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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실 Nov 11. 2020

스웨덴의 모두를 위한 공공도서관

가을은 책을 읽기 좋은 날이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찾으러 시립도서관에 간다. 그곳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신문을 읽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그룹과제를 하는 고등학생들,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 앞에서 진지하게 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책에 푹 빠진 아이의 모습이 있다. 기침소리도 내면 안될 것 같은 ‘정숙’한 공간과는 조금 멀다.‘모든 사람을 위한 학구적인 놀이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이번 호에서는  스웨덴 두 도시, 말뫼와 룬드 시립도서관의 개방적인 공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족친화적인 도서관


지난 호[버스와 기차에서 본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에서 유모차들이 기차 한 칸을 꽉 채우는 일이 빈번한 스웨덴의 풍경을 소개한 바 있다. 스웨덴의 공공서비스는 언제나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 디자인되어있다. 시립도서관의 공간 곳곳에서도 그들의 고민들이 보였다. 말뫼 시립도서관 주출입구에 들어서면 유모차 주차공간이 있다. 약 15 제곱센티미터 크기의 공간에 유모차, 스쿠터, 보행기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자물쇠를 걸어 놓으니, 도난의 위험도 방지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비가 많이 오는 스웨덴 남부지역의 기후에는 이처럼 유모차들을 따로 주차하는 공간이 유용한데, 왜냐하면, 유모차들이 통로에 방해가 되지 않으니 좋고 비에 젖은 유모차를 잠시 말릴 수도 있다. 부모들 역시 아이들을 유모차에서 챙기는데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채로도 도서관 입장이 가능하다. 


유모차 보관 장소 사진 :김예솔


널찍하고 높은 천장의 도서관 실내를 들어가면 어린이를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있는데. 말뫼 시립도서관의 어린이 도서관 이름은 Kanini이다. 0세에서 8세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이 곳의 테마는 ‘놀이’로써 마치 숲 속에 온 듯이 꾸며진 곳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바닥을 기어야지 보이는 기다란 통로를 지나면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논다. 한 켠에는 아이들이 어른의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어린이 사이즈의 미니 조리대(실제로 물이 나오고 전자레인지가 작동한다.)와 식사 테이블이 있다. 이처럼 모든 공간이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있고 다양한 흥미 거리들을 보물섬에 온 것처럼 발견할 수 있다. 


동굴 모티브  어린이 도서관 사진 : Gustaf Johansson
숲 속 모티브 어린이 도서관 실내디자인 사진:김예솔


이렇게 특별한 공간은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지루한 곳이 아니라 즐거운 실내 놀이터이자 또래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라 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휠체어를 타는 나의 시선에서 본 이 곳의 휠체어 접근성은 매우 훌륭했다. 내가 부모가 되어 어린아이를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이었다. 모든 시설이 1층에 있고 불필요한 계단은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놀이’의 테마에 맞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사로를 의도적으로 설계한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신체의 장애가 있는 부모에게 이곳은 장애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화장실의 미세한 차이


스웨덴의 공공화장실은 대게 남녀 구분이 없다. 하나의 화장실을 남, 녀, 그리고 성별을 정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가 공유한다. 반면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 이용자나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 시설로 꾸며지곤 한다. 말뫼 시립 도서관의 어린이 구역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에는 두 개의 다른 높이의 변기가 있었다. 작은 변기는 어린이의 신장에 맞춘 것이었다. 그 옆의 변기는 일반 변기의 높이보다 8cm 높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변기로 이동할 때 휠체어와 비슷한 높이에서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변기 양쪽에 달린 손잡이는 장애인의 변기 이용에 도움을 준다. 스웨덴의 공공화장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기저귀 갈이대인데 벽걸이 형으로써 필요할 때 벽에서 펼치면 아기를 누일 수 있는 간이침대가 생긴다. 이 기저귀 갈이대는 남녀 화장실 구분이 없는 장애인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아빠들이 기저귀 갈이대를 쓸수 있다! (애석하게도, 대게 여자화장실에는 기저귀갈이대가 있고 남자 화장실에는 없다.)또 만약 휠체어 사용자가 아기 기저귀를 간다면 충분히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설치되었다. 또 벽에는 다른 두 높이의 옷걸이를 마련한 세심한 배려까지 볼 수 있다.

변기 높이가 다르다. 사진: 김예솔


벽에서 펼쳐지는 아기 기저귀 갈이대 사진:김예솔
다른 높이의 옷걸이 사진:김예솔


지나치기 쉬우나 그러나 놓치지 못하는 것들 


앉아서 대부분의 생활을 하는 내가 보는 세상은 분명 걸을 수 있는 사람과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내 눈에는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감동을 받을 때는 앉아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들을 생활 곳곳에서 느낄 때이다.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자동문이나 다른 높이의 안내창구의 책상, 높이 조절이 되는 셀프 검색 대등 등. 마치 누군가 나의 입장을 미리 이해하고 그 필요를 채워준 것 같다. 평균 남성 신장이 182 센티미터인 스웨덴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작고 앉아있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소수이다. 그러나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차이들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상을 누릴 자유를 주고 자꾸만 다시 방문하고 싶어 지게 만든다.

도서 셀프 체크인이 높이가 다르다. 사진:김예솔
도서 셀프 반납 구의 다른 높이 사진:김예솔


사회복지사 전문잡지 '소셜워커' 2020년 10월호(Vol. 215)에 실린 글입니다.


다음호는 [장애를 나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스웨덴 의족 커버 디자인 제작회사를 만나다.]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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