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예술계를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두 영화 '위플래시(Whiplash)'와 '블랙스완(Black Swan)'은 모두 예술가의 광기를 담은 내용이다. 예능에 도통 소질이 없는 나는, 예술인들이 꿈 꾸어내는 상상력에, 극도의 몰입의 순간에 탄생하는 창조물에 열광한다. 관객으로서 내가 보내는 박수에는 그들이 날 것 그 자체인 '생명'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들인 피,땀,눈물에 대한 존경심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 박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날이다.
새로운 연주, 화려한 춤, 신들린 연기, 감각적인 글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예술가들은 무대 뒤에서 살을 깎는 노력을 해야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때론 노력만으론 부족하게 느껴져, 특별한 1%를 위해 예술인들은 그동안 돈을 받지 않고 지난한 '견습' 기간을 참아야 했던 것 같다. 예술을 위해선 이런 거쯤은 견뎌야 한다며 홀대와 학대를 받았고, '스승님'의 ‘애정어린’ 접촉을 참아야 했던 것 같다. 좋은 결과는 이 모든 희생을 잊게 해준다는 유령같은 소문이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치피 관객들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생각해.”
이런 잔인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은 미쳤거나 미치도록 강요 당했다.
그러나 우리 관객들은 이제, 진정한 예술을 하기 위해 미쳐야 한다는 신화에 대해서 단호하게 "아니요, 원치 않아요"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들은 스승인 플레쳐에게 빰을 맞고, 모욕을 당했던 제자 앤드류가 최고의 드럼연주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토마스의 추행을 당했던 니나가 완벽한 '검은 백조'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그래, 예술은 결국 미칠 때 빛이 나는거야."라고 혹시 끄덕였다면, 이제 생각을 고쳐야 할 때이다. 누군가 미쳐야, 아파야 완벽해질 수 있다면, 완벽하지 않은 인간다움을 선택하자. 추악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에 대해서 박수가 아닌 가운데 손가락을 빼들자. 아무도 죄인들 곁에 머물지 말고 매몰차게 그들 곁을 떠나자.
용감한 백조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호수 밖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울부짖었다. 저 우아해 보이는 백조들의 다리는 사실 물 밑에서 쉴 틈없이 발을 휘젓느라 멍 투성이라고, 평화로워 보이는 호수 안은 사실 진흙탕이라고. 내게는 이번 Me Too 운동이 그렇게 다가온다. 연약하고 강인한 백조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용기가 욕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