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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자룡 Oct 03. 2023

'~인 것 같다' 저주에서 벗어나자.

“오늘 영화 어땠어?”

“재미있는 것 같아.”, 

“저녁은 맛있었어?”

“맛있는 것 같아.” 


느낀점을 솔직하게 나타내는데, 왜 굳이 추측이나 예상을 나타내는 ‘~인 것 같다’는 표현을 쓸까? 사람들은 평소에 이 말을 남용한다. 나는 ~인 것 같다를 들을 때마다, 무게 중심을 뒤에 두고 도망다니면서 잽만 날리는 격투가가 상상된다. 그런 솜사탕 펀치에 KO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극적이고 약해 보인다. 전문가로 살고 싶다면 회피하는 언어 습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


특히 돈이 되는 글쓰기에서는 ‘~인 것 같다’는 표현을 가급적 삼가 하자. 전문가는 왜 전문가라고 불리는가? 전문 지식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인 것 같다를 자주 쓰면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 나는 대한민국 정상급 강사들을 여럿 보았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무한한 자기 신뢰와 전문지식에 대한 확신이다. 무언가를 주장하는데 잠시의 망설임도 없다. 거침없이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물론 찬찬히 뜯어보면 그분들의 말에도 오류가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맞고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자신의 주장에 확신있는 전문가들한테 추종자들이 몰린다. 왜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명확함을 무기로 사람들을 교육한다면, 이끌리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만약 전문가가 저열한 지식과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혹세무민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교육관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리드한다면 확신은 무궁무진한 힘을 발휘한다. 


“제가 선생님 말을 들으면 나아질 수 있겠죠?”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답하는 전문가를 신뢰할 사람은 없다. 전달하는 지식에 확신이 없다면 돈 주고 파는 건 죄다. 나의 지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하는데 ‘~인 것 같아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믿어 달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왜 소위 전문가들도 확신이 없을까. 준비가 탄탄하지 않아서다. 대한민국 최고는 아닐지라도, 한 분야에서 만큼은 상위 10%로 성과도 내보고 지식도 쌓으면, 자신감이 없으라고 해도 자신감이 생긴다. 결과를 100% 담보할 수 있는데 뭣하러 도망가는 말투를 사용할까. 무언가를 주장하는데 뒷심이 부족하다면, 준비가 미흡했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상시 언어 습관도 교정해야 한다. 영화를 시청하고 나서 재미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솔직히 나타내 보자. ‘재미있는 것 같아요.’는 안된다. 혹여나 애매하더라도 한 가지로 분명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자. 유체이탈 화법을 쓰면 나중에는 자신의 생각조차 믿기 힘들어진다. 내가 실제로 무엇을 느끼는지 감이 떨어진다. 나의 느낌조차 믿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까? 느끼는 대로 정확히 표현하자. 그래야 남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 


돈이 되는 글쓰기는 전문가가 되어서 타인의 문제를 푸는 게 목적이다. 본인의 글에 진심과 확신이 묻어나와야 한다. 만약 글을 쓸 때 습관적으로 ~인 것 같다는 표현을 썼더라도 퇴고할 때는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자. 그것 만으로 설득력이 크게 높아진다. 본인만의 새로운 주장을 하더라도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근거와 사례만 분명하게 제시하면 된다. 


‘~인 것 같다’를 남발하는 이면에는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면, 건방지다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단정적인 어투를 쓰면 따가운 눈총을 받으니 자꾸만 움츠려 들게 된다. 남 눈치 보게 만드는 폐쇄적인 분위기도 이런 언어 사용에 일조한다. 남들이 ~인 것 같다며 애매모호하게 표현할 때, 우선 나부터 확실하게 입장표명 해보자. 단정적으로 말하면, 전문가 포스가 살아난다. 기억하자. 사람은 확신 있는 사람에게 이끌린다. 노파심에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된 공부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감만 내비치라는 게 아니다. 충분한 공부와 연구를 기반으로 자신감 있는 언어 생활을 유지하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끝까지 책임지는 전문가를 신뢰한다. 지금은 작고하신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숙부가 있었다. 그분은 해군 항공대에서 정비사로 일을 했다. 당시에 폭격기가 출격할 때 정비사가 기관사로 반드시 동반해야 했다. 대부분 정비사들은 자신이 정비한 전투기가 아닌 다른 비행기에 탑승했다. 아무리 꼼꼼히 정비했어도, 막상 완벽하게 정비했는가라는 물음에 "네"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의사들도 가족이 중병에 걸렸을 때 자신 있게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다른 의사에게 맡길 때도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직접 수술하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내게는 매일이 목숨을 내놓고 벌이는 정면 승부였고, 매일의 축적을 통해 실력을 쌓았으며, 실력에 자신감을 갖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을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로 만든 것은 ~인 것 같다며 은근슬쩍 회피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겠다”고 확실하게 표현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였다. 여러분의 글에서 전문가로서 강단이 느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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