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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빙 사파리 Jan 18. 2022

새해에는 청소요정이 되어볼까?

“청소도 안 하면서 왜 장비만 사들이냐”


남편의 불만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지도 어언 9년. 

지금까지도 살림에서 가장 어려운 건 정리와 청소다. 이 분야야말로 장비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적절한 수납 가구에 넣어두는 것이며, 

청소는 최첨단 혹은 똘똘한 도구의 도움이 있어야만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새시가 없이 홑겹 창문만 있던 한옥 신혼집(문틈 사이로 얼마나 많은 먼지가 들어오던지)부터 

현재의 구옥을 리모델링한 집(개조 포인트였던 구옥의 서까래에 그렇게 많은 먼지가 쌓일지 예상 못했다)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먼지가 많은 집에서만 살아왔고, 

매일 침대에서 방방 뛰어 먼지를 만들어내는 게 놀이인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청소는 어느새 ‘먼지와의 전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진공청소기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깊숙한 곳은 청소가 어려웠다. 

로봇청소기도 사용해봤지만 매일 무언가를 어지르는 세 아이가 사는 집에선 

로봇청소기가 다닐 수 있는 길조차 확보하는 게 어려웠다. 

세 아이를 출산한 후 과장 조금 보태 매일 한 움큼씩 빠지는 나의 머리카락과 

라푼젤처럼 긴 머리를 고수하는 딸아이의 머리카락이 

먼지와 시너지를 내면 얼마나 흉측한 먼지 덩어리를 만들어내는지. 


늘 깨끗한 집을 향한 갈증로 목말라 있던 어느 날

 ‘이태리 고무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심플하고도 특별할 것 없는 디자인의 빗자루였다. 

다만 쓸어 담는 부분이 털이 아닌 고무판(?)이라는 점이 특이했는데, 

바닥과 닿는 면을 빗각으로 깎아서 얇은 고무 스크래퍼가 바닥을 밀어내는 형식으로 청소를 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홍보 영상에서 보는 광경은 신세계였다. 

힘도 들이지 않고 가벼운 고무비를 쓱쓱 밀기만 하면

 바닥의 먼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털이 달린 빗자루였다면 여러 번 쓸었어야 할 분량의 먼지들이었다.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온갖 자잘한 쓰레기와 

두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혼재하는 우리 집에 꼭 모셔야 할 바로 그 아이템 아닌가. 


솔직히 그동안 SNS에서 보다가 혹해서 구입한 그 많은 청소도구들, 

예를 들자면 정전기로 먼지를 닦아내는 청소기, 실리콘 털 빗자루,

 베이킹소다 거품으로 물때까지 닦아준다는 세정제 등등이

 제 기능을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1만원대의 부담 없는 가격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용해보니 고무비가 닿는 면은 ‘정말로’ 먼지가 잘 모였다. 

게다가 시끄럽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으니 손이 편했다. 


침대 밑 깊은 구석의 먼지도 싹싹 긁어내는 점은 예상했던 그대로! 

가벼운 것, 무거운 것 모두 잘 쓸리니 아이들이 장난감을 잔뜩 어질러놓은 공간도 

이태리 고무비로 쓱쓱 쓸어 한곳에 모은 후 건질 것은 건지고 

버릴 것은 청소기로 흡입하니 청소가 한결 수월해졌달까. 

정리하다가 진 다 빼고 정작 청소할 기력은 남아 있지 않던 나에게는 

꽤나 유용한 물건이 하나 생긴 셈이다. 

강아지 털이 바닥에 카펫처럼 깔려 

늘 청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지인에게도 하나 선물로 보내야겠다. 



ⓦ Editor. 다이어터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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