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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비행기 Apr 24. 2024

프롤로그

항공업을 지망하는 여러분들께

일본 마쓰야마 공항 (2023년 11월)

왜 공항에서 일하고 싶나요?

영어로 해외의 파트너와 계약 협의도 하고, 출장길 비행기에서는 랩탑으로 회의 자료를 다시 한번 정리한다. 해외 신규 지점을 개설할 때면 그 누구보다 현지로 먼저 달려가서 각종 제반 사항들을 점검한다. 해외 조업사 직원들의 훈련을 위한 직무교육 강사가 되어 열정적인 강의를 진행한다. 손님들이 우리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끼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런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기획안을 만든다.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의 PM(Project Manager, 프로젝트 매니저)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연예인도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업무들을 처음부터 할 수는 없다. 스케줄 근무로 새벽 출근을 하느라 바이오 리듬은 엉망이 된다. 신입사원 시절 휠체어 손님을 모시다가 브릿지 턱에 걸려 넘어뜨리기도 했다. 출발지 공항의 조업사 파업으로 항공편에 손님들의 수하물 탑재가 안되어 다음날 비행기로 도착한 수백 개의 수하물을 통관하느라 허리가 뻐근한 날도 있었다. 항공기 비정상 운항이 발생하면 손님들로부터 별의별 욕을 다 듣는다. 인내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일을 잘하면 일이 재미있다. 자기가 맡은 직무의 전문가가 되면 내가 몰랐던 나의 적성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은 있다. 관심이 있다면 뛰어들고, 뛰어들었다면 그 일을 마스터해 보겠다고 달려들자. 한 분야를 마스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공한다.


'고인물'이 되느냐, '샘물'이 되느냐

항공업에 종사한 지도 언 20년이 다 되어 간다.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 회사에서 공항 서비스 직무 경력은 내가 제일 많다. 공항 서비스 외길 인생이다. 경력이 늘어나고 연차가 높아지더라도 항상 탐구하고 도전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더욱 노력한다. 김(월급)루팡씨가 되고 싶지는 않다. 월급루팡들이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고인물'이 된다. 나는 항상 맑은 물이 샘솟는 '샘물'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노하우는 다 오픈하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어떤 유명한 인강 강사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이렇게 Certified 된,  검증된 사람의 이야기를 왜 안 들어."


아내 친구의 남편은 그렇게 돈을 잘 번다.

“월급은 얼마나 되나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급여의 만족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연봉 인상과 물가 상승은 2인3각으로 함께 움직이면 좋겠지만, 물가는 이미 그 끈을 끊어 먹고 저만치 혼자 달려간다. 매달 25일 통장을 찍고 ‘스치듯 안녕’ 하는 급여 통장을 보면 아쉬움이 왜 없을까. 하지만 나는 그런 숫자보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이 더 크다.


물론 금융치료도 인생의 고단함을 치유해 주는 하나의 인증된 민간 치료법이긴 하다. 하지만 어떤 일을 시작한다면 급여, 회사의 조직문화,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적 소명의식 모두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과연 돈이 모든 것을 말해 줄까? 사람마다 인생의 가치는 다르고, 그것 또한 나는 존중한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냥 참고만 하는 게 좋다. 본인이 도전하는 꿈, 본인 그 자체가 정답이다. 그나저나 아내 친구의 남편들은 다들 그렇게 돈을 잘 번다.


미리 고백하기

나는 대형 항공사 소속의 직원이 아니다. 그 뜻은 내 경험의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의 소속과 무관하게 직무와 관련해서는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배우며 경험해 나갔다. 구조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들은 직무 지식의 탐구 및 확장으로 보완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인스타의 승무원 취업 관련 홍보 게시물을 보다 보면, "OO항공 국제선 승무원 출신"과 같은 글들이 쉽게 눈에 띈다. 업계 종사자로서 저 홍보 문구를 보면 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먼저 강사분이 그 항공사의 '사무장'이 아닌 '승무원' 출신이라는 것이고, 스펙이 열거되어 있는 이력을 훑어보면 대략 2~3년 정도 일한 주니어 급 경력의 저연차 강사님이라는 것이다. 간판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간판이 전부도 아니다. 비록 대형 항공사가 나의 간판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너무 사랑하고 내가 경험한 직무와 그동안 수행했던 많은 프로젝트에 대해 무한한 보람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내가 연재하는 글들은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 말들이 꼭 정답은 아니다. 다만 항공업이라는, 그중에서도 공항 업무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하고 싶다면, 이곳의 이야기들이 미약하나마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항공업에 대한 직무 이론과 공항 서비스 현장과 본사 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농축된, 양질의 글들을 생산해 내고 싶다. 언젠가는 항공 에세이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은 게 나의 목표다.


정답을 바로 알려 줄 수 없지만,

정보는 최대한 상세히 알려 드릴 수 있도록,

정성을 가득 담아 글을 써 보겠습니다.


2024년 4월.

서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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