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도 여행기_ 출발 2
2020年 2月 16日
출발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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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의 목적지는 인도 서남부에 위치한 케랄라주, 코친 공항이다.
'인도'하면 보통 많이들 생각하는 북인도 델리가 아닌 남인도가 (나의 첫) 인도 여행지로 되었다.
그곳은 우리들 선생님의 고향이자,
아유르베다와 요가가 번성한 곳으로,
무엇보다도 북인도보다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힌두 문화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을 곳이었다.
큰 일정은 이러했다.
_코친 공항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일박 한 뒤, 다 함께 3박 4일간의 단체여행을 하고,
와이핀 섬으로 들어가 요가를 병행하며 각자의 몸 상태에 맞는 아유르베다 마사지로 일주일간 치료주를 갖는다.
그리고 나머지 3주는 소수인원으로 자유여행을 한다._물론 선생님이 그린 계획이었다.
사실 나는 인도를 여행한다라는 느낌보다 선생님 사는곳에 놀러 간다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왜냐하면 정말로 비행기가 이륙했는데도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도 돈이 루피라는 것과 인삿말 '나마스카라' , 인도의 몇 가지 신화, 붓다의 나라, 간디의 비폭력 운동, 소설 '작은것들의 신'의 무대라는것, 파괴의 시바신, 카레와 짜이 티_ 정도를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생각도 없고, 계획도 없고 따라서 걱정 또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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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자마자 나는 정신없이 잠들었다.
그렇지만
기내식 담은 카트 끄는 소리에 누가 깨우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아서 잠에서 깨어났다.
금세 눈이 말똥말똥해졌고, 양손으로 기내식을 받아 들었다.
출발 전_기내식을 미리 선택해 두었었다.
치킨 타입과 베지테리안 타입, 두 번 모두 베지테리안 타입으로 선택했었는데.
한 번은 호박밥
그리고 또 한 번은 야채 비리야니가 제공되었다.
베지테리안 기내식에는 녹색 베지터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좌석 앞쪽으로부터 음식 냄새가 흘러와 내 식욕을 자극하고 있어 마음 조급하게 먹을 준비를 했다.
음식 냄새 가득하고 모두가 부산스러운 이 와중에 잠자느라 기내식을 패스하는 사람들을 '아 그렇구나'할 뿐,
이해할 순 없었다.
기쁜 마음으로 뜨겁게 데워진 은박 소재의 뚜껑을 열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사이로
한가운데 찐 당근이 있는 길쭉한 쌀 볶음밥과 브로콜리 볶음과 양념된 콩 고기가 나누어 담겨 있었다.
비리야니는 우리나라의 볶음밥 같은 것인데, 녹색과 흰색 주황색 갈색의 조합이 건강하게 느껴졌다.
비리야니에서 고소한 맛이 났다.
기름 맛일까. 야채맛일까.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비행기 안에서 늘 뭐든 맛있게 먹었다.
비리야니, 콩고기, 브로콜리를 조금씩 한입에 넣고
천천히 먹기 위해 의식적으로 오물오물 꼭꼭 씹고 있자니
몇 해전의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나온 아이유의 밥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참 예뻤고 새하앴고, 밥을 천천히 먹었었더랬다.
그러다가 습관적으로 물휴지를 뜯으려 했는데,
함께 있던 물휴지와 냅킨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be kind to mother earth.
아.
그렇지.
우리는 지구에 너무 버리기만 하고 살고 있지...
사실 지금 반드시 물휴지가 '필요한' 상황이란 별로 없었다.
내가 뜯고 쓰고 있는 것이 물휴지(쓰레기)라는, 생각 없이 쓰고 있는 나날들이 너무 많았다.
쓰레기는 피용 하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어딘가에선 불순하게 쌓이고 어딘가에 해롭게 바뀌고 어딘가의 생명을 파괴적으로 만든다.
티슈 위의 글이 내게_ 너의 생활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our planet'의 한 구절이 묵묵하게 떠올랐다.
_앞으로 20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고_
나는 그 다큐를 보며 눈물을 흘렸었다.
남기지 않고 싹 먹고 난 뒤
나중에 쓸 수 있을 것 같은 몇 가지 플라스틱류를 가방에 넣었다.
우리 이제부터라도 어렵게 만들고 어렵게 버렸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꺽~
배 부르고 동시에 뱃속이 따뜻해 기분 좋았다.
신생아처럼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종종 사육장에서 자고 있는 돼지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충실하게 반복하고 있는 돼지가 여기 있었다.
그렇게 다시 순종적으로 잠들었다.
7시간 정도 지났을까.
기장의 안내방송이 지지직 거리는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환승을 위해
비행기는 쿠알라룸푸르에 착륙했다.
