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43 청개구리
오늘도
나는 나의 보리를 습관적으로 불러본다.
컴 히얼~
10살을 지나면서 반 인간이 된
나의 보리는
부르면 잠시 생각하는 요즘.
결론.
아이 돈 띵 쏘.
교섭 단절.
나의 보리는
내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서는 경향이 있다.
여기로 오라 하면 저기로 가는 아이.
하지만
내가 집착을 놓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거나
이렇게
내가 내 일에 열중할 때면
나의 보리는 내 옆자리를 지킨다.
지금은 한낮.
해가 머리 위로 떠오른 시각.
내가 가장 힘이 나는 시각.
나는 집중한다.
내 세상에 빠져있을 때.
나는 만들어냈다 지워버렸다가 그곳 세상에서 나는 제법 신처럼 살고 있다.
그런 이 시간을 나는 방해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낮은 택배 배달 역시 한창이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택배 아저씨의 박스 놓는 소리에
나의 보리는 일일이 하울링으로 대답하는데
제발.. 조.. 조용히 해줄래..
계속 그렇게 계속 울 거야..?
쉿!
쉿 하는 소리에 나의 보리는 소리를 멈추고
아주 잠깐 나를 쳐다본다.
생각하는 반 인간.
결론.
아이 돈 띵 쏘.
다시 하울링.
....
요즘.. 왜 그래?
뭐가 문제야
왜 안 하려고 했다가, 말 안 하면 안 울라고 했다가
하지 말라면 더해~?
왜 그래
고개 돌리지 말고
요즘 왜 그러는 거야~
왜 하지 말라는 거를 그렇게 해?
청개구리야?
우리 얘기 좀 해.
왜 그래 요즘
똑똑똑
엄마의 노크소리.
"넌 도대체..
뭐가 문제야!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짓만!!
도대체 왜 그래?!!! 뭐가 문제야! "
그것은.. 음..
엄마 손에 들린 것은..
하얀 빨래만 모아둔 빨래통에
나의 까만 티셔츠가 주범이 되어 하얀 세탁물을 얼룩얼룩 회색으로 물들여버린 증거물들.
아이 돈 노우.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서 나를 쳐다보는
어딘가의 두 눈.
하하하핳..
아.. 굉장한 시선이 느껴진다.
시선이..
순간의 깨달음이 몰아친다.
그렇다.
내가 누구한테 청개구리라며 말 안 듣는다고 뭐라 할 입장이 아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래
작업이나 합시다.
나의 보리는 엄마 따라서 거실로 총총총~
_보리 이보시오~겸상 못하겠다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