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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y 03. 2024

적당히

며칠 전, 고척돔에서 야구 경기를 봤다. 응원하는 팀이 이겼기에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야구장 앞은 인산인해. 동양미래대학 앞 먹거리 골목으로 해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버스나 택시를 탈 생각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먹거리 골목이 끝나는 곳의 상점 POP가 눈에 들어왔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다더니 거슬리는 문구가 딱 눈에 띄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 ‘1시간 30분 오븐에 구워 기름이 없다’ 이런 내용이다. 기름이 없다? 기름이 없으면 퍽퍽하지 않을까? 곱씹으면서 걷다가 돌아와서는 사진을 찍었다. 

'기름기 없는'이 아닌 '기름기 적은'이 낫지 않을까 싶다.

찍고는 잊고 있다가 카메라 메모리를 정리하면서 사진을 보니 그 순간의 생각이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름, 지방은 고기와 관련한 음식에서 어떤 때는 없으면 좋은 성분, 어떤 예는 많으면 좋다고 한다. 


빼면, 없으면 좋다는 예를 보자. 앞서 이야기한 치킨, 통닭이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POP 문구에서도 말하듯이 오래 구워 기름기가 없다는 게 장점이란다. 기름기 빼지 않더라도 하루 몇십 개 한정이라는 치킨도 잘 살펴보면 웃기는 요소가 있다. 하루에 한정한 수량만큼 다 튀기면 한 마리당 2만원만 잡아도 하루 매출이 120만 원이다. 그 정도면 일반 치킨도 기름을 갈아야 한다. 다들 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다른 곳은 기름이 다르다고 이야기 한다.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좋은 기름을 사용했고 먹는 이도 관심이 없다. 치킨에 있어 기름은 제거의 대상이기도, 차별화의 시작점이다. 다시 기름기 없다는 문구를 사용한 치킨으로 돌아가보자. 저 문구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기름기가 없으면 얼마나 퍽퍽할까? 였다. 퍽퍽함을 넘어 뻑뻑함까지 밀려왔다. 생고기를 좋아하기에 가끔 먹는다. 기름기 하나 없는 생고기를 생각해보면 지방은 없어 보인다. 생고기로 사용하는 부위는 심줄이나 지방이 적은 부위를 사용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빨간 생고기에는 지방 성분이 중량의 15%을 차지 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은 에너지원으로 축적을 하기도 하지만 근섬유 사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윤활 성분으로도 이용한다. 그렇기에 기름기 하나 없어 보이는 생고기에 지방이 15%가 있는 것이다. 

지방이 골고루 펴져 있으면 비싼 값어치를 받는다. 마블링=지방이다. 

그러면 지방이 많아야 좋다고 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쩌면 생각을 못할 수도 있겠다. 그건 지방이 많은 것이 아니라 골고루, ‘맛’지게 있는 모양이기에 건강 따위는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뭔 헛소리인가 싶지만 마블링을 말하는 거다. 마블링은 많을수록, 골고루 퍼질수록 좋다고 한다. 심지어 인공육이라 하는, 마블링 없는 부위에 기름을 강제로 넣어 마블링 많은 고기를 만들기도 한다. 미트가츠 만들 때 흔히 사용한다. 소고기는 마블링이 있어야 좋다고 한다. 닭고기의 지방은 제거의 대상이다. 게다가 닭 지방은 몸에 좋다는 불포화 지방이 많고 소지방은 몸에 좋지 않다고 흔히 이야기하는 포화지방산이 많다. 몸에 좋은 것은 빼야 좋고, 나쁜 건 많을수록 좋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율배반의 상황은 지방 스스로 만들지는 않는다. 사람의 욕심이 만든다. 지방을 빼야 좋다고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측과 지방이 많아야 좋다는 측이 만든 상황이다. 화덕에 구운 치킨을 파는 사람은 튀기는 치킨과 차별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차별화 문구를 생각하다 그리 적었을 것이다. 튀김유 또한 튀기는 순간 기름은 산화를 한다. 산화에서 보다 안정한 기름은 없음에도 브랜드마다 튀기는 기름이 다르다고 한다. 다르다는 주장의 목적은 돈이다. 마블링도 마찬가지다. 좋고 나쁨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기준점은 돈의 행방에 따라 이동한다. 애매한 기준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은 딱 하나다. 적당히 먹는 것이다. 지방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 없이 적당히 먹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건강 지키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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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publish/book/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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