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풍경 소리를 들으며 내려가다 보니 부처님께 절도하지 않았다.

바로 멋진 풍광 때문이야!


갑자기 허기가 몰려와 찾은 조안면에서 유명한 두부집이다. 담백한 순두부 한 그릇에 해물파전에 도토리묵까지 순삭해 버렸다. 멋진 경치를 보았을 때와는 다른 행복감이 몰려왔다. 잠시 차 한 잔 하며 쉴 곳을 찾다가 간 곳은 바로 두물머리다.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가 보다. 입구에는 꽤 많은 차들이 줄지어 있다. 재빠른 지인이 주차장이 무료로 운행 중인 찻집을 찾았다. 두물머리는 장거리 출사 갈 때면 들러서 일출을 찍고 가던 곳이다. 그동안 이곳도 많이 변했다. 연꽃을 많이 심어 놓아 풍성해 보이기는 하지만 멋진 나무의 반영은 보이지 않고, 나룻배의 위치도 바뀌었고 다분히 인공적이다.

낮이라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통에 전에 느꼈던 호젓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 멀리 펼쳐진 강의 모습이나 아직도 널찍하고 싱싱한 연잎이 흐드러져 있는 모습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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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하룻 동안 많은 곳도 다녔다. 어느새 다리도 무겁고 허리도 뻑적지근해졌지만 활짝 핀 코스모스와 수종사에서 마시지 못한 차와 강 풍경까지 떠올리니 마음이 말랑말랑 해진 것 같다.

이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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