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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r 13. 2024

아기옷 세탁, 어디까지 해봤니?

엄마는 나도 처음이라서

출산을 한 달 앞둔 작년 5월. 나는 산 지 5년 된 세탁기와 에어컨을 청소했다. 내가 직접 한 건 아니고 전문 업자를 고용해서.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였다.


아기는 태어난 순간부터 점차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엄마 뱃속에서 나온 지 100일째가 될 때까지는 특히 더 세균 등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주워듣고 세탁기와 에어컨을 저대로 그냥 쓸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청소를 예약하고 그 뒤로는 아기옷과 손수건은 물론 아기용품의 소독과 관련된 정보를 샅샅이 찾아봤다. 여러 충격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가운데 가장 놀라웠던 건 아기가 사용할 손수건과 옷을 사용 전에 3번씩이나 세탁한다는 얘기였다. 특히 손수건에는 먼지가 많아서 다른 건 몰라도 손수건만큼은 꼭 3번씩 세탁과 건조(자연건조 또는 기계건조)를 해야 한다는 것.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올 즈음, 문득 다른 사람도 다 이렇게 세 번씩 세탁을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나는 엄마들이 모인 네이버 모 카페에 질문글을 올렸다. 


“다들 아기 옷 첫 세탁 시 세 번씩 빠시나요?”


글이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댓글이 달렸다. 그냥 한 번만 빨고 자연 건조 후 지퍼팩에 넣어 보관했다는 분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더러는 한 번 삶은 뒤 세탁 한번 건조 한 번 했다는 분도 있고 정석(?)대로 세 번씩 빨고 세 번씩 건조했다는 분도 있었다.


여러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댓글 하나가 추가로 달렸다.


“질문이랑 다른 얘기지만, 아예 한 번도 안 빠는 문화권도 많아요. 한국 엄마들은 어찌 보면 대단하고 어찌 보면 지나치다고 할 정도…. 선진국 포함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새 옷은 당연히 안 빨고 젖병 열탕 소독이나 살균소독 이런 것도 안 하는 나라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나도 내 옷 같은 건 새로 샀을 때 안 빨고 그냥 입는다. 물론 면역력이 약한 아기와 다 큰 성인인 나를 완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상식선에서 생각해 봤을 때 저 댓글의 내용에 완벽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수긍은 갔다. 젖병을 소독하지 않는 건 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세탁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


하루 종일 아기 옷 세탁에 대해 알아보고 고민해 본 결과 세상에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지만 아기 옷 세탁에 대한 정답도 딱히 정해져 있는 것 같진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상엔 각종 정보가 흘러넘치고 그 안에서 어떤 걸 취사, 선택할지는 정보 사용자 본인에게 달려있다. 세탁에 대해서도 어떤 게 우리 아기와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오직 아기 엄마인 내가 생각하고 결정하면 되는 문제였다.


나는 일단 전체적으로 한 번씩만 빨고 자연 건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손수건만 한 번 빨았을 때 나오는 먼지의 양을 보고 한 번 더 빨까 말까를 결정하기로 했다.


비록 이 결정이 세상에서 말하는 ‘가장 좋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마침 오늘 읽은 책에도 이런 구절이 나왔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에서 자유로워지기. 그것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정답’입니다.”


다행히도 얼마 전 8개월령이 된 우리 아기는 아직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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