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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m Jul 02. 2023

말이 없는 말

침묵에 머무르다

한동안 할 말이 없어서 쓰지 못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온갖 말들로 가득 차있다. 밤이면 빨갛고 노랗고 파랗게 불을 밝히는 거리 간판의 불빛들은 누군가가 내지르는 비명 같았다. 대부분의 시각적 상징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누군가를 대신해 감정을 토해내는 토사물이었다. 긍정의 단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정적 언어를 대신하는 것일 뿐이었다. 사람들의 말과 집단이 만드는 소음을 대신하는 표식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들은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해 흘러간다. 매년 인구 10만 명 당 26명 정도는 그 소음을 견디기를 거부하고 죽음을 택했다. 답이 정해진 삶이기에 그 답을 일찍 찾으려는 것뿐이었다.


한때는 무엇을 보더라도 온갖 감성적인 단어들로 포장하기를 즐겼다. 예쁜 포장지로 겹겹이 싸서 감추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포장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나오는 볼품없는 알맹이가 좋다. 지저분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들이 좋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겉만 본다면 아름다울 수도 있을 테지만 포장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알아차린 후에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내 의식을 기만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솔직할 수 있었으면 했다. 조금 단순해졌다. 먹고사는 문제와 먹고살지 못하는 문제 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다. 지저분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한동안 할 말이 없어서 쓰지 못했으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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