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항공사의 MAAS (Meet and Assist) 서비스
항공기 도착시간과 게이트 번호를 다시금 확인한다. 왼손에는 워키를 들고, 오른손에는 손님 이름과 일행 유무, 그리고 가방 개수 및 짐 표 번호등의 정보가 출력된 종이를 챙겨서 사무실 밖을 나선다.
마스(MAAS)란 'Meet And Assist'의 약자로,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만나서 도움을 주는 서비스"이다. 해당 서비스는 보통 VIP, 연예인, 몸이 불편한 손님, 기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여행객들이 공항의 출국 또는 입국을 할 때 공항 직원의 안내(에스코트)를 받기 원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국제선 입국 기준으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통상적인 서비스 제공 범위는 다음과 같다.
1. 게이트에서 손님을 만나 동행하여 입국 동선 안내
2. 입국 심사대 통과 (통상적으로 전용 통로인 Fast track 이용)
3. 수하물 수취대에서 가방 수취 (가방은 가장 빠르게 수취가 가능하도록 사전에 준비, Priority Tag 필수)
4. 세관 통과 및 입국 완료
이제는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영향력 있는 자리의 사람들이 "공짜"로 편하게 출국 및 입국등의 동선 안내를 받는 서비스 이기도 했다. 그럴 경우, '마스'는 '의전'의 또 다른 표현이 된다. 어떤 행사의 한 부분도 아니고 단순히 항공편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통상적인 움직임에도 왜 그렇게 항공사 직원들이 달라붙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가끔 보면 한국의 '어떤' 의전 문화는 참으로 기괴하다.
선배: 오늘 마스(MAAS) 좀 하고 퇴근해.
나 : 누구예요?
선배 : 이거 한번 봐봐~
선배가 건네준 종이에는 MAAS 대상자의 이름과 편명, 요청사항이 출력되어 있었다.
에이브릴 라빈 (Avril Lavigne).
그리고 BGM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 - Sk8er Boi ♬
대학시절 그녀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일을 하면서 이렇게 사심을 채울 수 있는 순간이 있을까.
그녀는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터였다. 입국심사대를 함께 통과하고 다른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Big Fan"이라고 말하며 수줍게 사인을 받았다. 공항 근무를 하면서 이후에도 많은 분들을 '마스'해 봤지만, 그중에서 으뜸으로 기억에 남는다.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출장 준비를 하다가, 책장 어딘가에서 '휙' 하고 떨어진 A4 용지 위에서 그녀의 필체가 살아 움직이고,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영사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에는 매 순간순간이 설렜던 것 같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속에 그런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 차면, 그게 바로 고객 서비스로 연결이 될 텐데... 그런 밝은 기운이 전해지는 항공사, 너무 좋지 않은가. 언제나 그렇지만, 너무나 이상적이고 순진한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도 변함없는 생각이기도 하다. 고객 서비스는 훈련과 매뉴얼 이전에 진실한 마음이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그 진실한 마음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 [노래 듣기] Sk8er Boi (Sung by Avril Lavig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