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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Nov 10. 2020

스와라 인디아

첫 인도 여행기_kodungallur/night flight


2020年 2月 17日

꼬뚱갈루르 사원(kodungallur)



차는 천천히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


여전히 더웠지만

예의를 갖추기 위해


나시티 위로 긴소매 옷을 걸쳤다.


2월과 5월사이, 건기에 힌두 사원에서는 푸람(사원축제)이 열린다.

힌두 달력으로 이 시기에 여러 기념일이 있다.


멀리 보아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사원임을 알 수 있었다.


자야말로 꼬뚱갈루르 사원은 사원 중에서도 작은 크기에 속하는 소규모 사원이라 했는데

어른,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처음 와본 사원임에도

사람들이 모며 만들어진 축제 분위기에 마음이 들떴다.

많은 이들이 문두를 두르고, 사리를 입고 있었다.


대다수의 현지인들은 여전히 전통옷을 입고 생활하고 있다.

전통옷을 입고 생활하는 모습은 양장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좋아 보였다.


물론 양장 차림을 생활화한 사람들도 가끔씩 눈에 띄긴 했지만, 비율로 보자면 전통 복장 쪽이 많았다.

케랄라(남인도)에서 남자의 전통옷은 문두

여자의 옷은 사리라고 부른다.



문두와 사리 둘 다 직사각형의 기다란 한 장의 천인데, 여자의 옷으로 불리는 사리 쪽이 길이로 보자면 훨씬 더 길다.

한 장의 천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두르는 법, 매듭의 방법은 아주 다양했다.

매듭법이 있기에 문두는 보기에 쓱 하고 쉽게 풀어질 거 같아도 절대 풀어지거나 벗겨지는 법이 없다한다.

흰색 천 위 금색의 장식은 케랄라 시그니쳐 디자인으로 사원이나 혼례 등 예를 갖추는 자리에서 입는다.

색이 있는 문두는 룽기라고도 부른다.

화려한 색의 룽기는 일상복으로, 흰색과 누렁 색(수행자의 색, 카비 색)은 의례용으로 입는다.




앞서가는 자야를 따라

자야가 하는 데로

입구에서 신발을 벗었다.



'어서 와 맨발은 처음이지? '

'응 처음이지.'


맨발로 걸어본 거라곤 동네 공원에 있는 건강 자갈밭을 호들갑스럽게 걸어본 게 다였다.

하루 종일 해를 받아 따뜻해진 땅의 거친 느낌이 발바닥에 전해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발가락이 움츠려 들었다.

신발 밖으로 나온 발은 방금깐 마늘같이 매끈해 보였다.

'왠지' 움츠려 든 발로 희한하게 비틀비틀 걸었다.


편안하게 걸으면 될 텐데

따끔따끔해서 자꾸만 발가락이 움츠러든다.

발바닥에 뭐가 자꾸 달라붙는 것 같아 수시로 털어냈지만

처음이라 어색한 것일 뿐이라 생각했다.


그냥 힘빼고 걸으면 될텐데 왜 그렇게 불필요하게 긴장하고 사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게된다.


맨발은 기분이 꽤 괜찮았다.

사원으로 들어서자 기다란 탑(푸람)이 서 있었다.


오랜 시간 불을 밝혔을, 코코넛 기름자국이 군데군데 선명했다.

돌바닥과 모래바닥을 번갈아가며 밟았다.


잠시 뒤 일행과 합류하여


사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끔 밟는 큰 돌멩이에 온몸이 찌릿찌릿.


사원을 크게 두르고 있는 벽 전체가 나무장이었는데, 장의 칸마다 간장 종지 같은 작은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코코넛 기름이 가득 담긴 그릇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릇 하나하나에 붙인 불로 환하게 빛날 아름다운 사원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사람 손끝에서 심지 위로 옮겨진 불씨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음이 편하다는 건 뭘까.


이곳에 들어서서 나는 마음이 묘하게 편해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묘한 느낌이었다.

장소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기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전달된다.

아주 잠깐 불 밝히는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사원 뒤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시작된 것이다.


