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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추리 Jan 29. 2020

다케시마의 날과 위안부 의견서

<<보이는 거와 많이 다른 일본-23>>

한국인에게 일본 시마네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만들어 독도 도발의 진원지가 된 일본의 현, 바로 그 시마네현 말이다.


2005년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했을 때만 해도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지방의 작은 행사에 불과했지만, 점점 국회의원들과 정부 인사가 참석하는 사실상의 중앙 행사로 몸집을 키워왔다.


다케시마의 날인 2월 22일이 되면 전국에서 온갖 우익들이 몰려들어 노래를 틀고 주장을 하고 한국을 규탄하는 그들의 세과시가 여과 없이 펼쳐지곤 한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서  영토 탈환을 주장하는 일본 우익들


왜곡의 중심지, 반한 기운의 중심지로서 시마네현은 우리에게 각인돼 있고, 그만큼 반감도 크다. 그 선두에서 시마네현 의회는, '다케시마'에 대한 주민의 뜨거운 욕망을 담아내 증폭시키는 도발의 중추 역할을 2005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해내고 있다. 독도가 아니라 다케시마라고, 일본 땅이라고, 일본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그런데 그런 시마네현 의회가 2013년 6월에 우리와 관련된 상당히 의미 있는 의견서를 채택한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 지방의회의 의견서란 중앙정부 등에 뭔가를 촉구하거나 요구할 때 지방의회의 결의를 통해 채택하는 문서다. 의견서는 중의원과 참의원 그리니까 일본 국회와 총리에게 발송된다. 비록 법적인 구속력은 없어도 해당 현의회의 입장이 어떤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정치적 책임이 따르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시마네현 의회가 채택한 의견서의 제목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성실한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인권과 인간 존엄의 문제로 그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담화로 위안부에 구 일본군 관여를 인정하고 역사연구 역사교육으로 이 사실을 다음 세대로 전수해 가겠다고 표명했다. 그 후 2007년 7월에는 미의회 하원이 “구 일본군이 여성을 강제적으로 성노예로 삼았다”라고 해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 캐나다 필리핀 한국 EU 등도 비슷한 결의가 채택되었다.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 여성차별 철폐 위원회, ILO 전문가 위원회 등 유엔 기관으로부터 반복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권고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성실히 대응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나라의 책임이고 성의 있는 대응이 된다고 믿는다. 정부에 다음을 요구한다.


1.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에 기반해 이 내용을 성실히 실행할 것.

2. 피해 여성 분들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 명예와 존엄을 지키도록 진지하게 대응할 것 “    



아베 정권이 위안부 문제에 관한 도발을 계속 벌이자, 시마네현 의회에서 우리라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퍼지며 의견서를 제출하자는 뜻이 모아진 결과다. 2012년 12월 자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돼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직후인 2013년 6월은 새 정권의 기세가 등등한 시점이었다. 거기에 이견을 제시하며 맞선 용기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의견서가 아베 정권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진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의 '무반성'이 모든 사안에서 하나의 몸으로 움직이고 있지는 않다는 발견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시마네현은 독도와 관련해선 도발을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관해선 상식적인 입장으로 한국에 동조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독도, 위안부, 교과서, 자위대, 헌법 등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우경화는 한 방향으로 질주 중일 것으로 전제해버리지만, 실은 그렇게 모두가 한 레일로 갈 만큼 일본 사회는 간단하지 않다.


물론 일본의 우경화라는 큰 흐름이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이슈마다 서로 다른 입장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시마네현의 위안부 의견서 채택에서 확인하게 된다.


도쿄에서 열린 반 아베 정권 데모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 생각하는 이가 위안부 문제에는 사죄를 요구하기도 하고,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를 주장하는 이가, 야스쿠니 참배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침략과 식민지배는 사죄해야 하지만 평화헌법은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총체적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다양성이 가능해진 역설이라고 할까.. 똑같은 사람 똑같은 세력이 우리와 합치하는 주장과 우리를 거스르는 주장을 동시에 내기도 하고,  우리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듯하다가 다른 곳을 추구하기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은 하나의 모습, 하나의 얼굴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다양함을 극도로 단순화시켜 양심세력이냐 우익이냐 라는 단선적인 일본으로 그려온 건 우리로서는 침략자 일본의 다양성 따위를 주목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단선적 틀에서 바라봐온 일본은, 과연 있는 그대로의  일본일까. 우리는 일본을 상대로 어떤 손은 잡고 어떤 손은 거부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떤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현명한 지혜를 가지고 있을까..


오늘도 많은 일본인들이 양심과 우익의 구분을 넘어서 우리를 응원하기도 우리를 비난하기도 우리를 좋아하기도 우리를 미워하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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