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20대 항공업 지망생의 취업 고민 상담
국제선의 운항재개가 폭발적으로 일어나자, 항공사마다 신입 및 경력 사원의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부서에도 몇 달 새 2명의 직원이 동종 업계로 이직을 했다.
사실 항공사간 인력 쟁탈전 이라고는 하지만, 나비가 꽃향기를 쫓아가듯, 노동자들도 '본인의 생각에' 처우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옮겨 가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는 정(情)만 가지고 일하는 곳이 아니니깐.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후배에게는 축하한다는 이야기는 차마 못해주었다. 다만 항상 어느 자리에서건 건승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얼마 전 인턴학생이 몇 가지 질문이 있으니 시간이 되냐고 물었고, 나는 질문지를 보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어제 간단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전에 인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항 업무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었는데, 그때 내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라고 했던 그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었나 보다. 저렇게 적극적인 학생한테는 시간이 없어도 만들어 줘야지. 그리고 저런 적극성이면 분명 취업에 있어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나는 회사의 면접관도 아니고, 채용에 대한 그 어떤 권한도 없다. 다만 우리 회사에서 공항에 대한 부분은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고 자부한다. '나의 관점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의 기준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니, 일반 사기업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혹시나 '지극히 개인적인' 이 글을 보는 어느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면서, 인턴학생에게 구두로 전한 부분들을 간단히 기록해 보고자 한다.
1. 공항서비스인의 자질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주변인에 대한 이타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주변인은 크게 외부 고객(손님)과 내부 고객(동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항에서 우리 비행기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런 서비스인의 마인드는 이타적인 본성이 없다면 힘들다. 그리고 동료들과도 유기적인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항업무에는 업무의 경계가 모호한 일들도 많이 발생하는데, "왜 내가 이걸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든다면 공항서비스 업무는 성격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2. 항공사와 조업사, 어디를 지원할까요?
우리나라는 협력업체에 대한 인식이 다소 후진적이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그런 구조속의 새내기 직원들이 너무 안쓰럽다. 항공사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환경은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에 비추어 볼 때 급진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유니폼을 입고 공항 현장을 누비기 위해서는, 지상조업사에 지원하는 게 빠르지만 처우나 본인의 성장 목표 등과 연계된 고민이 필요하다. 지상조업사들도 업체별로 직원 양성 프로그램에 있어서 많은 품질 차이가 난다.
항공사에 입사를 해도 지점에서 공항 현장을 누빌 수 있다. 공항 현장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상조업사로, 공항 지점의 관리자 또는 기획업무를 하고자 한다면 항공사로 지원을 하면 된다. 개략적으로 설명을 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워낙 다양한 항공사와 지상조업사가 있어, 이 부분은 지원자별 맞춤형 컨설팅으로 들어가야 한다.
3. 외국어 능력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공항서비스인으로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이 필수다. 물론 외국어가 부족해도 입사 후에 노력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일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요즘은 외국어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막상 일할 때 보면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그 정답이 있다. 직무 능력과 외국어 실력이 함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영어는 기본으로 중급 이상은 되도록 준비하자. 그리고 제2외국어(중국어 또는 일본어)도 하나 시작을 해서, 본인의 가치를 더 높였으면 좋겠다. 공항서비스 직군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 비슷한 수준의 인성과 역량의 두지원자가 있다면, 당연히 외국어를 하나 더 하는 지원자를 선택할 것이다.
회사원이 되면 공부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분명 더 줄어들게 되어 있다. 주특기 외국어 하나와 추가 외국어 능력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정해보자. 지금 바로 시작하자.
4. 일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 인가요?
운이 좋게도 나는 아직도 공항 업무가 재밌고, 일이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리고 매일매일 구글 선생님을 통해 업무와 관련된 이론적인 부분들을 학습하고 있다. 지난 7월 내내, 국제선 재운항을 위해 쉬지 않고 해외 출장을 다닌 것도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너무 가벼웠다. 그리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일에 대한 열정을 압도하는 힘듦이 느껴진다면 다른 일을 준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꿈에 바라던 항공업계의 한 회사에 취업을 했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상위 1%가 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상위 1%가 너무 거창하다면, 남들과 다른 1%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물론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적어도 '본인의 기준'에서 말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정시에 출근하고, '정확하게' 정시에 퇴근하면서 남들과 똑같이 일을 하는데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까?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 속 달인들은 어떻게 그런 경지에 올랐을까? 정해진 근무시간에 맞춰서 관성적으로 일을 해서는 달라질 수가 없다. 일에 대한 열정, 능동적인 업무 처리, 프로세스 개선(탐구) 그리고 그런 노력이 담긴 꾸준한 시간의 투입 등 이 모든 것이 체화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방금 전 '추가로 해주고 싶으말'을 더 많이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정말 좋겠다. 기꺼이 꼰대가 되기를 자처하고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공항서비스 직군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꼭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