좁은 통로에서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고 빨리 잠에서 깨야 했으므로 그 어수선함에 메슥거렸다.
허리에서 우두드득 소리를 내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처음 와본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일행들(아는 얼굴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우린 아직 서로를 잘 몰랐지만.
뭐랄까. 마음이 든든했다.
길을 잃어버리면 이중 누구라도 나를 찾아줄 것만 같은 그런 종류의 든든함이었다.
카트에 짐을 싣다가 전과 달라진 온도에
걸치고 있던 숄과 양말을 벗어 가방에 넣었다.
코친행 비행기를 타려면 이곳에서 5시간 대기해야 했다.
좀 전의 비행기에서보다 이국적 외모의 사람들과 한데 섞여 움직이고 있자니 또다시 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여권과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며 그 존재를 확인하고 있었다.
_평소에도 나는 전화기와 카드를 잘 잃어버렸기 때문에 카드나 전화기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한국을 벗어나 두 개 중 어느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이라고_ 여권과 핸드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것을 조금의 강박처럼 느끼고 있었다.
로비 한쪽에 모여, 은경 선생님이 의견을 내놓았다.
함께 다니기엔 인원수도 많고 (서로가 아직은 서먹하니 )편하게 각자 시간 보내다가 보딩 시간에 맞춰 환승게이트에서 만나기로.
굿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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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차나 한잔 할까?
말레이시아의 돈의 이름은 링깃. 처음 듣는 이름 링깃.
당연히 링깃은 없었기에 나는 달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공항 안에는 푸드코트. 바(bar), 패스트푸드, 카페가 곳곳에 있다.
아이드 라잌 어 컵 오브 카페라테~
입에서 영어가 소심하게 새어 나왔다.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나는
아이스 라테와 바나나 케이크, 카야 쨈 토스트를
은샘은 밀크티를, 혜영언니는 알 수 없는 이름의 빨간 누들과 알 수 없는 뿌연, 뭐랄까 우리네 식혜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카페라테의 맛은 형편 없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다는 것에,
여행을 시작했다는 것이 기뻐 작은 농담에도 크게 웃었고.형편없는 라테도 또 다른 커피의 맛으로 느꼈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가볍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나의 위는 계속해서 가득 차 있었다.
티타임을 마치고
우리는 명품과 명품 사이를 왔다 갔다하며 그래도 말레이시아 공항의 다른 점을 애써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가 도시를 닮듯,
어느 나라 어느 공항을 가도 공항은 닮아 있었다.
도시 안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것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쉽게 지쳤다.
백화점같은 공항 안에서의 5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한자리에 앉아서 책이나 읽고싶은 마음이었다.
다리도 아프고 다른 공항과 다른 점이 없다고_ 지쳤을 때쯤.
어흥~
은샘이가 눈치 좋게 차갑고 시원한 맥주 한 병을 사 왔다.
호랑이 기세 좋은 마이 페이보릿 비어_타이거.
오 마이 갓.
은샘이는 나이는 나보다 5살 아래 동생으로, 그녀는 현역 요가 선생님이다.
그녀는 물고기와 식물을 키운다. 길고양이를 위해 츄로를 늘 가방 속에 들고 다닌다.
환경보호와 지구의 모든 에너지에 큰 관심이 있는 그녀는 그녀 자체로 이미 건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은샘이 사 온 맥주를 한입마시고 혜영언니에게 패스했다.
혜영언니는 4살 위 언니로 현재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숙박업 사장님이다.
긍정적 에너지의 영향력,말의 힘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 큰 관심이 있다.
한 병을 셋이서 나누어 마셨다.
그리고 기운 좋게 의자에서 일어나 게이트로 움직였다.
노랗고 화려한 금색 장신구, 형형색색의 옷들,
까맣고 빽빽한 턱수염.
코친행 게이트 앞 대기석에는 이미 인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인도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행들 얼굴이 하얗게 돋보였다.
우리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간단한 요가 동작을 하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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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여 밤이 되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코친 공항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자야와 영미쌤 모습이 상상되었다.
인도. 코친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엉덩이 밑으로 진동이 느껴졌다.
드디어 이륙하는 비행기.
이륙의 순간.
비행기의 바퀴가 땅에서 붕 떠 오르고
이제 난다는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섞여 배가 간질간질 거리는 그 순간은 비행에 있어서
기내식에 이어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비행기 밖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지상 위의 불빛들이 점점 멀어지고,
내 좌석 바로 옆에 있던 비행기의 새하얀 날개만이 눈에 보이던것이
이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만 하늘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별들이 내 얼굴 가까이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 멀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거리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까맣고 반짝이는 밤하늘 안을 날고 있었다.
