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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패션가 Jul 26. 2024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

단 1초의 주저함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 손!

어떤 색이 제일 좋아?
제일 좋아하는 색이 뭐야?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좋아하는 색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잘 생각해 보라.

대개 약 3초 정도 걸렸을걸?

일단 '음.'으로 시작하여 약 1~2초,

그리고 3초가 시작되는 그때, 나왔을 걸? (아마도 빨리 말했을 때)


왜 그러지?

일단 다른 사람 마음이니 잘 모르겠다.

나는 1위부터 5위까지 한숨에 말한다.


1위 블랙 (피치 블랙)

2위 레드 (스칼렛 레드)

3위 옐로 (애시드 옐로)

4위 핑크 (푸시아 핑크)

5위 블루 (아이스 블루)


나는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왜 매일 검정옷만 입어요?
검정옷이 정말 많으신가 봐요? 옷장에서 다 찾으실 수 있으세요?
빨간색 양말을 보면 본부장님 생각이 나요!


어른들은,

젊은애가 좀 화사하게 입지, 매일 그렇게 검을 칙칙하게.


뭐, 불혹을 훌쩍 넘긴 이제는 어른들의 말은 거의 듣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검정 옷만 입는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고.

TMI는 '나는 절대 염색은 하지 않는다'이다. 부쩍 세치가 늘어나고 앞머리와 옆머리에 듬성듬성 올라오는 것들이 발견되면서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급격하게 흰머리는 언제 났어? 난 염색을 안 하고 백발 할 거라, 세치가 백발로 언제 다 바뀔는지.



'검다'라고 모두 '검정 옷'이 아니다.

〈 질감 〉 이 다르기 때문이다.

'질감이 다르다'라는 말은,

다른 소재(재료 Material)의 블랙을 조율하였다는 의미다.


가장 쉬운 예시는, 서로 다른 소재의 제품을 착용하는 경우겠다. 블랙 실크 셔츠와 블랙 데님을 입는 식 말이다. 또 다른 예시는,

하나의 제품 안에 다양한 질감을 넣는 경우이다.

(사실 이러한 제품들이 비싸다.)

Prada Fall 2024 Ready to Wear

블랙 롱 코트이지만 패턴 자체가 패널로 나눠있어,

패널마다 다른 소재를 사용하여 조명이나 빛에 따라,

움직임에 따라 다른 광택을 나타낸다.


Prada Fall 2024 Ready to Wear

혹은,

같은 소재를 사용하지만 분량을 많이 잡아 주름을 만드는 것이다.

그 주름이 풍성한 '실루엣'이 될 수도 있고,

스티치로 눌러 '선'의 형태일 수도 있다.


흔히 마감 처리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아서 올이 풀린 듯한 실오라기의 풀림이 미세한 검정 선의 다수를 무심하게 나타기도 한다.


— The Row Resort 2025

The Row Resort 2025
The Row Pre-Fall 2024
The Row Pre-Fall 2024
Balenciaga Fall 2024  Couture
Balenciaga Fall 2024  Couture
Jil Sander Spring Summer 2023
Jil Sander Spring Summer 2023


질감이 다르다는 공감을 나누기 위해,

오늘만큼은 본의 아니게 (?)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이처럼 검정 옷은 그야말로 각. 양. 각. 색이다.

대신 액세서리는 절대 블랙을 하지 않는다.

빨간색 양말이 대표적이다.

사실 양말은 때와 기분에 따라이고,

목걸이, 팔찌, 가방, 신발 등이 그러하다.

모두 화사하고, 때론 화려해도 나는 괜찮다.

경쾌하며 (kitch) 밝다.

특히 목걸이가 나에게 그렇다.

낯빛을 밝히는 역할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검정 옷을 입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계산과 정렬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검정 옷만 입는다'라는 것은 상당한 오류가 있다.

그 안에는,

질감도 있고,

스티치 (박음선)도 있고,

그래픽도 있고,

다양한 선을 만드는 패턴도 있다.

그 외 기타 등등.


또한 그 검정이 바탕이 되어 곁들여진 작은 것들이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리에서 모두가 빛나게끔 정렬되어 있고,

위 이미지처럼 그들은 그걸 모두 고려한 것이다.

그 밸런스의 합이,

누군가의 눈에는 검정만 입는다 라는 대책 없는 한마디로 표현되는 것이다.


나의 스토리를 읽는 당신의 주변에도,

블랙을 고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혹은 당신도 블랙을 고집하는 누군가라면,


오늘의 나의 논리를 꼭 들이대어 대책 없는 한마디를 일축시키길 바란다.

