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슈, 미즈노 마나부, 『감성과 지성으로 일한다는 것』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가야 할 길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듯하다. 책에서는 이를 모두가 정답에 도달한 ‘정답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문제 해결을 위해 일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함으로써 성장해 왔다는 ‘강렬한 성공체험’이 현재의 일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발목을 붙잡고 있다. 20세기와는 달리 가치가 없어진 것을 똑같이 추구하는 성공체험이 낳은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이라는 ‘필요를 충족시키는 세계’에는 이미 미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문화라고 하는 ‘의미가 있는 세계’는 두려워서 가지 못하고 있다는 야마구치 저자의 말이 딱 요즘 사람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지금은 ‘제멋대로’가 필요한 시대이며 그 예로 스티브 잡스를 들었다. ‘제멋대로’가 재미와 흥미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고.
또한 ‘객관’과 ‘주관’이라는 단어에서 오히려 ‘객’이라는 뜻은 중요치 않다는 의미이며, ‘주’는 주인, 주요, 주제 등 어떤 곳에서의 주인이 되고 중심이 된다는 것이라며 현대 비즈니스에서 지나치게 ‘객관’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위험한 일이라는 충고도 전한다.
작은 벤처였던 GAFA(구글,애플, 페북, 아마존)이 기존의 대기업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주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모티베이션이며, 필요가 충족된 상황에서는 모티베이션이 가장 중요하고 희소성 있는 경영 자원이 된다.
이와 같은 의미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각을 잃지 않고,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멋지다’라고 말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자신감이 비즈니스 필수 스킬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브랜드는 과거로부터 '의미'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며 거기서 만들어진 감각과 지식으로 미래의 '세계관'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한 줄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지속성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질까?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브랜드를 찾아보다가 위 글의 한 줄 요약에 '장사'를 붙여야 브랜드가 영속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퀴는 적어도 세 개는 있어야 안정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