맨 발바닥으로 두근거림을 느끼며

소리 쪽으로 빠르게 발을 옮겼다.




현란한 꽃장식 금장식

빠른 장단에 쉼 없이 두드리는 딸깍딸깍 북소리

장단과 합을 맞춘 율동과

황금장식의 코끼리들.

세 마리의 리얼 코끼리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엄청나게 번쩍이면서.


불규칙했지만 규칙적으로 반복되던 이 거센 소리는

케랄라 전통음악인

멜람이다.

멜람을 중심으로 축제는 밤새워 지속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듬과 장단은 그 세기가 점점 거세졌고

에둘러오는 소리가 아닌

귀에 팍팍 꼽히는

날것의 소리가 되어갔다.

소리의 빠르기, 세기가 너무나 거세어 나는 그것이 소리가 아닌 주술 문장과 같이 느껴졌다.

어지러웠다.

자야는 옆에서 뭔가를 계속 설명해 주었지만


다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 청각을 잃은 것 같아.


처음 경험해 본 오늘 멜람은 멜람 중에서도 아주 소규모로 말하자면 맛보기용이었다.

앞으로  더 큰 푸람과 멜람을 만날 예정이었다.



이땅에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할 정도로 이 땅에서 사랑받고 추앙받는 코끼리 라지만


사실상 사슬을 질질 끌고 움직이는 코끼리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안전상 문제라는 큰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것이 학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음에도..

사원도 푸람도 처음인 내게, 이들이 딱하게 느껴진 건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다가

마주친 눈.



살면서 동물과 가까이 마주했던 건 동물원. 심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처음 맛본 맨발과 ,멜람처럼.

처음

아주 가까이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금색의 또 다른 이름은 흙색일 것이다.라고.


그들의 눈은 금빛 흙빛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어둠과 황금빛을 함께 담고 있던 눈.

이 눈이라면 아마도 이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눈.


또 생각했다.

신이 그 형상을 하고 있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흙은 또 다른 황금이다.


-인간이여 지혜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내 상상 코끼리와는 완전히 다른 눈을 하고 있던 금빛 코끼리들.

북소리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그렇게 코끼리를 졸졸 쫒아 가다가 코끼리 똥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방금 배출한 코끼리의 똥냄새는,

다시는 거대한 녹색 경단이라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4화 참조)

풀만 먹고 어떻게 이런 냄새가 나나 싶을 만큼 지독했다.


사원위에 걸친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온 사원안에 가득한 코끼리 똥 냄새는 빠르게 잊을수 없었다.

묵묵하게 올리던 불은 어느새 사원 전체를 비추고 있었고.


저절로 기도를 하고 있던 우리들이었다.


무언가를 바라는 내용의 기도라기보다 감사함이 올라와 감사하다라는 말만을 반복하던 기도였다.

내 이마에 붉은 물감.


영미 선생님이 다가오더니 이마 위에 붉은 점을 찍어 주셨다.

이곳 사람들이 이마 위에 찍고 있던 빨간 '그것'.

이것이 뭔지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면서

이마 위에 꽃이 핀 것마냥 기분이 좋았다.

이 빨간 점이 뭐라고 이마에 찍자마자 한층 더 인도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찍은 빈디는 그렇게 가볍고 즐거운 느낌이었다.


빈두를 이마에 찍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우리들에게


한 명 두 명씩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며 사진이라는 바디랭귀지를 보였다.

신기하게 생겨서였던 웃겨서였던 상관하지 않았다.

즐거웠으므로

그녀들 폰에도 내 폰에도 한 장씩

함께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나는 궁금해졌다.

내가 모르는 그들의 언어, 문화, 사람들, 알아듣지 못하는 농담들까지.

궁금했고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던 순간이었다.

알면 더 재밌겠지?


하지만 .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있는 재미가 있고, 하나도 모른다고 해서 재미없는 건 아니었다.


일단 신생아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공항으로 움직여야 했다.

밤 11시 비행기로 이곳 코친에서 벵갈루루로 이동한다.

