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게 대체....... 무슨....."
당황스러워하는 대성에게 사장은 마치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넌 그날 날 만난 적이 없어. 그럴 수가 없었지. 이미 스스로 옥상에서 뛰어내렸으니."
사장의 말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넋이 나가 있는 대성의 곁으로 미와상이 다가왔다.
"미안 대성 군..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잠시 눈 좀 감아줄 수 있어?"
대성은 갑작스러운 미와상의 요청에 작게 놀랐지만 괜찮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미와상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천천히 눈을 감는 대성의 입술은 긴장감에 꽉 다물렸다.
꽉 닫힌 대성의 눈 위로 미와상의 한쪽 손이 겹쳐졌고 그 순간 "삐익---, 삐익----" 하는 일정한 기계음이 대성의 귓가를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놀라서 번쩍 눈을 뜬 대성의 눈앞엔 새하얀 병실 속 산소호흡기를 끼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자신과 그 곁에서 퉁퉁 부은 눈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흐느끼는 엄마의 모습이 비쳤다.
"아들.... 제발 눈 좀 떠봐....."
수많은 바늘 자국으로 곳곳에 피멍이 들어있는 자신의 손을 잡고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모습에 대성은 목이 터져라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엄마!!! 나 여기 있어!!!! 엄마!!!!"
하지만 그런 자신의 목소리가 마치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엄마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얼굴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며 다시 한번 울음을 쏟아냈다.
"엄마!! 엄마!!!!!!"
대성은 엄마에게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허공에 고정된 자신의 몸은 단 한 발자국도 엄마 곁으로 다가서는 걸 허락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대성의 몸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
절규하듯 내질러진 대성의 목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대성은 어느새 다시 라멘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번쩍 눈을 뜬 대성이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은 왠지 슬퍼 보이는 미와상의 씁쓸한 얼굴이었다.
"미와상.... 지금 제가 본 게.... 대체 뭐예요...??"
"대성 군의 몸이 있는 장소에 잠시 갔다 온 거야."
"제.... 몸... 이요?"
"아직도 이해가 안 가?"
여전히 혼란스러운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는 대성에게 사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넌, 지금 혼수상태야."
"혼수.... 상태라뇨....?"
"쉽게 말해서 몸은 살아있지만 의식적으로는 거의 죽은 것에 가까운 상태인거지."
그제야 대성은 사장이 자신에게 한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아니, '아직은' 이 세상 사람이지만이라고 말한 사장의 말은 바로 이런 뜻이었던 것이다.
'내가 혼수상태라니..... 내가 진짜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된 대성은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것만 같았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테이블 위로 쿵, 이마를 박은 대성은 지금의 이 복잡하고도 비참한 심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다 퍼뜩 몸을 일으킨 대성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장을 향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제가 어떻게 여기서 일하게 된 거죠?"
“그 질문엔 내가 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가게의 출입문 뒤로 새까만 선글라스를 쓴 장신의 남자가 홀연히 나타났다.
대성은 두려운 마음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구….신데요..?”
그러자 자신을 올려다보는 대성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씩 말아올린 남자가 여유로운 손짓으로 선글라스를 슥 벗으며 대성을 향해 허리를 숙여왔다.
아래로 내리깔려있던 남자의 눈꺼풀이 위로 향한 순간, 대성은 저도 모르게 흡, 숨을 들이킬수밖에 없었다.
코앞에서 마주한 정체모를 남자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붉은 그 눈동자는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눈처럼 악의없이, 그러나
다소 잔혹한 빛을 띠며 맑게 빛나고 있었다.
#작가(변명)의 말
아이가 며칠째 감기로 고열에 시달리는 바람에 이번주 소설 분량은 다소 짧습니다..ㅜ
다음 주엔 좀더 길고 다양한 얘기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