꼭 말하고 싶을 때 말이다.

사실 나도 그 말조차도 귀찮아서 안 하긴 한다.


블랙은 패션에서 시크 chic 하다 의 대명사로 손꼽힐 정도의 최고이지만,

반면 자칫 조문상 가는 차림이 될 수도 있다.

즉,

쉬우면서도 어려운 선택이 바로 흔히 말하는 '올블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블랙 취향의 이야기가 끝은 아니다.


사실,

〈 브런치스토리 〉 를 시작하면서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현실 감각(?)을 깨워 줄 패션 이야기들을 목차로 정리해 두었다.

막상 시작하려는데,

왜 블랙 인지

어떤 블랙인지

부터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나의 색이자 힘이고 상징성이기 때문이다.


이번 스토리는 책 [ 컬러의 말 ]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저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금 | 이용재 옮김 월북 출판)을 인용하여 나의 〈 블랙 언어 〉로 짧게 이어간다.

컬러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나의 블랙은 정확히 말하자면 피치 블랙 (Pitch Black)이다.


(KR) 칠흑같이 새까만, 어두운, 완전히 까만, 깜깜한
(EN) very dark or black
(FR) noir de vigne


블랙도 종류가 많은데, 나의 블랙은 피치 블랙이란 말이다.

내가 여기는 피치 블랙은 점 하나의 투과가 전혀 없고, 약간의 반사조차 허락되지 않는 무결점의 완벽한 블랙의 상태이다.



흰색과 검은색은 색이다? 색이 아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색은 '자연에서 가져온 색'을 색다운 색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흰색과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므로 부재의 표현인 셈이다.

때문에 검은색은 찾을 수도 만들 수도 없고 깊이와 질감을 인식할 수 없다는 색이라고 책에는 기술되어 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Severinovich Malevich)의 '검은 사각형'

이어,

시대적 & 철학적 함의를 가진 〈 블랙 〉 을 설명하는데, 흥미로웠던 건 18세기부터 검정 패션이 선도되었다는 사실이다.


18세기라 함은,

우리가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넷플릭스의 〈 브리저튼 〉의 시대적 배경이다.

시즌1 다프네가 결혼할 때만 하더라도 낭만적이고 우아한 엠파이어 스타일의 화사하고 파스텔 계열의 주를 이뤘던 드레스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었다.


시간이 흘러,

시즌3 콜린은 파리 Paris에서 유행하는 스타일로 드레스를 과감히(?) 소화했고, 연회장에서 한눈에 주목받았던 한 장면이 나에겐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올블랙'은 아니지만, Dark Mood로 변모되는 감정선과 사회 문화적 배경이 맞물려 있지 않았을까 라는,

나의 단조로운 지식을 움직일 이미지를 수집해 보았다.



1881 –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Harmony in Pink and Gray
Ernst Josephson ~ Convalescent (1881)
1884, Nikolai Alexandrovich Yaroshenko Portrait of Vera Glebovna Uspenskaya

뭐든 언젠가는 지겨워지는 법이다.

은은했던 파스텔 계열을 채웠던 자리에 18세기를 기준으로 검정 패션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지저분한 회갈색이 아닌 진짜 검은색을 날염하는 기법이 도입되고

실용성이 대두되며, 맵시가 곁들여져 마치 승격(?) 된 듯 보였다.


18세기 〈 검정 패션 〉이 엠파이어스타일로 혹은 차분하면서도 세련되게 변모하며 내 눈길을 끌었던 작품 속 복장을 소개한다.




1875 Léonie Dufresne, baronne le Vavasseur by Carolus Duran


1889 Lady by Karl Rudolph Sohn
Joaquín Sorolla y Bastida | Señora de Sorolla (Clotilde García del Castillo, 1865–1929) in Black
1893 Mrs John Jay Chapman (Black Dress) by John Singer Sargent
1902, Robert Henri Young Woman in Black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Title: Elizaveta Ivanovna Artist: Mikhail Nesterov Date: 1926


나 역시 막연히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만 여겨왔던 것에서,

깊이 파고들어,

행간을 이해하려 애쓰고,

해석하고자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시각화하려고 뒤적거리는 과정에서 또 무언가를 배웠다.


동서고금과 시대를 거슬러서도 〈 블랙 〉 은 흔했지만 생생하고도 도전적인 현대성을 가진 캐릭터라는 인상을 주었다.


블랙은 언제나 '색(미술)'에게도, '패션'에게도, '사회'에게도 어떠한 메시지의 선언과 도전을 알리는 색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했던,

"어떤 색 좋아해?"라는 질문의 끝에는 나 역시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각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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