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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9. 2023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

사람도 돈도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중요한 변화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눈에 보일 정도라면 그것은 이미 모든 것이 끝난 과정의 결과일 것이다. 어린왕자를 쓴 생택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처럼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를 비롯하여 한국사회도 가치관뿐만이 아니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변화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여진다. 돈이라는 거품을 잔뜩 부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덕목이 되어가는 것처럼 인식되어가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살아야 하는 목적을 상실하면 그만큼 허망한 것이 없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왜곡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트랜드처럼 살기 위해 파이어족처럼 빨리 돈을 벌어 은퇴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그 과정 속에서 독버섯처럼 그 심리를 파고드는 각종 사기의 씨앗이 뿌려지게 된다. 아주 극소수의 두드러진 성공사례(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꼬드겼다. 필자 역시 유튜브를 보기도 하지만 원하지도 않는데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다양한 동영상이 노출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좋은 방법을 왜 이렇게 알려주고 싶어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대론 집에서 한 두시간을 들여서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에 놀라울 때도 있었다. 비정상이 정상화가 되어 사람들의 사고를 마비시키면서 시장의 적정 가치를 훼손시키고 왜곡을 만들어냈다.      


15년 전쯤 일본은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기 시작하며 모든 것이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의 인구감소 역시 심각한데 당시 청년세대들은 이미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있었다. 대박 찬스라던가 순간을 즐기기 위해,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생긴 빚들은 적지 않은 청년세대들을 좀먹어 가고 있었다. 그런 현실은 사채꾼 우시지마와 같은 만화책에서 리얼하게 표현된바 있다. 미래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소비하는데 최선을 다하게 된다.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인플레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인플레의 부작용이 있다.


인플레가 만성이 되어버리면 누구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늘이 돈쓰기에 가장 좋을 때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베네수엘라는 급여를 받는 즉시 소비를 한다고 한다. 그런 나라에서는 돈을 아껴 한 달을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사회 역시 가상화폐라던가 가치가 없어 보이는 주식, 부동산에서 영끌은 마비된 이성에서 눈앞에 기회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딱 지금의 한국사회는 15년 전의 일본의 모습과 닮아가면서 일명 MZ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은 빚의 무게에 눌리기 시작하고 있다.      


돈이 더 큰 가치를 지향하면 할수록 작고 아름다운 것들(다이아몬드나 금과 같이 작고 반짝이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이나 소박하지만 빛나는 가치를 보지 못하게 된다. 즉 너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면서 웬만한 것에는 자극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주 위험한 선택도 별다른 심리적 저항감 없이 하게 된다. 주변을 보면 과거의 향수를 가지고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이 선택하는 삶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대신에 유튜브나 미디어에서 노출시키는 것에 의해 자신조차 맞추어지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만을 갈구하게 된다.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다가 바닷물을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갈증을 해소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만약 망망대해에서 바닷물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죽음을 앞당길 뿐이다.      


지금 유튜브나 SNS의 알고리즘은 자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모아줌으로써 특정 신념과 편견에 노출되고 그것을 학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명 메아리 효과라고 부른다. 심지어 포탈등에서 노출되는 뉴스만 보아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뉴스는 거의 없다. 초기의 아이디어와 달리 소셜미디어가 거짓을 확산하는 스피커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숨어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자기 멋대로 떠들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신뢰라던가 오피니언 리더라서가 아니라 돈이 많기 때문에 신뢰를 부여하는 것뿐이다. 돈이 많다면 잘못된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사회가 그렇게 간다면 확산되어가는 머니 엔트로피는 매우 위험한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과 가치관이 옳은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어떤 사람들은 희한하게 그걸 연결시켜서 판단하기도 한다.      


위기나 위협 역시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기회나 도전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반대의 영역에도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기는 공평하지 않게 다가오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신용관리라던가 은행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둔 덕분에 괜찮게 유지하고 있지만 저 신용자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문턱이 높은 은행은 영업시간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는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돈이 많아서 특별대우를 받을 생각이 없다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은행이다. 생각해보니 민간기업 중에서 그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은행이기도 하다. 그렇듯이 은행은 공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정부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만약 그 회사를 다니지 않는데 그곳에 들어가서 앉아 있는 다면 누가 반가워할까. 물론 은행에서도 눈치를 준다. 그 눈치를 개의치 않을 용기만 있다면 무더운 여름과 삭막한 겨울에 쾌적한 낯 시간을 보낼 수가 있는 따뜻한 공간이다.     


돈은 신체에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마치 우리가 살아 있기 위해 혈관계로 피를 뿜어내는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다. 심장을 벗어난 혈액은 심장 박동으로 생성되는 파동에 따라 대동맥을 통해 흘러가게 된다. 피의 파동은 흘러가다가 장벽을 만나게 되면 반사를 하게 된다. 계속 분기점을 따라 흘러갈 때마다 반사가 되는데 임의의 망에서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화를 해왔다. 보통 나이가 들어서 얻게 되는 고질적인 질병의 근본인 고혈압은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흘러가기에 에너지의 반사로 인해 혈관에 손실이 일어나면서 신체에  무리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모세혈관과 같은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느린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의 손끝이 다쳤을 때 느리게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장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손실이 되면서 망의 계층 구조를 따라 점점 내려갈수록 파동이 점점 잦아들다가 그냥 천천히 흘러가게 된다. 우리가 맥을 잴 때 주요 동맥에서 맥을 재는 것은 그만큼 심장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즉시 변화를 즉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혈관에서는 거의 맥박이 잡히지 않으며 느리게 흘러가야 혈액을 통해 운반되는 산소가 모세혈관의 벽을 통해 세포에 전달될 시간이 충분해진다. 경제 역시 한국은행, 1금융권, 2금융권,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사, 대부업, 심지어 불법사채등으로 이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이 눚추어 지게 된다. 돈의 흐름이 늦추어지는 곳에는 그만큼의 높은 이율이 대가로 따라가게 된다. 중심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돈과 멀리까지 가서 돈이 흐르는지 확인하기 힘든 곳에서의 돈의 가치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돈이 말라버리다시피한 곳까지 흘러간 돈에 관심을 두는 정부나 정치인은 많지가 않기에 경제적 약자들은 돈이 말라갈수록 더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혈액형만 맞으면 수혈을 할 수가 있는데 적정한 시기에 수혈을 하는 이유는 피가 부족해지면 신체의 세포에 전달되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세포가 질식해서 괴사하기 때문이다. 피를 수혈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피는 그 사람의 고유의 DNA를 가지고 있는데 과연 혈액형만 맞는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의학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생존을 위해 수혈이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까. 경제위기에서 수혈하는 돈이 어떤 돈인지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돈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며 기록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돈에는 어떤 흔적도 없다. 우리는 IMF가 1997년에 돈을 수혈해주는 대가로 인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고 한국사회의 경제체질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알고 있다.      


우리 신체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사실 피 속에 포함되어 구석구석에 전달되는 산소다. 한국은행과 같은 경제의 중심에서 힘차게 밀어내는 큰 돈은 현실에서 그렇게 필요한 경우가 많지가 않다. 힘차게 파동을 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을 보고 있으면 변화가 보이는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 역시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며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큰 파동은 쉽게 관측이 되며 제어가 가능하다. 반면 구석구석으로 가는 작은 파동들은 쉽게 놓치게 된다. 그 작은 파동들로 인해 곳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문제를 인식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왕자속에서의 표현은 돈에도 적용이 된다. 경제주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연준의 기준금리나 한국은행등에서 결정하는 기준금리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변화는 그보다 더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사람도 돈도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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