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기도 어려운 강신혁의 결단은 살해
주변을 보면 과도한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가 되고 이는 자신의 가족에게도 투영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는 가장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괜찮은 대학을 졸업해서 나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면서 직장생활을 하던 강 씨는 2009년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기도 하고 이후에 다른 회사의 재무담당으로 입사해서 근무하던 중에 퇴직을 강요받고 2012년 11월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강남에 있던 자기 명의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고 좋은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전전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이 괜찮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내에게 속여가면서 월 400만 원의 생활비를 주면서 살아가게 된다. 주식을 업으로 삼은 강 씨는 주식에 투자했지만 상당한 돈을 날려버리고 심리적으로 막다른 길에 도달하게 된다. 분명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있었지만 그의 자존심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아내와 충돌이 자주 발생하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불과 2년여의 시간이 지난 2015년 1월 6일 아내와 두 딸을 죽이기로 마음을 먹는다.
수면제를 먹여 가족 세명을 살해한 강 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알리고 도망을 시작한다. 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던 강 씨는 문경의 농암면에서 검거가 되었다. 날려버린 돈을 제외하더라도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아파트 담보뿐만이 아니라 예금이나 양가의 부모님이 경제적인 여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던 서초동 146평방미터의 아파트, 외국계 IT임원, 명문대 경영학과등은 자신이 상상한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지 고시원, 담보대출, 주식투자실패등은 스스로가 아닌 그 완벽한 가장을 기억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라는 그릇되고 왜곡된 인생관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생의 선택권이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가 터널 시야에 빠져서 다른 선택을 아예 고려하지 않기도 한다. 우리는 수많은 강력범죄에서 이해하지 못할 범죄자를 보지만 그들은 다른 선택 자체를 생각하지 못한다. 조금의 흥분상태에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폼생폼사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간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강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 있다.
48세라는 나이에 44세의 아내, 14살 8살의 딸의 생명을 앗아간 강 씨는 한국의 현실을 다시금 직면하게 만든다. 물질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 스스로의 가치가 그런 것에만 귀속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현재 한국인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돌아보게끔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위치가 자신을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는 한국사회에서 올바른 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