눈앞에도 눈 옆에도 저마다 자리에서 제 위치를 알리고 있는 수많은 별들.
별과 나는 가까이에 있지 않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별을 본건 처음 아닐까.
손을 뻗으면 북두칠성이 손끝에 닿을 것만 같았다.
자리가 창문 좌석인 건 행운이었다.
빛이 없으면 더 빛나_
그렇게 나는 융으로 감싼 새까만 공 안에서 하나씩 빛나는 별들에 둘러싸여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비행기는 코친을 향해 쉼없이 날고 있었다.
주위가 조용했다.
불이 꺼진 비행기는 정말로 조용했다.
까맣게 빛나는 하늘 앞에서 그동안의 시간들이 천천히 지나간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 뿌리 깊은 불안함과 그 안에서의 기특함, 내 안에 고여있는 물웅덩이와,
여전히 엉켜있는 실과 그 실타래를 앞에 두고 차분하게 숨을 고르는 모습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모르겠다. 다시 잠든 것 같다.
_
은샘이가 나를 흔들었다.
갑작스럽게 기내 조명이 밝아졌다.
도착했다고.
코친에 도착했다고.
리얼리?
코친 공항의 '코친(cochin)'글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기쁨의 환호.
코친.
인도. 케랄라에 드디어 도착.
이제는 정말로 선생님들이 저밖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신나 죽겠다.
늦은 시각에 도착한 코친 공항은 우리만 있는것같이 조용했다.
입국 심사대로 향하는 복도는 넓은 공간으로 이어졌고
그곳엔 거대하고 리얼하게 잘 만들어진 까만 코끼리 조형물이 ‘웰컴 투 인디아’ 같은 느낌으로 우리들을 환영하고 서 있었다.
이-비자를 발급받기 전 우리 일행은 우리가 코로나로부터 아무 문제없음을 증명해야 했다.
코리안들은 이쪽으로-
공항 닥터가 체온 체크와 몇 가지 질문으로 기본 사항을 체크하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
비자 발급 및 입국절차 데스크로 갈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은 서류였지만 ,
공식적인 이런 공간에서의 공식적인 서류 작성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코리안들은 한 덩어리로 뭉쳐, 돌돌 뭉쳐 쉽고 어려운 작성지를 완성해 나갔다.
done
여럿이 함께 있어서 다행이었다.
문제없이 통과.
무사 도착 기념사진을 찍었다.
환하지만 텅 비어있는 공항을 순서대로 지나 짐을 찾고,
문밖으로 나갈 시간이 다가왔다.
게이트가 다가올수록, 두근거리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나가서 자야와 영미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한 두 달 못 봤는데 내 마음은 그들이 그립고 많이 보고 싶었다.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이 빨리 지던 찰나.
새빨간 4g 간판이_아 맞다 유심.
나는 유심은 공항에서 마련하는게 편리함에서 제일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선두그룹에서 4g 앞으로 빠져, 유심을 교체했다.
손은 열심히 유심을 교체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게이트를 빠져나가 있었다.
게이트 문이 열리고
인도의 공기가 코로 들어왔다.
어서와 인도는 처음이지?
흡-
핫. 흡.
살아 있는 듯한 더운 공기가 마치 지니와 같은 모습으로 내몸 위로 감겼다.
거대하고 덥고 습한 공기가 반갑다고 내 몸에 찰싹 달라 붙었다.
겨울과 장시간 에어컨바람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이곳이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습기가 너무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자 여기는 이제 인도입니다. 어서 와요~
습기는 반갑게 모공 사이사이를 춈춈 하게 채웠다.
한밤인데 이곳.. 대단한 날씨구나.
머리와 겨드랑이와 인중에 땀이 느껴졌다.
공항 밖은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유심을 사느라 조금 늦게나와 그런지 일행의 꼬리가 잘 보이지가 않아
캐리어를 돌돌 끌면서 두리번 두리번 발걸음을 옮겼다.
한쪽 끝에서 짐 체크 중인 하나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저기다.!
캐리어를 끌고 무리를 향해 빠르게 가는데
자야가 보인다.
“자야!!!!!”
"boram!!!"
냅다 달려가 땀을 흘리며 상봉했다.
인도의 습기 요정은 여전히 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였다.쉽게 떨어질것 같지 않다.
하지만 모든게 괜찮았다.
여행 하면서 이곳 날씨에 익숙해지면 아마도 습기 요정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었다.
맨날 보던 선생님을 여기서 보니 무지무지 반갑다.
보람 웰컴 투 인디아.
인도에 온 걸 환영해.
생각없이 반갑고 반가운 인도 첫 도착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