벵갈루루는 또 어디란 말인가.


여권을 모두 걷어 영미 선생님에게 드렸다.

영미 선생님은 맨 앞에서 빠르게 모든 절차를 마쳤다. 작지만 야무진 여성이다.

자야는 아침에

3일분의 짐을 따로 챙기라고 했다.

다음 주부터 이곳에서 아유르베다 치유받기 전, 3일을 다른 주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되도록 짐을 분리해서 큰 짐을 놔두고 작은 짐만 들고 가자고 아침부터 말해왔다.


코친 공항 국내선으로 이동한다.


우리들의 큰 짐(캐리어)들은 아마도 지오가 맡아주는 것 같았다.

깐난이도 지오도 2박 3일간의 벵갈루루 여행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볼 것이다.

사흘 뒤에 다시 보자.


우리가 가는 곳은 벵갈루루_케랄라 주에서 카르나타카 주로 이동하는 것이다.

카르나타카주는 케랄라 바로 위에 있는 주다.

그 말은 선생님도 어쩌면 말이 안 통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

선생님의 ‘마이 플레이스’에서 ‘어나더 플레이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같은 인도 사람이라 하더라도 주가 달라지면 다른 언어와 문화로 살기 때문에 말리얄람어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공용어로 영어를 쓰기 때문에 완전히 안 통할 리 없지만, 모국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해서 인도의 남부와 북부는 다른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랬다. 같은 국적이어도 서로가 외국인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모국어를 쓰는 대한민국에 사는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신기했다.

하긴 뭐 제주도 사람과 평안도 사람이 만나도 말이 쉽게 통하진 않을 것이다.

사투리가 다른것과 언어가 다른건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케랄라 주가 남한보다 크잖아, 이 대목에서 인도를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코친에서 벵갈루루까지는 2시간 정도 가면 되었다.


밤 비행기는 마치 ‘모두 어서 잠들어 주세요.’라고 말하듯 잠들기 딱 좋게 조명을 꺼버렸다.

덕분에 언제라고 기억하기 힘들게 꿀잠에 들었다.

요번에도 프지직 거리는 기장의 착륙 방송 소리에 눈을 떴을 떴다.

산나물 선생님과 은경 선생님은 조용조용한 데시벨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덜컹~하더니 비행기가 땅에 닿는 게 느껴지고

쿠르르르 바닥에 바퀴 굴러가는 소리로 이어졌다. 곧 완전히 멈춰 섰고 간단하게 배낭을 메고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이런 간단한 짐이 너무 좋았다.


공항 밖에서 새로운 버스를 기다렸다.

케랄라보다 위에 있는 벵갈루루는 케랄라보다 서늘했다.

케랄라가 한여름 날씨라면 이곳은 가을 날씨였다.


벵갈루루.

오랫동안 옛 마이소르 왕국의 수도였으며 토착어로는 칸나다어를 사용.

행정, 교통의 요지.

상공업. 섬유공업과 하이테크놀로지 발달로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고 있는 곳이다.


높다란 빌딩과 프랜차이즈의 풍경은 익숙한 풍경이었다.피자헛 간판이 보였고 피자가 먹고싶었다.


잠시 뒤

앞 유리에 화려한 장식을 팔랑이며 지오의 버스보다 훨씬 큰 대형 버스가 우리 앞에 정차했다.


그리고 슈퍼마리오 같은 남자가 내리더니 자야와 악수를 했다.

순한 인상을 하고 있는 이 사람의 이름은 로흿.

앞으로 2박 3일간의 카르나타카주 여행에 함께할 새로운 친구다.

나이스투미츄 로흿.


호텔로 향하면서 다시금 잠에 든다.

내일은 어딜 가게 될까 뭘 먹게 될까. 몸이 땀으로 절어 있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인도에 온 지 수일이 지난 느낌이었지만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다.

시간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져 하루가 몇배나 길어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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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까악 까악.

말리얄람어로 까마귀는

 '까아'




비슷함이 많은 우리 말과 말리얄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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