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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비행기 Sep 18. 2023

물은 '셀프', 비행기도 '셀프'?

10화. Smart Airport, 공항 자동화

'셀프'의 시대

1. 생활 속의 '셀프'라는 용어

"물과 반찬은 셀프입니다."

"주문은 셀프 주문대를 이용해 주세요."


'셀프'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소규모 커피숍을 필두로, 요즘 많은 가게들이 '셀프 주문 기계 (이하 키오스크)'를 도입해서 운영 중이다. 이런 용어는 친근한데 반해, 그 기계들을 직접 마주하면 여전히 낯설다. 그 낯섦으로 인해 셀프로 주문하는 그 기계 앞에서 헤매기도, 당황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주문을 할 때 잘 모르면 사람 종업원에게는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와 같은 기계 종업원과의 소통은 오롯이 손님의 능력처럼 보인다. 당연히 이것은 이용자의 잘못이 아니다. 


첫째, 키오스크를 제작하는 업체는 사용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UI, UX를 개발해야 한다. 초등학생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소통하도록 진화된 우리 인간이 어떻게 기계와 갑자기 아무런 문제 없이 소통이 가능하겠는가.

둘째, 서비스 제공자는 그런 디지털 기계에 익숙하지 못한 계층들을 위한 서비스 지원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키오스크 사용에 머뭇거리는 손님이 있는데도 직원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2. 공항 자동화와 셀프서비스

공항에서도 이제 손님들은 직접 탑승수속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공항 터미널 관리자는 항공기 탑승까지의 모든 단계에서 셀프를 장착한 자동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공항 자동화의 흐름도는 다음과 같다.


(1) 셀프 체크인 (Self Check-in)

개인의 핸드폰으로 모바일 탑승권 발급이 가능하고, 공항 셀프체크인 기계를 이용해서 종이 탑승권의 발급 또한 가능하다.

셀프 체크인과 일반 체크인 카운터 (인천공항, 2021년 11월)

 

(2) 셀프 수하물 수속 (Self Bag Drop)

탑승권을 발급받은 손님은 스스로 수하물 수속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를 위한 안내요원들이 있다. 기본 수하물 무게를 초과할 경우 옆 데스크의 항공사 직원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셀프 수하물 수속 카운터 (일본 나리타 공항 국제선, 2023년 5월)
셀프 수하물 수속 카운터 (일본 삿포로 공항 국내선, 2022년 11월)
셀프 체크인 시설 (싱가포르 창이공항, 2018년 12월)


(3) 무인 신분 검색

공항 보안 직원이 여권 및 탑승권으로 신분 확인을 진행한다. 이제는 사전에 등록된 생체 정보를 이용해 안면 인식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하다.

무인 신분 검색 (일본 나리타 공항 Face Express, 2023년 5월)


(4) 자동 출입국 심사 (Automated Immigration)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등록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별도 신청 없이도 자동 출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는 별도 등록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입국 시 등록된 생체 정보를 이용해 출국 시에도 자동 출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자동 출입국 심사 (싱가폴 창이 공항, 2018년 12월)


(5) 셀프 보딩 (Self Boarding)

현재 인천공항에서는 대한항공이 시범적으로 셀프 보딩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셀프 보딩 게이트는 유인 탑승구(수동)와 무인 탑승구(자동)로 입장하는 줄이 구분되어 있다. 예전에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에어아시아 항공편을 탑승한 적이 있다. 게이트 직원 혼자서 세 개의 탑승구 입장 라인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무인 탑승구 2개, 유인 탑승구 1개)

셀프 보딩 게이트 (싱가포르 창이 공항, 2018년 12월)


참고로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T4는 완전 자동화 공항이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탑승 수속 절차들이 물 흐르듯이 연결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자동화 흐름도 (글쓴이 자체 제작)


그리고 인천공항도 '스마트패스(Smart Pass)'라는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스마트 패스는 쉽게 말해 항공편 수속, 신분 검색, 면세품 구매, 항공편 탑승등의 일련의 과정을 손님의 생체정보(안면인식)만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손님은 안면 인식만으로 탑승 절차와 관련된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인천공항 스마트 패스 흐름도 (글쓴이 자체 제작)


3. 셀프, 자동화, 생체정보 그리고 빅브라더

Big Brother is watching you. (소설 1984, by George Orwell)

중국 시안에서 장자제를 가기 위해 시안공항 국내선을 이용한 적이 있다. 출발장 탑승구로 향하는데 얼굴을 인식하면 나의 게이트를 알려준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내 얼굴을 인식해서, 나의 항공편명 및 탑승구를 표출해 주었다. 언제 내 얼굴 정보가 등록이 된 거지? 돌이켜 생각해 보니, 출발장 입장 시 신분 검색대에서 내 얼굴 사진을 촬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동의한 적이 없다. 만약에 그때 왜 얼굴 사진을 찍냐고 물어봤다면, 법이니깐 어쩔 수가 없다고 답이 돌아오겠지. 물론 슬프게도 나는 중국어를 못해서 이 질문을 한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중국의 어떤 도시는 도로의 감시 카메라와 얼굴 인식 기능을 결합한 무단횡단 단속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무단횡단을 하면 바로 벌금 고지서가 발급된다. 우리들의 많은 정보들이 빅브라더의 손에 들어가 있다.


공항자동화를 위한 기술은 이미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들의 생체 정보이다. 이미 개인 정보 유출로 보이스 피싱 조직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 소시민들의 기사가 너무나 익숙하다. 나라마다 그 정보를 관리하는 법체계는 상이하다. 그래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관리체계도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 [참고] 빅브라더 (Big Brother)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
-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Oceania)를 통치하는 정체 모를 수수께끼의 독재자
- 모든 사람들이 텔레스크린을 사용한 감시 하에 놓여 있음


4. 공항이 자동화되니 인건비를 줄여라.

여행객들도 이제 기본적인 탑승권 발급은 혼자서 진행을 한다. 내 손 안의 모바일 카운터는 이미 도래했다. 그럼 지금의 카운터는 없어도 되는 것일까? 국내선은 공항 자동화율이 90% 가까이 되니, 카운터 직원은 반 이상 줄이면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 업무는 자동화의 영역으로 전환하고, 그 남은 시간들을 손님들을 위해 재투자 하자. 서비스직에도 R&D (Research and Development)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유인 카운터는 교통약자와 디지털 기기가 낯선 손님들의 지원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플로어 서비스는 더 강화하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손님에게는 먼저 다가간다. 낯선 공간 속에서는 누구나 긴장을 하게 되고, 국경을 오가는 공항은 더욱 그러한 공간이다. 항공사 직원은 사바나 초원 속 포식자의 눈빛으로 도움이 필요한 손님들을 찾아 나서보자. 그런 손님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가디언즈(Guardians, 수호자)가 되어 따뜻한 미소로 손님의 심박수를 안정시키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그동안의 무색무취의 공간을 무지개 빛 향기가 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우리의 작업장이 향기와 온기의 공간으로 충만해지는 시점이 공항 자동화의 완성이다. 


* [참고] 플로어 서비스 (Floor Service)
- 공항 탑승수속 카운터 대기 라인등에 위치
- 원활한 탑승수속을 위해 손님들을 안내하고 손님의 각종 문의 사항에 대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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