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간계 (反間計)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다.
손자병법의 33번의 계책인 반간계는 적의 간첩을 이용하여 적진에 교란을 일으켜서 후방에서 전방의 적이 무너지도록 만드는 계략이다. 아군에 대한 정보를 적당히 흘려보내고 중요한 인물마저 흘려보내며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적이 너무 강 할 경우나 내부정보를 전혀 알 수 없을 때 이용하면 좋다.
영화 내부자들은 한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본질적인 문제를 집어내어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적이 있는 작품이다. 정치인과 재벌, 언론, 검찰이 그들만의 공고한 네트워크를 깨기 위한 정치깡패 안상구와 족보 없는 검사 우장훈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정치깡패로만 소모될 수 없다는 생각에 안상구는 이강희 논설위원이 상대편의 중요한 내부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내부자에게 얻은 비자금 파일을 가져다준다. 향후 미래를 위해 보험처럼 가지고 있으려던 파일은 오히려 안상구의 손목과 그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게 된다.
지난 세월의 인연 때문인지 안상구는 그 정보가 이강희를 통해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못한 채 장필우 의원을 향해 칼을 간다. 오히려 반간계를 잘 활용한 사람은 안상구가 아닌 이강희였다. 이강희는 안상구 패거리들을 제어하기 위해 안상구를 이용한다. 안상구를 완전하게 처리하는 것보다는 그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안상구 혼자서만 상대편을 속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여기에 물 먹은 사람이 하나 더 있다. 청와대-부장검사 라인을 타고 족보 없는 서러움을 한 번에 날려버리려던 우장훈은 그들의 역공에 제대로 물을 먹는다. 불법대출을 해주고 적당하게 그들과 어울리던 은행장 석명관에게 형기를 뇌물로 역이용하려 했으나 그들이 더 큰 약점을 쥐고 있었다.
안상구와 우장훈의 공통점은 반간계를 어설프게 이용하려고 하다가 크게 내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장훈은 안상구는 다시 한 번 손을 잡는다. 각개전투를 하다가 이제는 연합작전을 펼치려고 계획한다. 한 때 그들의 편이었던 안상구의 정보와 공권력을 가진 우장훈 검사의 조합은 그럴 듯해 보였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들의 내부정보를 더 이상 알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쓰려고 했다가 날려버린 비자금 파일이라는 카드는 이미 그 신뢰성이 떨어졌다는데 있다.
다시 한번 실패를 한 우장훈과 안상구는 마지막 카드를 쓴다. 적의 첩자를 이용할 수 없다면 그들의 편인 것처럼 속여 첩자가 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계책은 작은 트릭과 함께 사용되었다. 안상구가 적당하게 이강희를 압박해 그들의 사이를 이간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우장훈이 그들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지막 계책은 성공으로 끝나고 그들만의 공고한 네트워크에는 금이 가게 된다. 완벽한 반격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반간계는 상당히 위험한 계책이다. 경솔하게 사용하다가는 역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은 계책으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특히 견고한 요새나 국가의 경우 겉에서 공격하는 것보다 내부부터 무너지게 하는 것이 가장 쉽다. 한반도에 존재했던 수많은 고대국가들이 외부의 공격에서 무너지기보다 내부의 문제로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중국 송나라 장수 악비는 조성을 토벌하러 갔다가 하주 부근에서 적의 첩자를 사로잡았다. 악비는 적의 첩자에게서 정보를 얻어내기보다 역으로 정보를 흘리는 반간계를 사용하기로 한다. 일부러 군량이 떨어져서 다릉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정보를 첩자가 듣게 만든다. 첩자의 감시를 허술하게 만든 다음 도망치게 해준다. 첩자는 조성에게 가서 그 정보를 흘려주자 조성은 방비를 허술하게 한다. 그러나 악비는 당일 군대를 몰아 조성의 군대를 격파한다.
삼국지에서 전략상의 요충지 적벽을 차지하기 위해 제갈량과 주유는 조조의 밀사 장개를 역이용하여 적벽대전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다. 수상전에 능한 채모와 장윤을 조조가 직접 제거하게 만들기 위해 밀사 장개에게 주유는 슬쩍 역정보를 흘린다. 채모와 장윤이 주유에게 항복하여 조조의 목을 칠 것이라는 것이다. 조조는 그 정보를 듣는 순간 단칼에 유능한 장수인 채모와 장윤을 베어 버린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확실히 승기를 잡게 된 오벌 로드 작전(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쪽을 방어하는 독일군 4개 사단의 전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항상 연합군의 첩보를 수집했는데 적의 첩보원에게 연합군은 고의적으로 영국해협에서 가장 좁은 파드칼레 해변에서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린다. 믿을만한 첩보원에게 얻은 정보를 신뢰한 히틀러는 파드칼레에 신경을 썼지만 노르망디에는 신경을 덜 썼다. D-Day당일 연합군은 성공적으로 교두보를 확보한 반면 독일군은 기갑사단의 지원이나 증원군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반간계는 전쟁에서 적의 첩자를 이용하는 계책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사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