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의외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차별적 언사들
우리나라에서 남녀평등을 외친 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미국의 수장은 성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많이 올랐던 사람이고 지금도 진행형이니까요.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회사에서도 말도 안 되는 성차별 발언들과 성추행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언급하기도 싫지만, 의외로 남자 직원들이 모르는 성차별적인 발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늘은 남자 직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 합니다.
“미팅 갈 때 성별 맞추면 좋잖아”
“OOO 씨, 내일 스케줄 어떻게 돼? 나랑 미팅 가자. 너무 남자들끼리만 가면 보기 안 좋아서 성별 좀 맞춰서 갈려고” 주변에 이런 경우 많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대학교도 성별을 나누어 5:5로 입학을 받았던 것 같은데, 그 역시 능력보다 성별을 우선시한다는 이유로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팅이나 회식 때 성별을 맞추자는 이야기는 분명 잘못된 발언이고 이 시대에 별로 필요 없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야 넌 화장 좀 하고 다녀라”
친한 동기일지라도 직장에서 이런 발언들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야 넌 여자애가 왜 화장도 안 하고 다니냐?” 글로 보면 되게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지만, 직장 상사가 이야기하거나 친한 남자 동기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말입니다.
여자가 화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성성을 무기로 영업에 활용한다 정도로만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화장을 안 한다고 불쾌감을 주고 고객이 떨어져 나갈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말을 동기들이 한다면 그분은 화장을 열심히 하고 다니는 남자인지 궁금해집니다.
“혹시 오늘 그날이야?”
여자 상사들이나 동료들은 오늘 짜증이 많이 난다거나 피곤해한다고 해서 ‘생리기간’으로 바로 연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을 배려하고 이해한다며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생리기간’으로 컨디션을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자들은 사람마다 정도와 종류가 다르고 몸의 다양한 변화들 조차 무지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와서 여직원이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감정적으로 일처리를 한다는 편견 역시 상당히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 같습니다.
“내 딸내미가 말이야”
딸 이야기라서 별게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제일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입니다. 딸 가진 아버지들이 가끔 딸의 2차 성징이나 신체에 대한 이야기나 고민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딸이 청소년기 이상일 테니 보통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에서 나오는 언사죠.
아무리 딸아이의 신체변화나 몸매에 대한 이야기라도 분명 듣는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직장 동료입니다. 딸애 신체 얘기가 궁금하시다면, 그런 건 사모님께 여쭤보는 게 더 옳을 것 같네요.
넌 좀 센 편이잖아
여직원은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의견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쎈언니’ 등의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여직원들에게 “넌 왜 이렇게 남자애같이 대답하니?” 같은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Always라는 브랜드에서 했던 #LikeAGirl이라는 캠페인이 생각납니다. ‘소녀같이 행동해라’라고 했을 때 실제 '소녀'들은 강하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뭔 남자가 기집애같이 굴어?
남자 상사가 남자 부하직원에게 이야기할 때도 성차별적 발언이 있다고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보통 남자 직원들에게 ‘기집애같이 군다’라는 표현은 소극적이다 / 소심하다 / 목소리가 작다 등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여직원들 앞에서 남자 직원들을 꾸짖을 때도 성차별적인 발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토르 - 라그나로그’에서 왕실의 특별 군대와 빌런 역의 ‘헬라’의 성별이 무엇일까요? 이미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영화에서도 힘과 성별을 동일시하진 않습니다.
여자치곤 네가 좀 잘하는 편이지
이건 또 무슨 황망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보통 앞에 이런 말들이 붙습니다. ‘내가 보통 여자 직원들이랑 일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 ‘내가 보통 여자 직원들과 친하지 않아서...’ , ‘내가 여자 직원이랑 일해본적이 없었는데...’ 등 이야기를 하면서 칭찬이랍시고 ‘여자치곤’이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합니다.
남자들이 함께 오랫동안 야근하고 체력적으로 버텨준다고 능력을 더 대우받는다는 것은 이제는 별로 옳지 않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되 잘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넌 너무 예민해
누가 쓰던 물건을 안 쓴다던지,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던지, 한 냄비에 다 같이 숟가락을 넣지 않는다던지 하는 행동들은 ‘예민해서’가 아니라 외국에선 당연한 일입니다.
소리에 예민하다던지 냄새에 예민하다던지 하는 것은 어쩌면 예민하다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 배려해줘야 하는 일 아닐까요? 예민하다고 폄하당하는 사람도 사실 엄청 참은 것일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다 보니, 회사의 크기와 관계없이 성차별이나 성추행 사건들이 은근히 많이 일어나는 걸 목격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원인은 회사의 교육과 대처 시스템에 대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런 장치들이 잘 되어있는 회사를 찾기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적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사내 교육이나 처벌, 어떤 회사에 징계나 법적인 조치, 불매 운동 등을 한다고 하더라도 단 번에 수천 년 넘게 있어온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자체적으로 조금씩이나마 의식을 전환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모든 생명은 동일하게 소중하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틀린 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