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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조이 Dec 19. 2024

알람이 없는 아침

눈을 떠 시계를 바라보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지 뿌옇기만 하다. 이 또한 노안인가? 살짝 시큰한 기분을 외면하며 시계를 지긋이 바라본다.

5시 30분.

겨우 시간을 확인하고 서둘러 눈을 감는다. 조금만 더 자자. 잠시 뒤척이다 다시 눈을 뜨니 5시 50분이다. 오늘은 6시 전에 일어나고 싶었는데. 좋아, 오늘 하루 시작이 꽤 괜찮은 걸!


“잘 잤어?”

거실로 나와 먼저 일어난 남편과 아침 인사를 나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식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들어 간밤의 세상 소식을 확인한다. 참고로 우리 부부의 침실은 휴대폰 반입 금지 구역이다.


침실에 휴대폰을 두지 않는 건 남편의 오랜 습관이었다.

“우리, 침실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자.”

결혼 후 맞닥뜨린 남편의 제안은 꽤 당황스러웠다. 잠들기 전까지 휴대폰 속 세상을 탐험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알람을 끄는 건 내 오랜 습관이었다. 휴대폰으로 기상 시간 알람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남편의 논리는 간단했다.

“알람이 필요하면 휴대폰을 거실에 두면 돼.”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은 알람 사용도 반대했다.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 깨면 아침부터 피곤하지 않아?”

그럼 늦잠을 자면 어떻게 해? 나는 끝까지 맞섰지만 남편의 반응은 태연했다.

“우린 지금 출근할 필요가 없잖아.”

그렇게 알람이 없는 삶은 시작되었다.


알람이 없는 아침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면 자연스레 아침에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게 되었다. 커튼 아래로 깃드는 햇살은 다정하게 등을 쓰다듬으며 나를 깨우던, 학창 시절 엄마의 손길 같았다. 가끔 늦잠을 자기도 했지만, 이 또한 내 몸이 필요해서 그런 거라 여기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실제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왔다. 피로를 억지로 눌러 참지 않으니, 피곤이 크게 쌓일 일도 없었다.


1년쯤 지나 알게 된 사실은, 겨울이면 잠이 부쩍 늘어난다는 점이다. 햇살에게 알람의 역할을 맡겨두었기에, 겨울에는 짧아진 해의 길이와 함께 자연스레 잠자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거구나. 인간도 결국 동물이니까,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늘어난 잠을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다시 겨울.

지난 겨울, 잠은 늘고 활동은 줄다 보니 결국 살이 쪘다. 아마 그래서, 지난 봄에 다이어트에 도전했던 거겠지? 물론 실패했고, 여전히 그 살들은 나와 함께하고 있지만. 이번 겨울에는 다르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번 겨울에는 ‘인간답게’ 운동을 좀 하자.

포근한 침대 속에서 다짐을 되뇌며 잠이 든다.

‘그래, 내일부턴 꼭 운동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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