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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비행기 Sep 06. 2023

김연아도 강호동도 기내에서는 평등하다.

8화. 승객 중량의 측정

2009년 인천공항에서 근무를 할 때, 어느 해외 피겨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인천공항에 입국하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소녀는 인터뷰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 중이었고, 그때는 내가 그녀의 진가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아쉬운 시절이었다.


"아빠,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아? 공룡도 탈 수 있어?"

어린이의 질문에 '베르누이의 법칙'을, 그리고 '최대 이륙 중량'에 대해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방금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는 무게는 최대치가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럼 우리가 비행기를 탄다면, 항공기 최대 이륙 중량을 맞추기 위해 우리의 몸무게도 어떻게든 항공사에 알려 줘야 한다. 탑승 수속을 할 때 수하물과 함께 나도 저울에 올라갈까? 아니면 수속할 때 내 몸무게를 불러 줘야 하나? 탑승객들의 몸무게는 모두 다를 텐데, 어떻게 항공편 전체 무게에 반영을 할까?


비행기를 타는 내 몸무게는 몇 KG 일까?

* 참고) 최대 이륙 중량 : MTOW (Maximum Take Off Weight)
-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는 총무게의 상한선이다.
- 우리 항공사의 주력인 A321의 '최대이륙가능 중량'은 89톤으로, 아프리카 코끼리 15마리의 무게와 같다.
- A380은 569톤으로 아프리카 코끼리 95마리와 맞먹는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항공기는 이륙할 수 있는 무게가 제한되어 있다. 항공용어로 이를 '최대 이륙 중량 (Maximum Takeoff Weight)'이라고 표현하며, 그 무게의 구성은 '간단히' 다음과 같다.


1. [고정] 항공기 자체 중량

2. [고정] 항공사 (영업을 위한) 운영 물품

3. [변동] 연료

4. [변동] 탑승객 및 수하물 (화물)


여기서 1번과 2번은 이미 고정된 무게가 있고, 3번은 급유를 할 때 무게 확인이 가능하다. 4번에서 수하물은 수속을 할 때 무게를 측정하니 정확한 값이 나온다.


하지만 탑승객인 사람의 무게는 어떻게 계산을 할까? 사람의 몸무게는 제각각인데, 매번 어떻게 그 무게를 측정하고 반영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떤 기준으로 설정된 표준무게가 적용되는 것일까? 참고로 통계청 기준으로 21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몸무게는 66.5KG이다. 그럼 그 무게를 사용하면 될까?


김연아도 강호동도 기내에서는 평등하다.

사실 탑승객의 무게를 반영하는 기준이 있다. 항공사는 매번 탑승객들의 실제 무게를 측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아래 두 가지 중 하나의 기준으로 승객의 무게를 반영할 수 있다.


1. 항공사가 실제 탑승객 무게를 측정하지 않을 경우

- 국토부 고시, "항공기 중량 및 평형관리기준"에 제시된 승객 1인당 표준 무게를 사용

- 1인당 표준 무게 : 77KG (승객 무게 + 기내 수하물)

2. 항공사가 실제 탑승객 무게를 측정할 경우

- 승객의 실제 무게를 측정 후 평균값을 구하고, 국토부의 인가 받기

- 측정 시 최소 샘플은 2,700명이며 5년마다 재측정


1번과 같이 별도의 무게 측정을 하지 않고 국토부 고시를 따를 경우 승객 1명은 77KG으로 중량정보에 반영이 된다. 비행기에 김연아가 타든 강호동이 타든 두 사람의 몸무게는 모두 77KG이다. 선수시절의 김연아는 47kg, 강호동은 웹사이트 프로필 상 105KG이다. 하지만 김연아도 강호동도 기내에서는 평등하다.


무릎팍 도사 - 김연아 편 (2010년 5월 26일 방송)


이렇게 무게를 줄이면 좋은 점이 뭘까?

비행계획 단계에서 탑승객의 정확한 무게를 반영하면 불필요한 연료를 줄일 수 있고, 제한된 이륙중량을 최대한 활용해서 항공기의 중량 배분이 가능하다. 또한 항공기에 반영되는 무게들에 대해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적용을 해서 '중량배분 업무(항공기 무게 중심 맞추기)'의 적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연료 효율성은 탄소배출에도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다.


