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짓기로 결정하고 그곳에서의 로망을 친한 동생에게 이야기했다. 아침마다 마당에 나가 맨발로 땅을 밟을 거라고 했더니 하는 얘기다.
"언니, 개량한복까지 입을 건 아니지?"
여러 해 사귀면서 놀이방 있는 갈빗집에 아이들 풀어놓고 함께 맥주잔 기울이던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요가, 명상을 한다더니, 이젠 채식도 한다며 갈빗집 같은 곳에 발길을 끊는 것이 내심 서운하던 동생이었다.
동생 눈엔 내가 이러다 티브이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될지도 모르겠다 싶었나 보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고 싶었던 건 반쯤 자연인이 부러워서이기도 하고 내겐 그런 곳이 집처럼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스스로 채소를 길러먹고, 자신의 공간을 쓸고 닦고 가꾸고, 할 수 있다면 간단한 옷가지나 패브릭은 만들어 쓰고, 간소하게 요리해서 간소히 먹으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것이 내게 다가온 온전한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다. (물론 '다가온 것'이지 정착된 삶의 방식은 아직 아님을 밝혀야 마음이 편하겠다. 채소는 길러 먹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자연농법을 따라 해 볼 예정이니 이건 농사 스킬보다 주변 훈수 반사의 스킬을 먼저 기르게 될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보니 요가와 명상을 나눌만한 공간도 만들어졌고, 채식요리를 함께 할 수도 있을 대면형 주방도 생겼다. 완벽한 선생이 되기를 기다리기 전에 조금이나마 먼저 경험한 것을 나누는 안내자로 내가 누리는 좋은 것들을 이 공간에서 나누려고 한다.
이 원대한 계획을 하나하나 실현해가는 과정을 이 공간에 기록하려고 한다.
요가, 싱잉볼명상, 자연식, 비건식단, 마크로비오틱 요리법과 고군분투 자연농법 텃밭 가꾸기가 그 내용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