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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트레일

월정리 진빌레 밭담길

지난시간 동안 제주시의 관광 포커스이며 주요 이슈는 4.3이었다면 하반기부터 2019년의 발굴과 살펴보기로 새로운 제주를 발견하는 지질이 있다. 2020년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제주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질이라고 하면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지게 된다. 특히 한반도에서 제주의 지질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독특함은 알고는 있지만 실제 그 속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주도가 좋아서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도 그냥 독특한 돌이 많은 섬이며 풍광이 좋은 곳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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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의 김녕과 월정은 자연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미 많은 여행객들에게 소문이 난 곳이지만 대부분은 바다를 중심으로 올레길을 여행하는데 익숙해 있다. 제주도를 적지 않게 와보았지만 밭담 길이라는 곳은 처음 와보았다. 말 그대로 밭담 길은 제주도에서 밭농사를 하는 곳을 낮은 담으로 표시를 하고 그 사이의 길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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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제주도의 풍광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현지 사람들은 월정리는 '무주개'라고 부르는데 '개'는 포구를 의미한다고 한다. 달이 뜨는 바닷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월정(月汀)은 마을의 모양이 반달같이 생겼다. 천연기념물 제384호인 당처물 동굴이 있는 이곳에서는 농가에서는 양파와 마늘, 당근을 많이 재배하며 바다에서는 소라와 해초를 많이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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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고 제주밭담의 창을 만들어두었다. 창으로 보는 세상은 마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스케치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술가 자신이 직접 관찰한 것을 그 자리에서 신성하게 반영하고자 한다면 스케치가 최선이지만 누구나 사진을 찍은 지금은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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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담 길을 천천히 둘러보기 위해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모든 흔적들은 천혜의 신비로 여겨지면서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만나는 트래킹은 더한 매력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목적지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비중을 두면서 푸른 바다가 넓게 펼쳐지는 곳, 억새가 은빛 물결로 반짝이는 이 계절에 쉼과 사색이 공존하는 여행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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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선캄브리아 시대(Precambrian Eon)부터 육괴(陸塊)로 존재하다가 올리고세와 전기 마이오세 동안에 동해 배호분지(背弧盆地)의 확장으로 일본 열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동해가 생기고 제4기에 걸쳐 알칼리 화산암의 분출로 제주도, 울릉도 등의 섬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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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집의 담은 조금 높은 반면 밭담은 밭을 쉽게 볼 수 있게 낮게 만들어져 있다. 아무리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이 돌담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제주도의 밭담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 고종(高宗)[1192~1259] 때부터라고 하는데 본격적으로 밭담이 만들어진 것은 제주판관 김구(金坵)[1211~1278]가 지방의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고 토지 소유의 경계로 돌을 이용해 담을 쌓으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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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주도의 날씨는 따뜻하면서도 포근하다. 제주도에서 적지 않게 걸어서 그런지 운동으로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허벅지가 뻐근하다. 부랴부랴 짐을 꾸리고 밭담 길로 길을 나섰다. 밭담 길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만 어쩐지 서글픈 생각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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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는 이런 풍광이 흔하지 않지만 일본이나 제주도에서는 이런 묘한 풍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비가 마치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준다. 만리장성보다 4배에 가깝게 길다는 밭담의 한 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길에서도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등대의 신호처럼 멀리서 비가 기다리고 있다. 필자도 이제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출항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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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주도의 올레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이미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밭담 길도 또 하나의 명소로 사람들 속에 기억이 될 듯하다. 혼자서 걷는 길에 느끼는 이 유유자적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 이런 순간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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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오면서 황금색과 짙은 남색, 검은색, 군데군데의 초록색이 마치 한 점의 유화처럼 보이는 장면은 처음 보는 것 같이 낯설다. 키 큰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확 트인 제주 밭담 길의 저편에는 간간히 기이한 모습의 돌들이 기묘한 느낌으로 다가와 나를 매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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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으로 부는 세찬 바람만이 이 순간에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주변에는 온통 구멍이 송송 뚫린 돌들로 둘러싸인 곳에 척박한 제주 땅에서 자라는 초록색의 채소만이 생명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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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밭담의 길이는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무려 4배에 이를 정도로 길다고 한다. 제주 밭담을 알리는 축제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밭담은 2013년 1월에는 국가 중요 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14년 4월에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 중요 농업유산으로 등재되어 흑룡만리(黑龍萬里)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다시오는 그때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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