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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Dec 15. 2016

사과를 품종으로 먹자

일본 재래시장의 과일과게다. 다양한 사과를 판다. 

우리는 사과를 지역과 크기로 소비한다.

일본은 사과를 지역과 품종으로 소비한다. 


얼마 전에 썼던 글이다.

“부사는 후지로얄이 달면서 아삭해 제일 맛나지”. 부사는 어떤 품종이 맛이 좋으냐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경북 의성에서 20년간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동준 씨의 대답이다. 부사는 아오리, 홍로와 함께 익숙한 사과 품종이지만, 사실 부사 품종 열 대가지 넘는 종류가 섞여서 지역 이름만으로 판매한다. 어떤 부사는 생산량이 좋고, 어떤 것은 저장성이 좋고 등 부사 품종에 따라 맛, 모양이 다르다. 그래서 매번 사과를 살 때마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한 것이라도 맛이 달라진다.  

지구 상에는 초록, 노란, 핑크, 빨간색 등 다양한 색과 맛, 이름을 가진 사과가 있지만, 국내는 유독 빨간색 사과만 판매한다. 물론 여름에 나오는 파란 사과, 아오리가 있지만 원래 아오리도 빨간 사과의 일종이다. 다음 해 7월까지 사과를 저장할 기술이 없던 시절의 유물이다. 덜 익어도 신맛이 적은 파란색 아오리 풋사과를 팔았을 뿐이다. 아오리도 빨간색이 돌아야 제맛이 나는 품종이다. 빨간색 일색인 사과시장에 노란 물결이 조금씩 일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노랗게 익는 신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일본에서 도입한 ‘시나노 골드’와 농촌진흥청 육성 품종 ‘그린볼’등이 ‘빨간색’ 사과의 아성을 깨는 대표 품종이다. 이름만 들어 본 노란 사과를 올해 경북 의성의 사과 농장을 갔다가 처음 맛봤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와 달리 아직 푸른기가 조금 남아 있는 노란색의 시나노 골드였다. 달콤한 향에 침샘이 먼저 반응했고, 아삭하게 씹혔다. 사과를 목구멍에 넘기기도 전에 엄지 손가락이 척 올라가는 맛이었다.

감흥
로얄후지
미얀마
홍로

국내 시판하는 사과는 크게 여름사과, 추석용 사과, 저장 사과 셰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름사과는 산미가 높아 새콤하고, 출하 시기가 늦가을로 갈수록 산미는 낮아지면서 당도와 경도가 높아진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7~8월에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인 아오리, 아리수, 산사, 시나노레드 등 조생종 여름사과가 나온다. 

 여름사과가 끝날 무렵인 9월에는 홍로와 조생 부사인 히노사끼, 료카 등이 나온다. 홍로는 추석 무렵과 익는 시기가 맞아 명절 선물로 각광받는 품종이다. 주산지는 함양·장수·남원·산청·진안 등 지리산과 덕유산을 잇는 남쪽 백두대간 주변이다. 고지대에서 재배한 홍로가 당도나 식감이 더 낫다. 재배지가 높을수록 특유의 사각형 모양이 또렷하고, 꼭지 주변의 골이 높다.

추석이 지나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한 저장용 사과들이 등장해 다음 해까지 판매된다. 부사의 원형 인동 북 7호, 가장 맛 좋은 로열 후지 등 대략 열 종류의 부사 그리고 국내 육종품종 인감 홍이 대표 품종이다. 경북 내륙의 의성·청송·안동을 필두로 중부내륙 충주·예산에서 생산된다. 온난화 영향으로 강원도 영월·정선·화천 등지에서도 나온다.

사과를 포함한 과일 선물세트는 크기가 우선이었다. 지금까지 사과 농사의 1년 성과는 큰 사과가 얼마나 나오냐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과실이 크면 가격이 높았고, 맛이 있어도 크기가 작으면 제값을 못 받았다. 맛을 등한시하는 세태에서 품종에 따라 맛을 구분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변화가 불고 있다. 대과 위주의 크기 농사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유통현장에서는 지역과 가격 위주의 판매방식에서 품종을 명기해 맛의 다양성을 알리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여전히 사과 품종을 구분해서 할인점이나 시장에서는 구매하기 어렵지만, 인터넷상의 생산자 직거래를 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살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사과 품종을 검색하면 된다. 덤으로 가격까지 저렴하다. 구매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늦가을까지 수확하는 부사 계열 사과는 경북 내륙의 의성, 청송 등의 생산지를 선택한다면 맛있는 사과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귀띔한다. 사과의 수확이 막바지로 향이 가장 좋을 때다. 깊어지는가을, 우리가 맛집 고를 때 신중히 하듯 맛있는 사과를 품종별로 골라 먹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늦가을에 모 신문사에 기고한 글이 될 뻔 했던.. 그래서 시점이 늦습니다. 

시나노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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