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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arlie Jul 18. 2019

남겨진 사람들

4월 16일 이후 <악질경찰>, <생일>, <한강에게>

4월이 되면 생각나는 그 날의 참사,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큰 충격과 아픔이 있기에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5주기가 되는 올해 영화계는 조금씩 그날의 참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참사 후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다. 떠나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 그들에겐 그만큼의 떠나간 마음과 남겨진 마음이 있다.

     세월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순수 창작 극영화의 시작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오멸 감독의 <눈꺼풀>이다. 참사가 있은지 불과 일 년 만에 독립영화 영역에서는 세월호를 다뤘다. 이조차도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작년이다. 일 년이 더 지난 2019년 <악질경찰>을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는 대중에게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찾아왔다. 한 달여 동안 <악질경찰>, <생일>, <한강에게>가 공개되었다.

     <악질경찰>은 누아르를 기반으로 한 장르물로 비리 형사가 세월호의 아픔을 지닌 한 소녀를 통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내용이다. 장르물임에도 대중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세월호라는 소재를 사용한 방식에 공감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이미 어른들의 잘못으로 희생된 아이들로 부족했을까. 영화는 남겨진 소녀를 기어이 주인공의 각성을 도모하기 위한 숭고한 희생물로 사용한다.

     <생일>은 참사로 아들을 잃은 가족과 그 주변을 통해서 참사 이후 사람들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그리고 있다. 당사자에겐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남아있지만, 누군가에겐 지나치고 과한 투정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돈이라는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사회구조 앞에 사람이 느끼는 가장 본능적인 슬픔과 그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한강에게>는 독립영화 영역에서 세월호를 직접적이 아닌 한발 물러나서 다루고 있다. 한강에서 사고를 당한 연인을 둔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남겨진 사람의 심정을 그리고 있다. 괜찮으냐는 주위의 질문에 그렇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하는 것과 같지만, 괜찮지 않다고 말하기 힘든 사람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그린다. 이야기는 축약과 교체를 통해 다른 이야기를 그리는듯하다. 오프닝에서 광화문 세월호 집회에서 낭독문을 읽는 주인공을 비추는 장면을 통해 관객은 세월호에 관한 비유와 은유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든 큰 사건에 대해서 마침표를 찍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명백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지난 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생존자가 올린 글을 봤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그 당시 부실공사에 관련된 모든 관련자와 허가를 내준 관련 공무원까지 처벌을 받았다. 이에 피해자 모임은 적어도 사건의 종결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24년 가까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세 번의 자살을 시도했음은 별개로 말이다. 정상적으로 종결을 맺은 사건의 후유증이 이러한데, 종결은 고사하고 제대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억지 마침표를 요구할 수 있을까.

     5년이란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들을 더욱 이해하고 공감하거나, 혹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생각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사실과 다른 거짓으로 남겨진 사람들을 비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일상에 마음의 짐을 더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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