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느린왕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보라 Jan 09. 2021

사교육 못 끊는 엄마

미소 속에 비친 슬픔

저는 사교육을 끊지 못하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네 살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이르면 유치원, 보통은 초등학교 때 학원에 다니는데 좀 일찍 시작했어요. 물론 너무 이른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시선도 있죠. 어린아이는 잘 먹고 놀기만 하면 된다고요. 알고 있지만 제가 조급해져서요. 어릴 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조기교육의 중요성, 알고 계시죠? 더 일찍 시작할 걸 후회가 됩니다.


저의 남다른 관심 덕분에, 아이는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쭉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모든 수업은 일대일로 진행되고 있어요. 선생님들은 대부분 전문분야 국가자격증과 석사 이상 학력을 가지고 있고요. 실력 좋은 선생님을 잡으려면 몇 년 전부터 대기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수업 시간은 매 회 50분, 거기에 학부모 상담 10분이 포함되어 있어요. 1회당 수업료가 3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에요. 열심히 하고픈 욕심에 주 4~5회 수업을 받았던 적도 있네요. 지금까지 어림잡아 차 한 대 값의 사교육비를 지출했어요.


돈이 아깝지 않냐고요? 전혀요. 아이 미래를 위해서는 더 큰돈이라도 투자할 수 있지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아이가 도태되는 것보다 낫잖아요. 이런 교육 시스템은 외국이 더 잘 되어 있다던데, 가능하면 외국이라도 나가서 교육시키고 싶답니다.


가끔은 아이가 안쓰럽기도 해요. 너무 어릴 때부터 남들 안 다니는 학원에 다니고 있으니까. 그래도 가기 싫다고 떼를 쓰면 난감해져요. 고가의 수업이고 당일 취소가 어렵거든요. 혹여 한 주라도 빠지면 뒤쳐질까 우는 아이를 들쳐 안고 보낸 적도 있습니다. 매정한 엄마 같지만 나중에는 아이도 저에게 고마워하지 않을까요. 다 아이를 위해서니까. 제 커리어도 포기하고 노력한 만큼 아이도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동발달센터"를 아시나요?


언어지연,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불안장애..... 를 가진 아이들에게 치료 수업을 하는 기관이에요. 언어치료, 놀이치료,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 등의 수업이 있답니다. 세 살부터 십 대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그곳에 다니죠. 그리고 아이와 함께 오는 엄마들이 있어요. 아이 손을 잡고 문을 열 때마다 한 줄기 희망을 품는 엄마들. 키즈카페에 온 것 마냥 해맑은 아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엄마들요. 어디에서도 그처럼 다정하고 헌신적인 엄마들을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3년째 그들과 마주치다 보니 읽을 수 있어요. 그 미소 속에 비친 슬픔을요.




"어머니, 이제 00 이는 수업 종결해도 될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입니다. 태권도나 미술 같은 남들 다니는 학원에 보내고 내 집 소파에 누워 아이를 기다리고 싶어요. 아동발달센터 소파에 각 잡고 앉아 기다리는 거 말고요. 남들 다 하는 그런 거. 그게 하고 싶어요.




이미지출처 https://www.mom365.com/pregnancy/mom-concerns

매거진의 이전글 느린 아이를 낳고 보이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