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이다. 11월 중순이라 하기엔 늦었고, 11월 말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어제까지만해도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이제 추위가 시작된 모양이다. 많이 추웠다.
이런 날씨에 딱 읽기 좋은 소설이 김승옥의 소설이다.
고등학생시절, 웬지 우리에게 대학교 입시보다는 문학의 즐거움과 위대함을 가르쳐주는데
혈안이 되어있던 작문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어떤 옛날 영화를 보여주셨는데 그게 '무진기행'이었다.
물론 그 때는 '무진기행'이 우리나라 문학사에 얼마나 기념비적인 작품인지는 전혀 몰랐다.
그냥 수업시간에 잘 졸지 않던 나는 별 생각없이 보았다.
어느덧 불혹을 넘기고 언젠가 '서울 1964년 겨울'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너무나 쓸쓸해서,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너무나 있을법해서 놀랐던 '서울 1964년 겨울'을 읽고
김승옥 소설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김승옥 소설의 대부분은 60년대를 배경으로 60년대에 쓰여졌다.
김승옥이 1941년 생이니 이제 20살이 겨우 넘은 대학생이 쓴 소설들이다.
그만큼 김승옥 소설은 60년대 우리 사회의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준다.
전생이 멈추고 10여년, 그리고 혁명 직후 우리나라를 모습, 엉성하고 어설프지만 도시화되어있던 그 무렵을 묘사했기때문에 재미있다.
그리 길지 않지만, 한 소설에도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아주 담당하게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묘사된다.
때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몇번이고 다시 읽어야 한다. 길지 않다고 집중하지 않다면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김승옥의 소설이다. 11월에 어울리는 김승옥의 소설이다.