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디자인 1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행복해지시길, 건강해지시길, 편안해지시길,
어디를 가시든 항상 보호받으시길,
자신의 존귀함을 잊지 않으시길,
얼굴에 미소가 뜨듯
마음에도 둥그런 미소가 떠오르시길,
절망과 혼돈의 순간에도
침착함에서 나오는 지혜의 빛을 만나시길.
_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중에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지금'을 뺐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겐 항상 지금입니다.
'읽으시는'에서 '시'를 뺐습니다. 과도한 존대어로 보였습니다.
행복하시길, 건강하시길, 편안하시길,
'~해지다'라는 표현은 현재 그렇지 않다는 걸로 보입니다.
마치 지금은 행복하지 않고, 건강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다고 강요하는 듯 보입니다.
어디에 가도 항상 보호받으시길,
'어디를'에서 조사를 '에'로 바꿨습니다.
'가시든'에서 '시'를 뺐습니다.
자신의 존귀함을 잊지 않으시길,
얼굴에 미소가 뜨듯
마음에도 둥그런 미소가 떠오르시길,
절망과 혼돈에 빠져도
'순간에도'이라는 시간적 표현보다 '빠져도'라는 상황적 표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침착함에서 나오는 지혜의 빛을 만나시길.
혜민스님의 글은 과도한 존대어가 가장 눈에 띕니다. 일관적이지도 않은 이 존대어를 손보는 일이 가장 큰 문제로 보였습니다. '고객님 햄버거 나오셨습니다.' 처럼요.
혹시 어렸을 때부터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크셨나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척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절대 거스르지 않고, 어려운 일이 좀 있어도 불평 없이 잘 참으셨는지요. 성인이 된 지금도 맡은 일에 대해서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며,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고 계시나요?
_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중에서
이 문장들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 없는 존대어 사용입니다.
첫문장에선 서술어에만 '크셨나요?'라는 존대어를 썼는데요, 다른 문장엔 문장 중간에도 존대어를 사용합니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에서도 이미 과도한 존대어가 보이며 '어르신들이'아니라 '어른들이'라는 표현은 존대어 일관성도 없습니다. 이미 '말씀'이 존대어인데 '하시는'을 붙인 것도 문제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쳐봤습니다.
혹시 어렸을 때부터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1)컸나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척 (2)어른들의 말씀을 절대 거스르지 않고, 어려운 (3)일도 불평 없이 잘 (4)참았는지요. 성인이 된 지금도 맡은 (5)일에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며,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고 (6)있나요?
(1) '크셨나요'를 '컸나요'로 고침. 과도한 존대어 사용.
(2)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을 '어른들의 말씀'으로 고침. 과도한 존대어 사용.
(3) '일이 좀 있어도'를 '일도'로 고침. 어려운 일이 '조금' 있어도 참았다는 것으로 읽혀서, '많이' 있으면 안 참았다는 것으로도 오해. 전체적으로 '좀'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습관으로 보임.
(4) '참으셨는지요'를 '참았는지요'로 고침. 과도한 존대어 사용.
(5) '일에 대해서 책임감'을 '일에 책임감'으로 고침. '대해서' 때문에 번역투로 보이며 빠져도 뜻이 통함.
(6) '계시나요'를 '있나요'로 고침. 과도한 존대어 사용.
(제가 고친 문장이 옳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글을 디자인해봤습니다.)
글디자이너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