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기억들

1947~1950 거제 민간인 학살사건

그냥 사진만 보고 그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제에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잊혀 가고 있어서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없어져가고 있을 때 거제도 해금강 테마박물관 유경 미술관에는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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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는 박물관이 있지만 다른 시에 비해 그 규모도 작고 노후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해금강을 테마로 만들어진 해금강 테마 박물관은 거제인의 삶과 그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며 2층에 있는 유경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시기마다 열려서 가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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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상설전시관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오래전에 보았을 물건들과 상가들, 삶이 연출이 되어 있다. 보통 이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나이는 50대 이상이다. 옛날 것들을 잊어버리고 있을 때 근대 역사는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서 다시 찾아오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 시절 퀸을 알지 못했던 젊은 사람들이 더 열광했다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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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것만 찾다가 오래된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서 도시재생 및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겨운 느낌으로 문화적인 복고와 레트로가 뒤섞여서 다시 재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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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영화시장이 크지 않았을 때는 보통 몇 명의 배우가 한국영화에서 연기를 하면서 인기를 누렸다. 얼마 전 작고한 신성일이 출연한 영화의 포스터부터 다양한 옛날 포스터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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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근대의 공산품을 들고 조선땅을 찾아온 후 광복이 되고 나서 우리는 적지 않은 일본 제품을 카피하면서 한국색을 입혔다. 이곳에 있는 것은 옛날에 일제를 최고로 칠 때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지금은 사라진 거제의 모습이지만 그 장소가 오늘날에는 이렇게 박물관 안에서 역사와 문화가 입혀진 채 살아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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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와서 잊힌 기억들 전(Vanishing Memories)을 만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 본다. 제주도를 비롯하여 거제도는 광복 이후에 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그 역사의 진실을 찾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거제도는 아직은 그 발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전시전으로 잊힌 기억을 다시 되새겨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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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다시는 이 땅 위에서 억울한 죽임이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여 지켜나가겠습니다." - 가려진 시간, 남아있는 눈물 거제 민간인 학살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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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하기만 했던 민간인들의 학살이 규명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군이나 경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즉결처분이 대부분이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학살당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한 죽임을 맞이했고, 생존자와 유족들은 연좌제에 따라 빨갱이로 매도당하며 오랜 시간 사회적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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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고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정확한 숫자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전후에 이승만 정권은 분단 상황에서 출발하였기에 지지 기반이 협소했다. 좌익 세력의 기세를 꺾어야 할 때 제주 4.3 사건과 여순사건을 계기로 좌익세력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산주의뿐만이 아니라 지지기반에 반대하는 세력까지 좌익 세력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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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 세력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이념과 관련 없는 어린 아이나 청소년과 좌익세력에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 대상에 포함이 되었다. 거제의 학살은 바로 '보도연맹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거제에서 그 사건으로 1,000여 명이 수장되거나 총살되었다. '보도연맹'은 좌익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람이 아니라 가입만 한 사람, 가입 후 조금이라도 활동한 사람, 관련된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을 전향시키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한반도에서만 30여만 명이 가입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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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권 당시 전국적으로 공무원들에게 실적이 부여되었는데 그것은 일정 숫자 이상을 보도연맹으로 가입하게끔 만들었다. 당시 공무원들은 보도연맹에 가입하면 쌀이나 식량을 배급해준다고 선전하면서 배고픔에 허덕거리는 양민들이 보도연맹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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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곳곳에서 학살이 이루어졌는데 최후방이었던 경상도 일대의 보도연맹 학살은 그 피해 정도가 심각했다고 한다. 육군 특무대(CIT)는 보도연맹 관련자들을 학살할 때 골짜기나 우물, 갱도에 모아놓고 한꺼번에 총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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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로 등에서 다룬 적이 있었지만 국민보도연맹의 경우에는 한국전쟁에서의 민간인 희생과는 달리 전국 각처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하였으며 피해인원이 대단히 많고 명령 계통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국가 권력의 조직적인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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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눈물은 이제 닦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거제의 학살사건을 다룬 잊히는 기억들 전은 경남미래발전연구소, 경남꿈엔꾼예술단, 평화통일연구원 주체로 진행되며 라임 스튜디오와 몽돌 디자인이 후원하였다. 밤 안에 갇혀 있는 올빼미는 낮에는 눈이 멀어 빛의 신비를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은 역사 속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을 밝힐 책임이 있다.


1947~1950

거제 민간인 학살을 기억하다.

2018년 12월 1일 ~ 12월 30일

가려진 시간, 남아 있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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