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시간을 꼼꼼하게 채울 수 있었던 ‘배움’과 ‘공유’의 공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사실 생각만 했지,
실제 내가 이걸 신청하고, 이렇게 진심으로 쓰고 있게 될 줄 몰랐다.
또한,
그냥 한 글자, 한 글자, 한 줄씩 채우면 '글'이라는 것이 써질 줄 알았다.
소싯적 패션 산업을 다루는 패션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던 덕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작가 신청하기]를 눌렀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300자로 나를 소개하라고 했다.
살면서, 300자로 나를 소개할 일도, 이유도 그다지 없었다.
처음엔 맥락 없이 글자를 채우다 보니,
못다 한 말이 남은 채 300자를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안 되겠다 싶어, 무선 노트를 펼쳤다.
‘구성’부터 시작했다.
이것저것 듬성듬성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단어와 문장들을 조합했다.
울림과 여운이 있는 어휘들을 떠올렸다.
최대한 단문으로 작성했다.
주어・ 목적어・ 동사 혹은 주어와 동사만, 혹은 형용사나 부사 사용의 매끄러운 정도 등을 나열했다.
이렇게 엉켜 붙어있던 단어와 문장들로 나의 묘사를 그려갔다.
정신 사납게 긁적인 노트였지만,
다문 속에 적절한 메모들을 찾아가며, 알맞게 축약했다.
그렇게 줄이고 줄여, 바꾸고 다듬기를 반복했고, 읽고 또 읽고 다시 또 봤다.
쓰긴 썼으나, 그날 바로 신청하기를 누르진 못했다.
다시 보면 , 분명 이상한 점이 발견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나는 다시 보고 읽고, 또 고쳤다.
마침내 [신청하기]를 클릭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의외의 배움과 치유를 알게 해 주었다.
‘나’를 위한 작업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엔 너무 오래 걸려서 나 스스로 놀랬다.
꽤 많은 정보 수집과 어휘력을 내게 요구하는 과정이었다.
네다섯 시간은 족히 걸렸던 것 같다.
지금도 뭐 조금 단축된 정도이지, 여전히 쉽게 써지지는 않는다.
다들 이렇게 쓰나? 나만 이런가?
나만 이런가 싶어 다른 작가들의 글들도 자주 들여다봤다.
다루는 글의 종류, 취향의 문제라는 걸로 귀결됐다.
지난 3개월 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나는 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정보나 사실, 단어 사용은 아주 부끄러운 일이니까.
요즘엔 사전을 뒤적거린다.
메모하기도 하고,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모르는 단어가 꽤 많아 깜짝 놀랐다.
잘못된 사용법을 알아내고, 고쳐 적어보고, 하나의 단어를 풀이하는 사전적 표현에서 쉬운 말을 발견하기도 한다.
언어는 날카롭고, 정확하게 쓰여야 한다.
내 생각을 글로 쓴다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기술은 중히 여겨야 마땅하다.
누군가는 정보나 지식으로 저장하여 삶에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세상에 퍼뜨려져 관념을 갖게 할 수 있는 무거운 책임감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이합집산 시켰다가 규합하는 사고와 정보력,
타인에게 그것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표현할 줄 아는 어휘력,
그리고 그것은 진심으로 담아낼 수 있는 가슴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력이 그 사람과 닮아있나 보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는 적당한 위세로 힘을 주고, 누군가만을 위한 허세가 아닌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패션을 담는다.
아주 조금은 괜찮아질 수 있는 그대들의 멋진 일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