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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바다

하늘을 걸어가 보다.

땅은 그냥 걸어가면 걸어갈 수 있는데...

하늘을 어떻게 걸어갈 수 있을까

혼자 힘으로는 못하지만 어떤 것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반지의 제왕에서 처럼 큰 독수리가 있다면 모를까

사실 새를 타고 날기는 상당히 어렵다

대화는 해보지 않았지만 새는 누군가를 태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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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비행기를 타고 가볍게 제주도를 다녀왔다. 적지 않게 타본 비행기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공항 활주로에서 뜨고 나서 40여분이면 도착하는 곳 제주도의 하늘길은 육지로 걷는 답답함이 없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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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경우 엔진의 힘을 마력이라고 하지만 비행기의 경우 추력이라고 한다. 자동차는 엔진에서 만들어진 힘이 바퀴를 굴리기에 마력이지만 비행기나 로켓의 경우 엔진 또는 연소부의 노즐을 통해 비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고온, 고압의 가스를 고속으로 방출함으로써 비행기 및 로켓이 전방으로 날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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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날지도 않았는데 제주도의 한라산이 보인다. 오래간만에 비행기에서 보는 한라산이다. 제주도는 유독 여자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와 운명의 신 가믄장아기나 집안의 가신들도 여자다. 섬이었기 때문에 인류사의 기원에서 보이는 그 원형이 남아 있어서 그런 듯하다. 바다에 나가 물질하는 사람 밭에 나가 김을 매는 사람, 장터에 나가는 사람이 여자였으니 능동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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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만든 여신이 정성을 다해 한라산을 만들고 툭툭 던지듯이 이곳저곳에 던져서 만들어진 것이 오름인 것 같다. 동산처럼 보이는 오름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것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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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등을 밀기라도 하듯이 추력으로 사람을 태우고 날랐던 비행기가 이제 그 힘을 줄이면서 서서히 제주에 발을 내리고 있다. 조종사들의 실력에 따라 비행기가 충격을 받지 않고 사뿐히 착륙하는 소프트랜딩과 땅에 닿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는 하드랜딩이 있는데 오늘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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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떠나는 길은 비가 오려고 하는지 유독 구름이 많다. 아래가 보이지 않고 윈드 시어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윈드 시어는 풍속과 풍향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의미하는데 항공기 운항에 위험을 주고 때론 자유낙하의 체험도 하게 해준다. 이날 비행기의 조종사는 윈드 시어를 피하기 위해 평소 운행 고도보다 조금 더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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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시어를 피해 올라오니 색다른 경관이 펼쳐진다. 이곳의 온도는 영하 30도에 이른다. 그러나 경관만큼은 장관이다.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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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순간이다. 항공기는 국제선과 국내선의 비행고도가 다르다. 멀리까지 갈 때는 연료가 가장 적게 소모되는 고도까지 간 다음 순항비행을 하는 국제선의 고도는 높은 편이나 제주도를 가는 비행은 그보다 낮게 잠시 올라갔다가 내려가지만 윈드시어 같은 것이 있을 경우보다 오래 머무르게 된다.


가고 오고 오고 가는 곳에서 하늘의 바다를 잠시 만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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