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보라 Aug 17. 2021

'안네 프랑크'를 질투하다

신나는 글쓰기 6기_2일 차 “내 글의 최종 목적지는?”

 4년여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곳은 대마초와 매춘이 합법이었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요상한 대마초의 향과 환락가의 네온사인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토록 쾌락에 충실한 도시에 '안네 프랑크 하우스'가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안네의 일기'의 저자, 안네 프랑크의 은신처가 말이다. 관람객들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책장으로 가려진 입구를 지나 좁은 계단과 문턱을 지나며, 숨이 턱 막혔다. 숨죽여야 했던 그녀의 은둔 생활을 잠시나마 체험하는 듯했다.



 유대인 학살이 전염병처럼 퍼지던 시절, 가족 그리고 몇몇의 지인과 은신처에 숨어 지내던 12살 소녀 안네. 그녀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기장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수용소까지 지니고 간 일기장은 결국 그녀의 유품이 되었고, 홀로 살아남은 아버지에 의해 출판되었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안네는 결국 사후에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녀의 글은 전 세계에 출판되어 읽히고 있다. 사진 속 어여쁜 소녀인 안네가 가여웠다. 동시에 묘하게 질투가 났다. 죽음 이후에도 사랑받는 작가라는 사실이.




 글을 써서 최종적으로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친한 아이 친구 엄마에게 글쓰기 모임 중이라고 말했다. 애 키우기도 힘든데 글을 왜 쓰냐고 묻는다. 현실적으로 맞는 말일지 모른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내 삶은 마치 사연 종합 선물세트와 같기 때문이다. 신혼 때부터 시부모님과 같이 살고, 삼십 대 초반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리고, 자폐스펙트럼을 진단받은 7살 아이까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죽지 않고 버텨낸 지금, 그것들은 내 글의 훌륭한 소재가 되어주고 있다. 세상 가장 든든한 무기이다. 돈을 준대도 대부분 손사래를 칠 법한 경험 덕분에 나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안네 프랑크는 고통의 상황에서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여느 소녀나 겪을 법한 첫사랑, 죽음에 대한 공포, 희망 등을 써 내려가며 위안을 삼았다. 글을 쓰며 치유했고, 성장해갔다. 그럼에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글을 남겼다.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온라인에 자판으로 새긴 글은 더욱 그렇다. 힘든 삶의 여정에서 쓰는 글은, 생전에는 물론 죽음 이후에도 나를 대표할 것이다.



죽음 이후에도 글로 사랑받는 것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통해 내가 가고 싶은 “최종” 목적지이다. 물론 중간중간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목적지들을 거쳐갈 것이다. 안네 프랑크를 비롯하여 위대한 작가들이 이미 도달해있는 그곳.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작가의 이전글 나도 예언가나 되어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