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돌아 역습한다
멀지 않은 홍콩의 대학에서
입구가 봉쇄되고
그 안으로 최루탄과 고무탄이 날아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임산부에게 최루액이 뿌려졌고
그저께는 경찰이 21살 학생에게 실탄을 발사했다.
전 세계가 보고 있으나 홍콩의 화기는 잠잠해질 줄을 모른다.
유사한 경험을 겪은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에 내 안에서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야 할 것 같은 멋쩍은 의무감이 꿈틀거린다. 우리가 얼마나 혹독하게 1980년 봄을 견디고 버텨야 했는지 눈으로 보진 못 했어도 가슴으로 기억한다.
내가 가진 기준만으로 어떤 상황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 중국 헌법 제1조에는 ‘어떠한 조직 또는 개인도 사회주의 제도를 파괴하는 것은 금지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 바, ‘폭도’들에 대한 경찰의 제압은 합법적인 행정작용이다.
그러나 선배님들의 희생 덕분에 내가 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그들의 헌법이 어떻게 얘기하든 내게 있어 국가의 공권력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때만 정당하다.
그러나 내게는 부당한 폭력에 대해 항의할 힘이 없고, 우리 정부 역시 힘이 없다. 소국이기에 눈치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비통하다. 혹여나 또 한 번의 THAAD 파동이 없기를 살 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으리라.
그렇다고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는 걸까. 연락이 뜸한 홍콩인 친구들이 걱정되고, 선뜻 연락하지 못하는 상황도 아득하다.
소국이 아니라 대국이라 한들 누구 하나 제대로 따지고 나서는 이는 없다. 역사는 훗날 지금의 장면들, 특히 이 낯설고 비정한 고요를 어떻게 기억할까?
박노자 시인의 시가 말하듯, 돌아 역습하는 혁명을 추운 밤 간절히 바라본다. 그곳의 화기가 하루빨리 사그라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