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 정답이 없으니 더더욱 어려운 것 아닐까? 오랜 기간 고민하고 망설이던 미국행을 감행했다.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던 즈음, 나는 결심이 필요했고, 탈피하고 싶었다. 그리곤 질렀다.
뉴욕행 항공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었고, 감사하게도 마일리지로 좌석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이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사실, 무엇이 옳고 그른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후회없이 살고 싶을 뿐. 항공이 결정되고 나니 나머지는 일사천리. 또 한 번 행운의 여신은 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며칠 전, PCR검사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과정이 줄어들었다. 코 한번 덜 쑤시고 검사료도 아끼게 되었으니 몹시도 큰 행운!
오랜만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국을 했다. 예상보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놀랐고, 미국처럼 엑스레이로 몸 수색을 하는 과정이 생겼다는 것이 새로웠다. 출국 시마다 꼭 들렸던 면세점의 물건 픽업, 라운지 방문 등을 생략했다. 과거에는 그게 그토록 중요했는데 이젠 그런 것도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저 내가 무사히 한국을 출국할 수 있는지, 미국 입국을 금방 끝낼 수 있을지 그 생각에만 집중했다.
2년 반 만에 다시 탑승한 국제선 비행기는 만석. 여기저기서 아기가 울고 밥을 먹을 때마다 정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했다. 비자가 있어서 이번에도 입국 허가 6개월의 도장이 찍혔다.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면서 물끄러미 내 여권 속 스탬프를 내려다보니, 크리스마스까지는 미국에 있을 수 있겠구나 싶어 또 한번 과거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무나 해줄 수 없는 일을 해주는 친구를 둔 덕분에 뉴저지에 사는 친구네 집에 짐을 풀었다. 가족도 아니고 친척도 아닌 친구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친구는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얼마나 큰 행운을 가진 것인지. 친구네 집 정원은 앞마당과 뒷마당 모두 아름다운 잔디가 깔려 있고, 큰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어 마치 국립공원과도 같은 분위기이다. 사슴과 청솔모 등이 매일 놀러 오니 텃밭을 가꿀 수 없다며 친구는 투덜댔다.
친구네 집에는 야외 자쿠지와 미니 사우나가 설치되어 있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집. 이곳에서 누려보는 사치에 그저 감사할 뿐. 결정하고 선택하고 정리해야 할 한국에서의 내 삶은 잠시 접어두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사치를 잘 누려보고 싶다 일단은. 그러려고 어렵게 왔고, 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앞으로 이곳에서 또 어떤 일이 펼쳐지고 누구를 만나게 될까? 내 삶은 또 어떻게 달라지고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게 될까? 나의 앞날과 선택에 일단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