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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Mar 13. 2024

철새 만나러 떠나는 여행, 금강하구 서해랑길

군산 - 서천까지 금강 철새 탐조 여행 

멋진 편대비행을 하는 기러기들

저 먼 시베리아 대륙에서 훨훨 날아 한반도에 찾아온 철새(Migratory bird)들을 보면서 문득 회귀(回歸) 본능을 생각한다. 대기는 차고 무쇠빛 하늘이 일상인 겨울이지만 잊고 지냈던 반가운 생명들이 찾아오니 덜 춥게 느껴진다. 


이맘때 금강하구와 주변 들판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그야말로 철새들의 잔치 마당이 된다. 서해안 최대의 생태여행지라해도 손색이 없다. 물줄기가 비단결같이 유려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금강(비단錦, 강江)은 발원지에서 하굿둑까지 397km이며 남한에서는 한강, 낙동강 다음으로 큰 강이다. 


서해랑길(55코스)은 금강하구에 조성한 하굿둑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여행하는 길로 겨울철새를 만나는 최고의 길이다. ‘서해랑길’은 서해바다 남쪽 끝인 전남 해남군 땅끝 전망대에서 북쪽 끝인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까지 1800㎞를 잇는 서해 둘레길이다. 


* 주요 여행길 : 군산역 - 금강생태습지공원(철새전망대) - 금강하굿둑길 - 금강하굿둑관광지 - 금강하구철새도래지 - 금강생태공원 조류관찰대 


서해안 최고의 철새 여행지, 금강하구


금강하구는 기차역 군산역이나 군산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찾아가기 편리하다. 금강 하굿둑 건설로 담수호가 된 금강호가 도보거리다. 금강호 일대는 서산 천수만, 철원 비무장 지대, 창원 주남저수지, 부산 을숙도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철새 도래지다. 흔들리는 갈대와 철새들의 군무(群舞)가 어우러지면서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그 모습은 형용하기 힘든 한 폭의 추상화 그림과도 같아, 한 번 본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간직하게 된다. 군산시 금강철새조망대, 금강하굿둑 일대, 하굿둑 건너편에 있는 충남 서천군 금강생태공원 내 조류관찰대 등 겨울철새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철새조망대가 있는 금강생태습지공원
철새들의 쉼터 금강하구

금강생태습지공원(군산시 성산면)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공항 관제탑을 닮은 금강철새조망대가 높다랗게 솟아있다. 조망대를 비롯해 철새신체탐험관, 식물생태관, 부화체험관, 조류공원, 인공폭포 등으로 이뤄져 있다. 11층 규모의 조망대는 상설전시관과 영상관, 수족관과 동물표본실 등으로 구성되었다. 


조망대에는 고성능 망원경이 설치돼 철새를 손에 잡을 듯 가까이 볼 수 있다. 전국 유일의 철새탐조회랑과 철새탐조용 가림막은 금강철새조망대가 자랑하는 시설이다. 여기에선 월동하는 철새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새들을 볼 수 있다. 금강습지생태공원에서 대여용 공공자전거(3시간에 1천원)를 빌려 타고 군산에서 서천까지 하굿둑 일대를 돌아봐도 좋겠다

다리 역할도 하는 금강 하굿둑

금강과 서해바다 사이에 조성한 금강 하굿둑 


철새 도래지가 된 금강 하굿둑(군산시 성산면)은 8년간 1천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1990년에 완공한 제방이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 일원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금강 주변 지역의 홍수를 조절하고 있다. 1,841m 길이나 되는 제방길은 군산과 장항을 잇는 교량으로 이용되어 관광지 역할도 하고 있다. 


하굿둑 일대에 날아드는 철새는 국제 보호종인 가창오리,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 백조로 불리는 큰고니, 머리를 갯벌 속에 박고 먹이를 찾는 개리, 수영과 잠수능력이 뛰어난 뿔논병아리, 이동할 때 V자 편대비행을 하는 흑기러기와 쇠기러기, 금실 좋기로 이름난 원앙 등 40여 종으로 수십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낮에 이동하는 것은 몸이 큰 새가 많으며 밤이 되면 몸이 작은 새들이 주로 이동하는데, 낮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밤이 되면 별을 중심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열심히 물질을 하는 혹부리 오리
천연기념물인 원앙 부부

하굿둑 주변에서 낚시를 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들이 큼직한 망둥이를 능숙하게 잡는 모습이 재밌다. 한 낚시꾼 아저씨는 “금강하구에 둑을 막기 전에는 썰물 때가 되어 바닷물이 빠지면 바닥을 드러낸 바다 습지였다”고 한다. 


“금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이 들어와 침수되는 일이 없고 들에는 가뭄 피해가 없어진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군산항이 기능을 잃고 옮겨간 것과 게, 조개 등 다양한 생태를 잃은 것은 손실”이라고 장단점을 밝혔다.


이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을 찾는 가창오리, 기러기, 청둥오리 등 겨울철새와 텃새가 흔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크게 줄었다”, “철새가 찾아오라고 벼, 보리 등 각종 곡식을 뿌리고 있다”며 군산시와 서천군의 철새 도래 촉진 노력도 들려줬다.

소년 낚시꾼
서천군 금강생태공원 조망대

금강1경, 서천 금강하구 철새 도래지


금강 하굿둑을 건너가면 충남 서천 지역이다. 사계절 썰매장과 바이킹, 회전목마 등 놀이시설이 있는 드림랜드와 게임월드, 자동차극장으로 이루어진 금강 하굿둑 관광지가 여행자를 맞는다. 맛집과 카페 등이 있어 하굿둑 일대를 돌아보며 거닐기 좋다. 관광지내 금강웰빙타운은 가을, 겨울에 찜질방을 운영해 뜨끈하게 몸을 지지며 금강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금강 제1경인 금강하구 철새도래지에 온 탐조객들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비상하는 고니 떼, 잘 훈련된 군인처럼 V자 대열을 지어 날아다니는 기러기 떼, 그리고 잔잔한 강물 위에 한가롭게 무리지어 떠 있거나 군무(群舞)를 추며 먹이를 찾는 철새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함에 절로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금강하구에 찾아온 수많은 철새들


강 하구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은 제법 매섭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가창오리, 도요새, 쇠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의 힘찬 몸짓을 보다보면 활기가 차오른다. 가창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몸집이 작은 새들은 맹금류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군집을 이뤄 날아다닌다. 


이들 새떼가 머리 위로 지나갈 때면 ‘두두두두’ 탱크 소리가 난다. 깃털에 묻은 물방울이 일제히 떨어져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여지없이 물 폭탄을 맞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해질녘 금강 하구는 별천지로 바뀐다. 검붉은 해를 배경으로 수천 마리의 가창오리, 검은머리물떼새가 하늘로 비상, 아름다운 군무를 펼친다. 마치 마술사가 요술을 부리듯 집단으로 춤사위를 펼치는 겨울철새들의 멋진 군무는 하루 여러 차례 볼 수 있다. 한데 어우러졌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새들의 몸짓은 하늘에 감동적인 추상화를 그려낸다. 


하루종일 본 것이라곤 갈대와 철새들 뿐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오늘은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고, 그렇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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