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
지하철을 나오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우리 팀 경기야 엄마, 50번대로 텔레비전 틀어놔”
“어떻게 다 알고 있냐, 추운데 얼른 들어와라!”
평일은 오후 7시, 주말은 오후 2시에 경기가 펼쳐진다. 오후 5시 35분쯤 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오면 대략 저녁 7시가 넘는다. 살짝 앞 경기는 보지 못하지만 괜찮다. 경기 초반이라 승부를 가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래서 조금 경기를 놓쳤다고 마음 졸이지는 않는다. 오늘 경기는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춥지만 걸었다.
집에 도착해 냅다 가방 던져놓고 텔레비전 화면 속으로 한 몸이 되었다. 엄마가 스포츠 채널을 틀어 놓았으나 농구 경기 중이었다. 식사 준비하고 있었기에 대충 틀다가 농구하는 채널을 틀어놓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 이름을 엄마 역시 이젠 잘 안다. 자신이 먼저 “전광인”, “허수봉”, “문성민”을 부르며 응원한다.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에서 선수로 뛰다가 다른 팀으로 이적한 “신영석”도 잘 안다. 신영석 선수를 내가 무진장 응원했다. 그래서 엄마도 잘 안다. 분명 배구와 농구를 잘 구분할 것이다. 다만 채널을 잘못 틀어놓았을 뿐이다.
1세트와 2세트 경기력이 분명 다른 경기에 비해 나아졌다. 오늘따라 유난히 서브에이스가 많았다. 서브에이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경기가 훨씬 더 많은데 오늘은 희한하게 서브에이스가 많아 느낌이 좋았다. 오늘의 경기력으로 볼 때, 당연히 3세트까지만 경기하고 경기가 종료될 줄 알았다. 손쉽게 승리를 거머쥘 줄 알았다.
하지만 스포츠는 끝까지 가봐야 한다. 3세트 가서 상대팀에게 졌다. 결국 4세트를 갔고, 4세트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다행히도 5세트는 가지 않았다.
스포츠란 장담할 수 없는, 상상할 수 없는 경기력에 때론 좌절하고, 때론 행복해한다. 한 경기를 볼 때 다양한 감정들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반복한다. 스포츠 경기와 달리 인생에서 이러면, 정서적 불안으로 엄청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포츠가 주는 짜릿함이다.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경기 결과 달라지기도 하며, 관객의 응원에 힘입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하는 다이내믹한 배구 현장을 사랑한다. 이 행복감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려고 하지만 대다수는 사실 무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배구를 홍보한다.
오늘 방송 화면을 통해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 전광인 선수 유니폼을 입고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에 반해버렸다. 어린 나이에 스포츠 경기를 보며 경기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멋져 보였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 배구에 한 번쯤 빠져보라고 적극 추천한다. 100일의 마지막 글쓰기 주제로 응원하는 배구팀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어 행복하며, 더욱이 오늘 경기의 승리가 3연승이라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 마지막 글에 승리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준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