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타겁(趁火打劫) 기회가 왔을 때 벌떼처럼 공격하라.
이제 전쟁도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사람이 점점 등장하지 않는 형태로 변화해가고 있다. AI와 드론등의 기술발전은 사람을 대신하는 대리전의 양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더 많이 죽을 수 있는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 그 고통에 대해 공감하기가 쉽지가 않다. 앞으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난다면 인간과 기계의 대리전의 양태를 띨 것이며 기술격차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스타트랙과 같이 언젠가는 행성 간의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먼 미래의 이야기다. 영화 엔더스 게임은 행성 간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외계 종족 ‘포믹’의 공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 우주함대를 결성한 인류는 지구를 지켜낼 단 한 명의 영웅으로 뛰어난 지능과 천재적 전략을 지닌 '엔더'를 선택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건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보통 전쟁이라고 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같이 치열하고 파괴적인 전쟁을 생각하지만 미래의 전쟁은 그런 참상을 상상할 수도 없는 형태로 진행이 될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제5계인 진화타겁(趁火打劫)은 남의 불행을 틈타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는 계책으로 상대의 위기를 틈타 적극적으로 그리고 모든 힘을 다해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상대의 위기를 봐주면서 정당하게 할 이유가 없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변화는 국가의 이익에 우선하는 것이지 평화라던가 공존 같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진화타겁은 殄(다할 진), 火(불 화), 打(칠 타), 劫(위협할 겁)이 합쳐진 계책이다.
엔더스 게임에서 엔더가 성장하는 모습이 짧게 그려졌지만 엔더는 외로움과 홀로 성장해야 하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훈련과 시뮬레이션 전투를 통해 우주함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성장하게 된다. 과연 실제 전쟁인지 아닌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열세에 있던 상황을 뒤집고 상대방의 행성을 궤멸시켜 지구를 위협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하지만 그런 진실조차도 모호해지는 것이 미래의 전쟁모습이다.
진화타겁이라는 계책은 개인이나 국가가 허점을 보이고 내분에 휩싸이면 힘에 의해 농락당하게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춘추시대에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와 관련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월왕 구천 의해 아버지인 합려가 세상을 떠나자 복수를 부탁한 합려의 유언을 반복하게 하고 부차는 잘 때에 방바닥에 장작을 쌓아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잤다. 여기에서 와신상담(臥薪嘗胆)이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그렇게 힘을 쌓아 구천을 공격하였는데 구천이 항복을 하자, 오자서는 구천을 사살하여 후환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월나라 범려는 빼어난 미인 서시를 바치면서 항복을 구걸하였고, 월나라의 뇌물을 먹은 재상 백비의 권유로 월왕 구천을 살려두게 된다. 이 결정은 이후에 부차 자신을 자결하게 만들었다.
영화 엔더스 게임의 이면에는 이해하지 못할 어떤 존재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있다. 외계 종족 포믹은 같은 생명체가 아니라 모조리 몰살당해도 좋은 그런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념이나 혐오 혹은 종교에 따라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현대사회에서 어떤 존재에 대한 이해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전쟁이라는 것은 정당성이 부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비극이다.
평소에는 어떤 생명체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 어린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사회는 말하고 있지만 전쟁은 그 모든 가치와 의미조차 모두 잊어버리고 이겨야 되는 전제가 바탕이 된다. 상대진영에서 불이 나고 위기에 휩싸여있는 것을 보고 있더라도 몰아치듯이 공격해서 전멸이 된다고 하더라도 양심등에 저항을 받지 않아야 한다. 범려와 부차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잠깐의 방심이 결국 나라를 멸망하게 하고 스스로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엔더스 게임에서 엔더는 성찰적 여행과 도덕적 딜레마를 넘어서서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인류의 생존과 함께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