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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7. 2022

생각의 고택

사람이 집과 풍경을 느끼는 사운고택

우리가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평온함과 바지런함,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선함과 악함등 항상 때에 따라 변화하는 것일 뿐 늘 일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물화라는 말은 세상의 것들은 항상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고는 생명을 온전하게 삶을 충실하게 가꾸어 나간다는 의미가 양생이다. 

하나의 집안이 서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있어야 할까. 대들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쳐줄 수 있는 작은 기둥들이 필요하다. 홀로서 일가를 이룰 수는 없다. 소나무 한그루로서 낙랑장송이 될 수는 있겠지만 조화로운 정원을 이루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 고택은 홍성에 자리한 사운고택이다. 어떤 것을 볼 수 있느냐에 따라 세상은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변할 수 있다. 당장 이번 주에 얼마나 새로운 것을 보고 생각했는가를 돌아보면 시선의 폭을 느낄 수가 있다. 어느 날  고택 안으로 들어온 필자는 초록빛 정원을 마주하게 된다. 

안쪽에 자리한 녹색의 풀들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것만 같이 반짝인다. 곳곳에 여름을 알리는 장미를 비롯하여 진홍빛의 꽃망울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으며 집의 마당에 심어진 나무들은 나무 내음을 풍기기 시작했다. 흙이 보이기는 하지만 헐벗은 느낌은 없다. 이래서 사람에게는 정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나 보다. 

선조의 아들인 정원군(定遠君, 원종으로 추존)과 구사맹(具思孟)의 딸인 연주군부인 구씨(인헌왕후로 추존) 사이에서 첫째 아들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 왕위 우선순위에서 거리가 멀었던 이 사람은 전란의 시기를 이겨내고 왕위에 올랐지만 신하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끌어내려진다. 그가 광해군이다. 광해군 뒤로 왕위에 오른 인조는 조강지처인 인열왕후외에 두 번째 왕비인 장렬왕후 조 씨를 맞이한다. 

홍성의 이 고택은 사운고택으로 앞서 말한 양주 조 씨의 종가다.  한원부원군(漢原府院君) 조창원의 딸을 자의대비(慈懿大妃)로도 불리는데 자신의 아들인 숭선군을 왕위에 올릴 야망을 가졌던 조 씨가 폐귀인이 되고 후에 봉림대군이 효종에 오르게 되는데 이때 자의왕대비(慈懿王大妃)가 된다. 

이 고택은 조태벽공이 지은 집으로 13대에 이어 삶을 이어간 곳이기도 하다. 종가인만큼 대를 이어온 땅이 넓은데 대를 이어 산림을 모범적으로 경영하는 산림 명문가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고택의 안의 공간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옛날의 삶은 그렇다. 차곡차곡 쌓아둔 땔감이나 집안에 있는 온갖 살림도구들을 정리하기만 하더라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비가 내리면 마당의 꽃송이들이 상할까 봐, 걱정, 날이 가물면 벼가 자라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씨앗들이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닌다. 씨앗을 현미경 등으로 자세히 바라보지 않아도 그 모양이 참으로 각양각색인 것을 알 수 있다. 제각각 얼마나 개성이 넘치는지 생명이라는 참 복잡한 것이라는 것은 깨닫는 순간이다. 

홍성의 사운고택은 2022년 고택. 종갓집 문화재 활용사업으로 활용이 되는데 삶, 지혜의 공간 사운고택 문고리를 열다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양주 조 씨의 종가를 돌아보면서 종가의 삶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이곳에 묻어있었는가를 생각해본다. 360년이 넘게 손 한번 바뀌지 않고 대대로 이어서 살아온 종택이다. 사람의 진정성을 보려면 그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아주 작은 걸음이라도 걸어가는지 보면 된다. 그런 사람은 사회의 가치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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