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영국 왕과 의회의 부당한 대우에 격분하여 미국 동부 13개 식민지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이 1775년 독립전쟁을 시작해 1776년 7월 3일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날을 기념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에선 가장 큰 축제중의 하나로 손꼽혀 해마다 이 즈음이 되면 미국은 축제 분위기로 후끈하다. 여기저기서 파티가 벌어지고, 불꽃놀이가 매일 밤하늘을 수놓는다.
뉴욕에서는 매년 동쪽과 서쪽을 오가며 양쪽 강가 중 한 곳을 선정해 거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그러나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12월 31일에 종로로 보신각종을 보러 가지 않는 것처럼, 뉴욕 사람들도 이런 날 불꽃놀이 현장엔 가지 않는다는 걸 익히 알고 있던 나.
그래서 나는 올해 친구네 부부와 조용히 뉴저지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하기로 했다. 장소는 친구네 부부가 멤버십으로 속해 있는 컨츄리 클럽. 1인당 $100불의 비용이 든다고 하니, 지금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3만원이 넘는 돈이다. 여기에 조금 더 보태면 신라호텔 뷔페를 맛볼 수 있는 가격이니 저렴하지는 않은 편. 감사하게도 친구 남편이 내 몫을 쏴주었다. 잊지 않을께요, Jimmy!!
설레는 마음으로 예쁜 원피스를 차려 입고(나를 데려가주는 친구 부부에 대한 사회적 지위와 체면에 최선을 다해 맞춰주고 싶었다), 그곳으로 향했다. 서로 얼굴을 아는 멤버들끼리 인사를 주고받고, 야외 골프장에 놓인 벤치에서 와인을 즐기면서 뷔페 음식을 여유롭게 즐겼다. 소는 부위별로, 돼지와 닭고기 요리가 등장한 것은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음식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나는 이를 하나라도 놓칠 세라, 신나게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한껏 현장을 즐겼다. 식사가 끝나고 나니 밴드가 들려주는 라이브에 맞춰 흥겨운 춤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고 이게 한차례 끝나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야외 골프장의 한 곳을 바라보며 일제히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독립기념일의 하이라이트의 불꽃놀이가 곧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곧이어 녹음 짙은 넓은 공간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나는 그저 감탄사만 내뱉으며 연신 사진을 촬영하며 행복해했다.
사실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7월 4일. 그렇지만 이걸 빌미로 나는 또 이렇게 즐거운 추억을 쌓았고, 미국 사람들이 일상과 공휴일을 보내는 또다른 방법을 체험하게 되었다. 친구 잘 둔 덕분에 누리는 호사들이 그저 감사하니 고이고이 마음에 간직해 두었다가 친구가 한국에 오면 그대로 갚아줄 예정이다. 내년 내친구가 한국에 방문할 때 즈음엔 꼭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끼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