앞서 언급한 국토부 고시에서 규정하는 77KG은 동양인의 체구를 고려했을 때, 다소 보수적인 수치이다. 실제로 승객들의 무게를 측정해 보면 일본 노선의 경우 71KG 정도의 평균값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항공사는 비행계획을 할 때 손님 1인당 6KG을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항공사에서는 연료 효율성등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고정된 무게를 줄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수고스럽더라도 실제로 탑승객의 무게를 측정하고, 국토부의 인가를 받아 사용한다. 나도 우리 회사에서 그런 수고스러운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71KG을 항공사의 '승객 1인당 표준 중량'으로 바로 반영할 수는 없고, 다른 노선들의 평균값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수적으로 산정한다. 통상 아시아권 국제선의 경우 성인 1인당 73KG 정도로 무게를 반영하고 있고, 유럽노선의 경우 체구가 큰 그들의 신체적 특성을 반영해 그 수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추가 급유로 수속이 끝난 손님 10명을 하기 시켜야 합니다.

승객 1인당 표준 중량을 73KG이라고 해보자. 항공사가 무게를 직접 측정하지 않을 경우, 국토부에서 정한 77KG을 적용 해야 한다. 1인당 4KG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220석짜리 A321 기재의 만석 기준으로, 약 880KG(= 1,940LBS)의 무게를 더 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항공기는 기상이 좋지 않아 바로 착륙을 시도하지 못할 경우 공항 상공에서 선회(Circling)를 한다. 한번 선회를 하는데 약 1,500 ~ 2,000 LBS의 연료가 필요한데, 1,940LBS는 악천후에서 항공기를 한 번 더 선회할 수 있는 추가 연료 이상을 급유할 수 있는 수치다.


220석 x 4kg = 880KG (1,940LBS)

반대로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다. 최대 이륙중량에 근접해 비행계획이 수립된 출발 항공편이 있다. 도착지 공항의 악기상으로 항공기 출발 전 추가 급유가 긴급히 필요한데, 추가 급유를 할 경우 승객 10명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에 맞게 보정된 승객 표준 중량을 가지고 있다면, 기존에 예약된 손님의 일부를 내리지 않고도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예전에 승객 중량 실측을 하기 전, 해외 지점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종종 발생을 했는데, 정말 식은땀 나는 순간이었다. 수속까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계손 손님에게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항공기는 최대 이륙이 가능한 무게가 제한되어 있다. LCC(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중단거리를 주노선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에게는 승객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름을 싣고,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비단 LCC뿐만 아니라 항공사에게 있어서 항공기의 공간과 무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운영 요소이다. 


참고로 직접 승객의 무게를 실측한 국적사들의 경우 보통 성인 1인당 73 ~75KG 사이의 평균 무게를 반영하고 있고, 어린이의 무게는 37KG선으로 반영하고 있다.


“원치 않으면 말씀하세요” 대한항공, 승객 몸무게 재는 이유는

최근 며칠 동안 대한항공이 공항에서 승객의 무게를 측정한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에서 뉴스의 한 꼭지를 차지한다. 사실 승객의 중량 측정은 항공사에서는 통상적인 업무인데, 일부 자극적인 타이틀에 다소 호들갑스러운 기사도 있다.


그 이유는 뉴스 내용을 조금만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기사 내용이 대부분 다 비슷하다. 기사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은 기자가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보도자료를 뿌렸다는 이야기이다. 3~4개의 기사를 읽어 봤는데, 기자에 따라 토핑만 살짝 다르게 얹은 수준이다. 이렇게 대고객 공지사항을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승객 표준 중량 측정 관련 대한항공 공지 사항


승객의 중량측정 시 필요한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무인 저울로 무게가 측정이 되며, 수치는 익명으로 노트북에 자동 저장 됨

2. 무게를 측정할 때는 기내 수하물과 함께 올라 감

3. 측정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직원에게 이야기를 하고 측정용 저울에 올라가지 않아도 됨

4. 항공사는 측정이 완료되면 샘플링을 통해 평균값을 산정하고, 국토부 인가 후 운영에 적용함

5. 탑승객의 무게는 5년마다 측정해야 함


에어부산 중량측정 (2018년 2월)


우리 회사도 5년 전에 처음 탑승객의 무게를 실제로 측정했었다. 그리고 올해 5년이 지나, 지난 봄에 공항에서 승객 무게를 다시 측정을 했다. 코로나가 물러가고, 국제선 항공편의 재운항을 준비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던 상반기였다. 언론에 보도자료는 뿌리지 못하고, 조용히 손님의 무게를 측정했다. 농구의 식스맨 같은 업무 방식이다. 일을 하면 티를 내야 하는데, 역시나 조용히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국내선이 국제선보다 평균 무게가 높고, 몽골 노선의 탑승객 평균 무게가 다른 노선 대비 8% 이상 높게 나온다. 이렇게 분석된 노선별 평균값을 기반으로 국내선과 국제선의 평균값을 계산한다.


승객 무게 및 측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풀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공기의 중량배분에 있어 정확한 무게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연료 효율성을 제고하고, 탄소 배출 절감 노력을 경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한 무게 반영이 안전 운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 항공사의 제일 첫 번째로 지향하는 가치도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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