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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4. 2024

콩밭 매는 아낙네

칠갑산을 사랑했던 조각가 박칠성의 작품이 남겨진 공간

칠갑산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 중에 하나가 바로 콩밭 매는 아낙네다. 조각의 형상과 노래로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칠갑산을 유명산의 반열에 올리게 되었다. 산속의 척박한 땅에서 어린 딸과 함께 화전을 일구어 콩밭을 매며 궁핍하게 살았던 어머니는 딸이 잘살기를 바랐다고 한다. 청양에는 대표적인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이 칠갑산 옛길고개 중턱과 장곡사 진입로, 천장호 출렁다리 3개소에 세워져 있다.

오래간만에 찾은 칠갑산길에서 달라진 것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칠갑산이 기억하는 조각가 박칠성의 흔적이 남겨진 곳이었다. 한국 최초의 환경조각가로 칠갑산 지킴이로 평생을 살아간 예술가는 지난 2017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곳은 그의 발길을 알리며 작은 카페와 정원,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박칠성 조각가는 함경북도 경성에서 태어난 해방 후 평양에 처음 세워진 평양미술대학 조각과를 졸업하고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와 부산의 미군 군수기지사령부에서 생계를 위해 화가로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변화가 없었고 그냥 지나쳐 올라갔던 곳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조각이라는 것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것이면서 이미지이기도 하다. 대전에 사는 사람들은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동부사거리에 원형 로터리가 있었는데 그곳에 대전탑이 있었다. 박칠성 조각가는 대전탑을 비롯하여 부산탑, 울산탑, 공업탑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청양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청양을 대표하는 인물 면암 최익현 동상 제작을 계기로 1972년 청양의 심산유곡과 같은 칠갑산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이곳에 조각공원을 비롯하여 노래공원, 칠갑산유래비, 노래비, 콩밭 매는 아낙네 상 등을 세웠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오면 박칠성 조각가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는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의 여정의 중심에 있었다. 한국의 발전과 새로운 역사를 작품으로 기록하고자 했던 그의 꿈은 한국이 풍요롭게 사는 꿈이기도 했다. 

산업화에 걸맞은 다양한 조각상을 만들었지만 그가 사랑했던 지역은 청양이었다. 칠갑산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마치 지리산 깊숙한 곳처럼 청양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칠성 조각가가 칠갑산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1년 뒤에 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칠갑산은 1973년 3월 6일부로 충청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백제는 이 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했다. 

산 이름을 만물생성의 7대 근원에 빗대 칠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자를 따와 생명의 시원 ‘칠갑산七甲山’이라 칭했던 곳에 콩밭 매는 아낙네는 소박한 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간만에 칠갑산과 콩밭 매는 아낙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자주 청양군을 방문하는 덕분에 콩밭 매는 아낙네는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정상 직전의 가파른 길 100∼300m 구간을 빼면 평지 길이 무색할 정도로 길이 평탄하고 넓어 걷기 좋은 길을 가지고 있는 칠갑산의 등산로는 9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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