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Oct 26. 2023

돈의 프롤로그

돈의 밀도는 상대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 자라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소유하게 된다. 선사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계속 변화해 왔다. 지금 우리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미래에는 무가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생산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들을 가지고 기업이나 개인이 생산한 것을 교환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 화폐다. 나뭇가지에 달린 잎사귀 모양의 돈이라는 엽전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기술로 만들어진 지폐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척도가 필요하다. 척도는 같지만 그 척도에 따른 돈의 밀도를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다르다. 돈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돈을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의미다. 


인류 문명이 발달해 가는 역사를 살펴보면 그 시대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도시는 모두 당시 전 세계에서 밀도가 높은 도시였다. 밀도가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적, 물적자원이 많이 모여들며 새로운 기회와 변화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밀도가 높은 만큼 기회도 많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수평적으로 밀도가 높아지던 세계의 대도시는 뉴욕의 오티스라는 사람이 침대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만든 엘리베이터에 적용되면서 수직으로 밀도가 높아지게 되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 후로 뉴욕은 마천루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그 유명한 뉴욕의 높이 443m, 102층 건물로 1929년 공사를 시작한 이래 2년 만에 지어진 뉴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32년에 세워지게 된다. 하늘을 닿을 듯한 고층건물들의 도시가 가능하게 했던 발명을 했던 오티스는 가난 속에서 세상을 떠난다. 만약 안전장치가 있는 엘리베이터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밀도가 높은 고층건물들이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그런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허벅지는 엄청나게 두꺼워졌을지 모른다.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건강해질 수 있으니 조금은 보답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도시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상권이 만들어진다. 상권분석이라는 것은 유동인구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밀도가 높지 않은 도시에서 유동인구가 많아질 수는 없다. 유동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우스갯소리로 누군가가 흘린 돈을 줏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떨어진 돈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자본의 집적도가 높다는 의미다. 


어떤 밀도는 상대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10여 년간 유래 없는 저밀도의 화폐시대를 경험했다. 이상할 정도의 저금리로 풀려나간 돈으로 인해 모든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들의 가격을 올려놓았다. 가상화폐 역시 저금리의 물결에 떠오른 것이기도 하다. 화폐의 밀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금리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시중에 많이 풀려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이 극단적인 가격의 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2022년부터 결과에 대한 계산서를 받기 시작하고 있다. 돈이 많이 풀린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내 지갑이 두툼해지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것의 밀도를 높여준다. 이미 가치의 밀도가 높아진 대상에는 사람들은 타당하다는 이유를 가져다 대지만 그것만으로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정책적, 정치적, 경제적등의 이유를 들어서 대다수의 국민을 위해 혜택을 주는 것 같지만 여기에 자본주의의 욕망이라는 한 스푼의 조미료가 더해지는 순간 갑자기 자본의 밀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며 풍족하게 살자는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분명히 있지만 보이지 않은 밀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이냐에 대한 것을 다루었다.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는 이유는 기회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군(郡) 단위의 지역으로 간다면 기회의 밀도가 상당히 옅어져서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적으로 일명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곳은 지속적이지는 않더라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대화의 밀도와 SNS의 밀도로 인해 거주하지는 않더라도 특정한 시기에 사람의 밀도를 높여주어 특수를 누리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되면 기회의 밀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체험하려는 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돈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많이 거론되며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4시간 방송하는 뉴스에서 부동산을 거론하는 비중만 보아도 서울 및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높다. 방송을 보고 있으면 서울 및 수도권에 살지 않아도 모두 그곳의 뉴스를 들어야 할 것만 같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돈의 밀도가 한 번 높아진 대상은 계속 그곳으로 몰리면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우연히 물질이 더 많이 있던 곳에서는 중력이 더 세게 작용하여 그곳의 물질들이 더 가까이 모여들게 된다. 에너지를 더욱 작은 공간으로 몰아넣을수록 온도는 높아지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자산의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밀도는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많은 것이 모여서 단단하게 만든다. 


지난 10여 년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는 근본적인 기술의 활용도와는 상관없이 밀도를 높여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려는 세력과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가격의 변동이 만들어졌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 그 가치를 인정하면서 몰려들어야 밀도가 높아지고 그 밀도로 인해 가격을 위로 밀어 올릴 수가 있다. 희석된 돈은 부동산으로만 간 것이 아니라 주식으로 흘러갔고 일부는 가상화폐로도 흘러갔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부른다. 기축통화는 돈의 밀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통화이다. 많이 찍어내면 당연히 밀도가 낮아져야 하지만 전 세계에 흩뿌려지기 때문에 밀도가 낮아지기는 하지만 찍어내면 바로 밀도가 낮아져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티르키에, 베네수엘라와 같은 다른 국가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먹물을 작은 그릇에 한 수저 풀어낸 것과 큰 독의 항아리에 푼 것과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돈의 밀도는 좁아질수록 높아지지만 위험의 밀도는 넓게 퍼질수록 좋다. 미국이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은 인플레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보이던 보이지 않든 간에 돈의 밀도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기능적으로만 본다면 고급승용차와 가격이 저렴한 경차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동수단에만 국한한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왜 고급승용차에 더 큰 가치를 지불하면서 구입을 할까. 보는 사람들의 밀도가 달라지고 대화의 밀도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것 일수도 있다. 돈의 밀도는 분명히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어느 기준을 지나게 되면 그 밀도의 수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돈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수준을 지나면 감흥이 없게 된다. 온도가 1,000도든 1,000,000도가 되든 간에 노출이 되면 사람이 죽는 것은 똑같다. 살아가면서 하나의 밀도만을 가지고 살 수는 없다. 그것이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대상의 밀도라고 해도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